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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두산, 테스나 인수 의미는 '재확장'

⑦재무개선 과정서 사세 위축, CVC 설립 등 투자 기조 지속

고진영 기자  2023-07-24 07:33:03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두산은 최근 몇 년 가장 뚜렷하게 재무가 좋아진 그룹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개선엔 사업 포트폴리오의 급격한 축소가 동반됐다. 강도높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건설과 전지박, 모트롤, 올레드(OLED) 사업을 차례로 팔았기 때문이다.

현금유출을 최소화화는 기조에서도 두산이 지난해 테스나 인수를 결정한 것은 위축된 사세를 회복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건설기계와 플랜트로 좁아진 사업영역을 다시 신사업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두산테스나는 3개월간 74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약 23.5%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연매출이 전년 대비 34%, 영업이익은 24% 늘었는데 올해 역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두산테스나가 2019년 이후 3000억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단행한 덕이 컸다.


두산 전체 매출에서 테스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2% 밑으로 미약한 수준이지만 지분 인수를 통해 반도체산업에 발을 들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인수 당시 두산이 반도체사업에 5년간 1조원 이상을 쓰겠다고 밝힌 만큼 테스나를 중심으로 추가적 투자도 예상된다.

두산테스나는 2002년 설립된 시스템반도체 후공정(OSAT) 업체다. 반도체 제조공정 중 가공된 웨이퍼를 조립하거나 패키징 또는 테스트만 전문으로 한다. 국내 웨이퍼 테스트 쪽에서는 업계 1위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굵직한 종합반도체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두산이 테스나 인수를 결정한 데는 성장성뿐 아니라 안정성에 대한 매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현재 간판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SMR(소형모듈원전)과 가스터빈, 수소, 신재생에너지 등 신규사업을 적극 확대 중인데 이 부분에서 당장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반도체산업 역시 업사이클과 다운사이클에 따라 변동성이 높은 특성을 가진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시스템반도체 후공정은 여러 종류의 제품이 수요처에 의해 설계되고 적용돼야 하는 특성상 공급과잉 가능성이 낮다. 업황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는 뜻이다.

다만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전방산업 변화에 맞춘 투자 부담이 불가피할 수 있다. 앞서 두산은 2020년부터 모트롤과 산업차량사업부 등을 매각해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2021년 미국 의약품용기회사 SiO2머티리얼즈사이언스에 1억달러를 투자했고 두산에너빌리티 유상증자(약 2520억원)에도 참여했다. 두산테스나 인수의 경우 현금을 포함해 4600억원 가량을 썼다.

인수구조를 보면 두산은 작년 3월 특수목적법인(SPC) 두산인베스트먼트(현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를 세워 테스나 지분 38.7%(신주인수권부사채 포함)을 매입했다. 지분이 약 320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가 약 1380억원 규모다. 두산이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에 현금 2300억원과 보유 중인 수익증권 500억원(마스턴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8호)을 출자하고 나머지는 외부차입을 일으켜 조달했다.

지출이 있었으니 차입규모 역시 늘었다. 두산의 별도 순차입금은 2022년 3월 말 1조3065억원에서 테스나 인수 직후인 같은 해 6월 말 1조5112억원으로 확대됐다. 이후 상환작업을 하고 현금이 쌓이면서 올해 3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원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잉여현금흐름이 2018년부터 마이너스 기조(1분기 말 기준 -861억원)인 만큼 당분간 차입규모를 더 의미있게 축소하긴 어려울 수 있다. 다만 그룹 전반적인 재무구조가 안정화된 만큼 유증 등을 통한 지원 부담이 줄었고, 신사업 확대로 현금흐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부담 감수의 이유로 짐작된다.


두산은 앞으로도 투자처 물색을 계속하려는 모습이다. 이달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두산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지난해 테스나 인수를 위해 세웠던 SPC가 먼저 두산인베스트먼트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지만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로 이름을 바꿨고, CVC 사명을 새롭게 두산인베스트먼트로 결정했다. 에너지를 포함해 반도체와 산업기계 등 시너지가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인수합병(M&A) 매물과 스타트업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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