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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스노우 '컴퍼니 빌더' 만들기 동원된 네이버파이낸셜

네이버파이낸셜, 스노우에 운영자금 대여…2조 현금성자산 바탕

이민호 기자  2023-11-24 15:10:42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스노우 재무전략의 중심에는 언제나 조달이 있다. 영업적자를 벗어난 적이 없지만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의 사명을 다하려면 막대한 돈을 써야하는 탓이다. 네이버로부터 받은 누적 유상증자 금액만 6300억원이지만 이마저도 충분하지 않다.

이런 스노우에 손을 내민 곳이 네이버파이낸셜이다. 지난해말 2조1000억원을 넘긴 막대한 현금성자산이 바탕으로 대여을 통한 계열사 지원에 동원되고 있다.

◇'컴퍼니 빌더' 역할 뚜렷…네이버 유상증자 지속 투입


네이버가 스노우 출범 이후 유상증자로 투입한 금액은 6300억원에 이른다. 스노우는 2018년 2월 네이버로 흡수합병된 캠프모바일이 2016년 8월 스노우 서비스 사업을 인적분할해 설립됐다. 앞서 2015년 9월 캠프모바일이 출시한 모바일 동영상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스노우(SNOW)'가 현재 스노우의 모태다.

네이버는 매년 스노우에 증자했다. 2017년 400억원, 2018년 1300억원, 2019년 700억원, 2020년 700억원, 2021년 1200억원, 지난해 1500억원에 이어 올해도 4월 500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3분기말 네이버는 스노우 지분 83.6%에 대한 가치(장부금액 기준)를 최초 인적분할에 따른 지분가치(170억원)에 합산 증자금을 더한 647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네이버가 스노우에 증자하는 배경에는 스노우의 '컴퍼니 빌더'로서의 역할이 있다. 네이버가 캠프모바일을 흡수합병하면서 캠프모바일이 기존에 수행하던 모바일 서비스 관련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역할을 스노우에 맡겼기 때문이다.

스노우의 지난해말 자산총계 2778억원에서 종속·관계기업 투자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42.3%(1176억원)에 이른다. △네이버제트·케이크·크림(모바일 앱 개발) △슈퍼랩스(소프트웨어 개발·2023년 12월 1일 스노우에 흡수합병 예정) △어뮤즈(화장품 유통) △스프링캠프(창업투자) △플레이리스트(콘텐츠 제작·커머스) △세미콜론스튜디오(영화 배급·제작) 등이 자회사에 포함된다.


스노우가 자회사에 자금을 투입하는 기본적인 형태는 유상증자에 따른 현물출자다. 2021년 크림(200억원), 어뮤즈(40억원), 세미콜론스튜디오(35억원)에 이어 지난해 스프링캠프(100억원), 슈퍼랩스(50억원), 세미콜론스튜디오(15억원) 등에 잇따라 유상증자 자금을 투입했다.

또 하나의 형태는 대여금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대여금이 크지 않았지만 2020년부터 대여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재무전략이 변화했다. 케이크나 네이버제트처럼 현금출자 없이 대여금으로만 지원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말 대여금잔액은 크림 300억원, 케이크 150억원 등이다. 앞서 네이버제트나 어뮤즈 지원에도 대여금이 활용됐다.

◇현금성자산 2조 넘는 네이버파이낸셜…그룹 계열사 자금지원 동원

문제는 스노우의 현금창출력이다. 스노우는 2016년 8월 출범 이후 한 번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지난해에도 193억원의 연간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지만 619억원의 영업손실과 85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이 지속되면서 유상증자가 없으면 자기자본을 지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말 스노우 자기자본이 2066억원인데 결손금이 4440억원일 정도다. 네이버의 꾸준한 유상증자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자금의 공급뿐 아니라 스노우 재무건전성을 떠받치기 위한 의도도 있다.


하지만 네이버로부터의 유상증자 자금 대부분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을 위한 출자와 대여에 쓰이기 때문에 현금창출력이 부족한 스노우로서는 자체 운영자금을 외부로부터 일부 충당해야 한다. 여기서 조달원 역할을 하는 곳이 네이버의 또다른 자회사(지분율 89.2%)인 네이버파이낸셜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2019년 11월 네이버가 네이버페이 서비스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스노우에 250억원의 대여금을 제공하고 있다. 금리는 지난해말 6.5%였지만 다음달 만기 도래에 대응해 상환기한을 내년 12월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6.2%로 소폭 하락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스노우 외에도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클라우드에 운영자금 목적의 대여금 500억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크림에 500억원을 단기로 대여했다가 상환받기도 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계열사 자금지원에 나설 수 있는 것은 풍부한 현금 덕분이다. 지난해말 네이버파이낸셜의 현금성자산은 2조1148억원에 이른다. 반면 리스부채(43억원)를 제외하면 차입금이 없다. 네이버로서는 이른바 현금 저수지인 네이버파이낸셜을 계열사 자금융통에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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