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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 표심 분석

삼성중공업, 10년만에 이사 보수한도 확대 '통과'

2대주주 국민연금, '낮은 소진율' 이유 등으로 반대...다른 주주들은 '지지'

양도웅 기자  2023-03-23 16:53:16

편집자주

2018년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적극적 의결권 행사 원칙)'를 도입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개인들의 주식 투자까지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변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상황이 바뀌자 주주총회 현장은 과거와 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이 안건으로 상정되면 시장의 관심은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에 쏠린다.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워진 상황. THE CFO가 주요 주총 안건에 대한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의 표심과 그 결과를 리뷰한다.
국민연금공단이 삼성중공업의 이사(이사회 임원) 보수한도를 늘리는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했다. 국민연금은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5.51%다. 국민연금은 보유 비중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0.5% 이상이거나 지분율이 1% 이상인 국내 상장기업에 대해선 의결권을 행사한다.

단 2대주주의 반대에도 이사 보수한도 확대 안건은 무리없이 통과됐다. 다른 여러 주주가 삼성중공업이 그간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이사 보수한도와 실제 이사들에게 지급한 보수를 줄여온 점, 또한 올해 2014년 이후 9년만에 영업손익의 흑자 전환이 예상되는 점 등을 두루 이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이 이사 보수한도를 늘린 건 10년만이다.

(출처=삼성중공업 사업보고서)

◇국민연금 반대 사유: 보수 금액보다 3배 이상 큰 기존 보수한도

최근 열린 제49기 삼성정공업 정기주주총회의 안건 중 하나는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이었다. 구체적으로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에 연간 지급할 수 있는 보수의 최대 총합을 기존 50억원에서 70억원으로 40% 확대하는 안이었다. 2013년 이후 10년 만에 보수한도 증액이라는 안건을 올린 것이었다. 그간 줄이거나 동결하는 안건만 올렸다.

이에 대해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보수한도 수준이 보수 금액에 비추어 과다하거나, 보수한도 수준과 보수 금액이 경영성과 등에 비추어 과다한 경우에 해당해 반대"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이 두 이유에 모두 해당하거나 혹은 한 이유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씩 살펴보면 먼저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 등 7명의 이사에게 총 15억64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보수한도가 50억원이니 소진률은 31%로, 이미 한도 내에서 경영성과에 맞춰 이사들에게 보수를 더 늘려 지급할 수 있는 여건이다. '보수한도 수준이 보수 금액에 비추어 높다(과다)'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다음으로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5조9446억원, 영업적자 8544억원, 당기순손실 627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약 10% 줄었지만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 규모를 각각 약 35%, 59%씩 줄였다. 적자와 손실이 이어졌지만 2019년부터 계속된 1조원 넘는 당기순손실을 그 아래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실적 악화에 보수한도 꾸준히 줄여...다른 주주들, 확대 안건 '찬성'

평가가 엇갈리는 건 위 대목이다.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을 개선시켰고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사들에게 전보다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하기 위한 준비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9년만에 영업이익(2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반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이 지속되는 상황이고 2021년 11월 1조원대 유상증자로 재무구조를 개선한 지 2년도 지나지 않은 때에 보수한도 확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존재한다. 흑자 전환에 실제로 성공한 뒤 더 많은 주주의 지지를 받으며 보수한도를 늘리는 게 더 설득력 있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경영성과에 비추어 보수한도 수준이 높다(과다)'고 확정지어 판단하긴 어렵다. 계속된 적자와 손실로 삼성중공업은 이미 이사 보수한도를 꾸준히 줄이며 이사들에게 일정부분 책임을 짓게 했다. 2015년 120억원과 비교하면 현 50억원은 절반 이하다. 과거 10억원이 넘던 이사 1인당 보수도 3억원 이하로 줄였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다른 주주들의 찬성으로 이사 보수한도 확대 안건은 승인됐다. 최성안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가결됐다. 최 부회장은 기존 정진택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로 활동한다.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를 역임한 최 부회장은 삼성중공업이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 EPC 사업(대형 건설·인프라 프로젝트)의 전문가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그간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이사 보수한도를 계속해서 줄여왔다"며 "단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면서 이사 보수한도를 증액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도를 늘렸다고 해서 그만큼 이사들의 보수를 확대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신임 최성안 대표이사가 사내에서 직급이 가장 높은 부회장이기 때문에 보수가 많을 수밖에 없고, 향후 최 대표 퇴임시 지급해야 할 퇴직금도 지금까지 다른 이사들에게 지급한 퇴직금보다 클 수밖에 없다"며 "흑자 전환과 함께 이런 점이 고려된 것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안건은 어려움 없이 가결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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