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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의 도전, 서정진의 승부수

합병법인 실적 증명 과제…역할 강조되는 원년멤버

사내이사 전문경영인 2인 기우석·김형기… 오래 합맞춘 창립멤버와 성장 드라이브

정새임 기자  2023-10-26 16:24:32
연말 합병될 셀트리온 법인 이사회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춘 창립멤버가 주축이 된다. 차기 경영진으로 밀던 이혁재 이혁재 전무와 신민철 부사장은 뒤로 물러난 모양새다.

올해 강조했던 합병 셀트리온의 비전을 당장 내년부터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서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아직 셀트리온제약과의 2단계 합병도 남아있는 만큼 회사 창립 때부터 함께 했던 원년멤버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합병 이후 사내이사, 오너2인 전문경영인 2인 구조

셀트리온은 지난 8월 합병 후 셀트리온의 이사진을 공개했다. 이어 지난 23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1명의 사내이사(김형기)와 3명의 사외이사(최원경·이중재·최종문)를 신규 선임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구성원인 이들은 기존 이사진의 임기가 끝난 뒤 취임하게 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이끌었던 김형기 대표이사 부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소멸하며 합병 법인 이사진에 오른다. 김 부회장은 서정진 셀트리운그룹 회장이 전신인 넥솔을 창업할 때부터 함께 했던 핵심 멤버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전문경영인 투톱으로 꼽힌다. 2017년까지 기 부회장과 셀트리온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재무와 홍보 등 관리 파트를 총괄했다.

김 부회장은 2018년 셀트리온헬스케어로 건너가 당시 회사에 불거진 회계처리 이슈 해결을 도맡았다. 그 결과 지난해 고의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금융감독원 판단을 받아냈다.

합병법인의 이사회에 서 회장 최측근인 기우성·김형기 부회장이 모두 오르며 이사회는 오너가 2명과 전문경영인 2명이 합을 맞추는 그림이 완성됐다. 셀트리온의 합병법인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는 총 4명으로 서정진 회장과 장남 서진석 의장, 기우석·김형기 부회장으로 구성된다.

셀트리온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인원을 최대 10인 이내에서 15인 이내로 늘리는 정관 개정을 했다. 이에 따라 사내이사 자리를 늘릴 수 있지만 합병 이후에도 사내이사는 4명으로 고정했다. 대신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에 올라 있던 사외이사 3명을 신규 선임했다. 사내이사 4명에 사외이사 8명 구조를 띠게 된다.

◇내년 합병법인 첫 시험대…창립멤버 역할 강화

자연스레 차세대 키맨으로 꼽히는 이혁재 전무(경영지원부문장)는 이사회에서 물러난다. 셀트리온 경영지원부문장인 이 전무는 제조부문과 개발, 임상 등 셀트리온 내 여러 분야를 거쳤다. 2016년 이사 승진 후 2018년 경영지원실장 상무, 2020년 경영지원부문장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 전무는 신민철 부사장(관리부문장, CFO)와 함께 기우성·김형기 부회장을 이어 셀트리온을 이끌 인물로 꼽혀왔다. 두 명 모두 2000년대 초반 셀트리온에 입사해 약 20년 가까이 조직에 이바지하며 회사의 키맨으로 커왔다. 이 전무는 기 부회장을 이어 개발 등 경영전략을 짜고, 김 부회장의 재무관리 역할은 신 부사장이 할 것이란 가능성이 점쳐졌다.


실제 서정진 회장은 2020년 초 은퇴를 1년 앞두고 이 전무와 신 부사장을 사내이사에 올리며 '차세대 키맨' 입지를 공고히 했다. 셀트리온의 전문경영 체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행보였다. 2021년 서 회장 은퇴 후에도 셀트리온은 오너 1인(서진석)+전문경영인 3인 체제를 고수했다.

전문경영 강화 기조에 변화가 생긴 건 올해 초 서 회장이 복귀하면서다. 서 회장이 셀트리온 사내이사에 다시 오르는 동시에 신민철 부사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이어 합병 후 김형기 부회장이 합류하며 이혁재 전무까지 사내이사 자리를 내려놓는다.

정관상 누군가를 제외하지 않고도 서 회장이나 김 부회장은 이사로 부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같은 선택을 한 건 서정진·기우성·김형기 원년 멤버를 주축으로 빠른 의사결정을 내려 합병 셀트리온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셀트리온제약과의 2단계 합병 과제도 남아있어 내년 합병 법인이 보여줄 첫 행보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실제 지난 25일 여의도에서 열린 셀트리온 기자간담회는 서 회장이 '신약 매출 5조원'을 내걸며 셀트리온의 새로운 도약을 강조하는 자리였다. 과거 바이오의약품으로 시장을 설득했던 20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은 램시마 피하주사(SC) 제형 버전인 '짐펜트라'의 성공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서 회장은 합병을 추진하는 내내 셀트리온의 제2의 도약을 강조해왔다. 합병 후 자칫 외형이 축소하고 재무안정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떨치고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카드였다. 주주들의 높은 찬성 지지를 받은 만큼 내년부터는 이 비전을 결과로 증명해낼 필요가 있다.

물론 이같이 원년멤버로만 구성된 체제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서 회장은 복귀를 선언하며 '일시적'이라는 전제를 깔았다. 회사와 글로벌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선장 역할을 할 뿐, 태풍이 안정되면 다시 물러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그 시기가 다가오면 후임 전문경영인들을 다시 이사회에 올릴 가능성이 높다.

서정진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합병 셀트리온이 앞으로 의미있는 도약을 한다는 것을 보여줄 때이고, 그 준비가 되어 있다"며 "시장의 기대에 실망스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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