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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 표심 분석

연기금, 롯데칠성 CFO 연임에 'NO'한 이유는

"감사 겸임 지나치다" vs "재무 전반 관리 차원"보수한도 인상도 반대

고진영 기자  2023-03-24 16:31:18

편집자주

2018년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적극적 의결권 행사 원칙)'를 도입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개인들의 주식 투자까지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변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상황이 바뀌자 주주총회 현장은 과거와 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이 안건으로 상정되면 시장의 관심은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에 쏠린다.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워진 상황. THE CFO가 주요 주총 안건에 대한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의 표심과 그 결과를 리뷰한다.
국민연금이 롯데칠성 송효진 재경부문장(CFO)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 의견을 냈다. 과도한 겸직을 이유로 설명했다. 송 부문장은 현재 연결 자회사의 감사직을 여럿 겸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이 회사들이 대부분 재무제표상 연결로 잡히는 소규모 종속회사라는 점에서 겸직을 꼭 나쁘다고는 보기 어렵다. 재무관리 효율성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송 부문장의 선임 외에 사외이사 재선임, 보수한도 인상 등에 대해서도 반대표가 있었지만 무리없이 통과됐다.

◇송효진 CFO, 9개 자회사 감사 겸직…자산규모는 많아도 600억

롯데칠성음료는 이달 22일 정기주총 의안으로 등기임원 선임 건을 대거 올렸다. 등기이사들의 임기 만료가 올해 3월로 몰려 있었을 뿐더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사회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 등 총 6명의 신규선임 또는 재선임이 논의됐다.

이 가운데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포함된 임원들은 신동빈 회장, 박윤기 대표, 송효진 재경부문장 등이 있다. 신 회장의 경우 신규선임이고 나머지는 재선임이다. 국민연금은 '신동빈 회장, 박윤기 대표의 선임은 찬성했지만 송효진 부문장에 대해선 반대표를 냈다.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의무 수행이 어려운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이 정하는 '국내주식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상 반대사유가 확인되지 않으면 찬성하는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 이 세부기준은 30조(이사의 선임)를 통해 '과도한 겸임'을 반대사유로 제시하고 있다.


송 부문장은 공채 출신이 아닌 외부에서 영입된 인력이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공인회계사로 일하면서 한영회계법인, 선진회계법인을 거쳤다. 그러다 2014년 12월 롯데칠성음료의 회계매니저로 입사, 전임인 임준범 상무가 정식 CFO로 선임됐던 2019년 음료회계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2020년 연말 인사를 통해 임 상무가 전략기획부문장(CSO)으로 옮기면서 송효진 부문장이 CFO직을 넘겨받았다.

현재 롯데칠성음료 외에 총 9개 자회사의 등기임원(감사)으로 올라 있다. 수는 많지만 자산이 최소 9억원대, 많아도 1000억원을 넘지 않는 소규모 자회사들이다. 가장 규모가 큰 백학음료 역시 작년 말 별도기준 총자산이 638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겸직으로 업무수행에 무리가 갈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 자회사의 경우 자산 터널링 창구로 이용되거나 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데 모회사 임원이 감사로 앉으면 감시가 이뤄지기 힘들다"면서도 "효율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했다.

송 부문장이 감사를 겸하는 회사 대부분은 롯데칠성음료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상충 등의 문제가 생길 여지는 적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송 부문장은 음료, 주류 등 사업 연관성이 있는 연결 자회사의 감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회사 전반의 경영 및 재무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재무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대에도 무사 통과, 최대주주 지분으로 정족수 충분

사외이사의 경우 국민연금은 임경구 케이파트너즈 대표세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사유에 관해선 "중요한 지분·거래관계 등에 있는 회사(비영리법인 포함)의 최근 5년 이내 상근 임직원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가 신규선임됐던 2021년 동일한 이유로 반대했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의견을 고수했다.

다만 롯데칠성음료와 지분관계가 있는 회사에 임경구 이사가 몸 담았던 것은 아니고, 관계사인 롯데쇼핑이 과거 케이파트너즈와 세무 관련 정상거래를 한 적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롯데칠성음료는 자회사를 포함해 임경구 이사가 속한 케이파트너즈와 직접적인 거래나 이해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국민연금은 롯데칠성음료가 이사보수지급의 최고한도액을 30억원에서 55억원으로 83% 확대하는 안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롯데칠성음료의 보수한도는 2017년부터 쭉 50억원이었다가 2020년 45억원, 2021년부터 30억원으로 줄었다. 이번에 다시 한도를 높인 이유는 신동빈 회장의 복귀 때문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사내이사로 있었던 2019년 그는 연간 보수로 16만9400만원을 수령했다. 올해도 4년 전과 같은 보수를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30억원을 한도로 유지하면 절반 이상을 신 회장의 보수가 차지하게 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반대한 송효진 부분장, 임경구 이사의 재선임과 보수한도 인상 안건은 주총에서 모두 통과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주총 보통결의에 대해선 기관투자자의 반대표가 힘을 얻기 힘든 지분구조를 가지고 있다.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으로 롯데지주(45%), 신동빈 회장(0.47%)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62.4%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사의 선임, 보수한도 승인 등은 모두 보통결의 안건이며 보통결의는 ‘출석한 주주의 과반수’와 ‘의결권 있는 주식의 25%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62%면 정족수를 채우고도 남는 지분율인 셈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롯데칠성음료 지분의 11.4%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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