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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의 도전, 서정진의 승부수

'시총 40조 공룡 바이오텍' 셀트리온이 노린 시너지 셋

국내 첫 '엔드 투 엔드' 모델 시현+ADC 소화할 체급+오너2세 중심 디지털 전환 주목

최은수 기자  2023-12-28 17:13:16
통합 셀트리온이 공식 출범했다. 내년 셀트리온제약까지의 2차 합병을 마무리하면 신약개발의 처음과 끝, 즉 '엔드 투 엔드(End to End)'를 소화할 역량을 갖춘 국내 첫 빅바이오텍의 탄생이다. 서정진 회장이 특유의 속도감을 더해 시가총액 40조원의 공룡 바이오텍을 '올해' 안에 탄생시킨 기저엔 무엇이 깔렸을까.

먼저 신약개발 빅바이오텍으로 거듭나기 위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 첨병으로 'ADC'를 내세운 게 핵심이다. ADC 기술은 유망하지만 굴지의 빅파마 또한 협업으로 리스크를 줄일만큼 상용화까진 원대하고 치밀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합병 후 또 다른 미래인 '디지털 전환' 중심 신성장동력 발굴을 오너 2세가 나서서 지휘하게 된다. 이 점 또한 관전 포인트다.

◇신약개발 엔드 투 엔드 소화할 체급 '총자산 10조 이상' 두 번째 바이오텍 출범

셀트리온은 이사회를 통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 합병하고, 통합 셀트리온의 출범을 의결했다. 올해 경영 전면으로 돌아온 서 회장은 직접 합병 그립감을 잡고 연내 완수하겠다고 공언했다. 결과적으로 '1차' 합병을 매조지하며 주주와 시장과의 약속을 지켰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홀딩스를 지주사로 삼고 합병법인으로 일원화한다. 1단계 합병 후 셀트리온홀딩스가 보유한 신설 합병법인의 지분율은 21.6%, 최대주주 등을 합한 지분율은 22.72%다. 합병회사의 주식매수 제시 가격은 셀트리온 주당 15만813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6만7251원이다.

합병 요지는 대형 바이오텍으로 성장한 상장사의 역량이 신설법인으로 집결하는 데 있다. 당장의 벌크업 효과를 통한 의미도 남다르다. 이제 '1차 합병'을 끝냈을 뿐이지만 신설법인의 시가총액은 약 40조원이다.

올해 3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할 때 최종 합병신설법인의 총 자산 추정치는 반기보고서 기준 약 7조6000억원, 3분기를 10조원이 넘는다. 국내 바이오텍 가운데 총 자산이 10조원을 넘어서는 사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신설 셀트리온이 두 번째다.

아직 2차 합병이 남아있지만 이번 1차 합병만으로도 이미 신약개발을 소화할 '체급'으로는 국내에서 비견할 바이오텍이 보이지 않는다. 세부적으로 합병법인 셀트리온엔 그룹의 핵심자산인 바이오 관련 R&D 역량(셀트리온), 해외 유통 판로(셀트리온헬스케어), 완제의약품을 생산할 GMP급 퍼실리티(셀트리온제약)가 한데 모인다.

국내에서 셀트레온에 앞서 대형 바이오텍으로 자리매김한 사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꼽힌다.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신수종사업을 상징하는 두 기업의 사업 색채를 놓고 보면 일면 셀트리온과 접점이 있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 및 CDMO를 근간으로 하는 점에서 주사업의 형태가 판이하다.

◇규모의 경제가 갖는 분명한 힘… 시밀러 캐시카우에 ADC 더하고 신사업 발굴까지

신설 셀트리온은 그룹에 흩어져 있던 바이오 역량을 한데 모으면서 시장에 제시했던 '빅 바이오텍'으로의 방향성을 명료화했다. 앞서 살펴봤듯 이미 사이즈가 국내 수준을 넘어선만큼 지향점과 전략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규모를 키울 때 가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강점은 신사업과 투자에 대한 접근법이 달라지는 점이다. 셀트리온이 점찍은 ADC 등 '핫 모달리티'를 앞세워 신약을 개발할 때 리스크를 각 계열사가 짊어질 때 발생하던 비효율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특히 ADC는 굴지의 빅파마들도 부담을 느낄만큼 개발비용이나 리스크가 큰 모달리티다. ADC 치료제 엔허투(Enhertu) 역시 원개발사 다이이찌산쿄조차 단독 개발을 고집하지 않고 글로벌 파트너인 아스트라제네카를 찾았다. 두 빅파마가 만나 ADC 대표주자를 탄생시켰다는 점에서도 기술 개발 과정에서 갖는 부담을 가늠케 한다.

신설법인 셀트리온은 캐시카우로 자리잡은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유동성이나 재무 관련 고민 없이 혁신신약 개발에 전념할 환경을 부여받는다. 더불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 승인을 받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도 셀트리온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지탱한다.

신설법인 셀트리온은 ADC와 함께 이중항체, 마이크로바이옴, 디지털헬스케어 등 여러 모달리티 접점을 계속 넓힐 계획이다. 이 역시 '빅바이오텍'이기에 가능한 미래 전략이다. 해당 전략 가운데 '디지털 전환'으로 요약되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오너 2세인 서진석 셀트리온 신임 대표이사 키를 잡는 점이 눈길을 끈다.

당장 셀트리온이 지향하는 가장 가까운 '신약개발 성장 동력'은 ADC다. 서 신임 대표를 통해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진 디지털 치료제는 ADC보다 한 단계 먼 미래의 먹거리인 '디지털 전환'을 위한 초석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서 회장이 그린 미래 청사진을 서 신임 대표가 다지고 완성할 경우 자연스럽게 차후 승계나 거버넌스 변화를 위한 명분과 실리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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