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오너십&스톡

김동관의 태양광, 한화솔루션 반등 카드는 '미국'?

국내외 정치상황에 주가 영향, 주주환원 없이 사업 경쟁력 확보 집중

김위수 기자  2023-12-12 07:47:07

편집자주

오너와 주주 사이의 거리가 부쩍 가까워진 요즘이다. 기업 총수를 회장님이라고 존칭하기보다 '형'으로 부른다. 오너의 경영 방식부터 라이프 스타일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만큼 오너의 언행이 기업의 주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오너의 말 한마디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기도, 리스크로 돌아오기도 한다. 더벨이 오너 경영과 주가와의 상관관계를 들여다봤다.
한화그룹의 차기 총수인 김동관 부회장(사진)은 현재 ㈜한화와 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3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한화그룹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계열사지만 이중 김 부회장에게 가장 각별한 곳은 아무래도 한화솔루션일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이 처음으로 등기임원과 대표이사에 오른 것은 한화솔루션에서였다. 2020년 한화솔루션 출범과 동시에 사내이사를 맡았고 같은해 9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경영수업 중이던 2012년부터 맡아온 태양광 사업을 한화솔루션에서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지난해 한화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동시에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김 부회장이 지금의 자리에 도달하기까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로서 맡아온 태양광 사업에서의 성과가 바탕이 된 셈이다. 앞으로도 김 부회장과 태양광 사업 간의 연결고리는 끊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 부회장이 태양광을 넘어 방산·우주항공·조선 등 분야로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큰 잣대가 되는 분야는 태양광이 될 전망이다.

◇밸류에이션 핵심 태양광, 오너십보다는 '정권'

한화솔루션의 사업구조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이뤄져 있다. 2020년 석유화학 사업 계열사 한화케미칼과 태양광 및 첨단소재 사업을 맡은 계열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합병하며 출범했다. 기초 석유화학부터 첨단소재, 태양광을 아우르는 대형 석유화학사로 시작해 이듬해 한화갤러리아·한화도시개발을 흡수합병했다가 한화갤러리아를 다시 독립시켰다.

이처럼 한화솔루션이 여러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기는 하지만 기업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은 과거에도 지금도 태양광이다. 태양광 사업은 대표적인 미래 에너지 사업으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는 영역이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발을 뺀 상황이라 국내 주요 기업 중 태양광 셀·모듈 사업을 진행 중인 곳은 한화솔루션뿐이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이 부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단기간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수정주가 기준 주당 2만2372원으로 출발한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출범 약 1년 후 7만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빠르게 올랐다. 당시 한화솔루션의 주가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국내외 정부의 움직임이었다. 2020년 당시 우리 정부가 태양광·풍력·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한화솔루션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더해 태양광 등 친환경 정책을 내세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한 점도 한화솔루션의 주가를 부양했다.

이후 하향 안정화됐던 한화솔루션의 주가가 다시 크게 오른 것은 2022년 8월부터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현지에서 친환경 사업을 하는 한화솔루션이 수혜 대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같은해 9월 15일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주당 6만8119원(종가, 수정주가 기준)을 기록했다. 2021년 초 기록한 7만원대 주가를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이에 버금가는 수준의 주가흐름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그간 한화솔루션의 굵직한 주가 상승은 주로 국내외 정치 상황이 야기해온 점을 알 수 있다.

김 부회장이 보여준 '오너십'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1월 11일 미국에 태양광 생산단지 솔라허브 구축을 위해 3조2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IRA 시행에 맞춰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의 성장 기회를 잡기 위한 투자계획이었다.

그간 한화솔루션이 발표한 투자건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계획으로 태양광 시장 선점을 위한 김 부회장의 의지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발표 당일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주당 5만8325원으로 전일 종가 대비 6.8% 올랐고 다음날인 12일에도 주당 6만원을 넘기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주주정책 없는 한화솔루션, 미국 공장 가동 반전카드 될까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그간 보여준 상승세가 무색할 정도로 크게 하락한 상태다. 11일 기준 주당 3만1400원으로 주가가 연초 대비 절반 가까이 빠졌다. 시장상황의 악화로 실적저하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의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태양광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중국발 태양광 모듈 공급과잉으로 판가가 하락하며 수익성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솔루션이 올 3분기 전년 대비 70% 줄어든 98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발표하며 주가 하락세에 불을 붙인 모습이다.

주가 반등을 도모할 만한 주주환원 정책을 한화솔루션은 별도로 펼치고 있지 않다. 성장을 위한 적기 투자가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재무적 자원을 설비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도 배당을 집행하지 않은 이유다.

이에 따라 당분간 한화솔루션은 주가 반등을 위해 특별한 조치를 취한다기보다는 다소 원론적인 해결책인 사업 경쟁력 제고에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의 대규모 투자 성과가 나오는 내년이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현재 한화솔루션이 설립 중인 미국 카터스빌 모듈 공장이 완공되는 내년 4월 회사의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은 현재 연산 5.1기가와트(GW) 수준에서 8.4GW로 확대된다. 이와 더불어 잉곳·웨이퍼·셀 공장이 순차 가동돼 태양광 사업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게 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