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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내놨는데'…SK쉴더스, '그룹 시너지' 여전할까

보안사업 계열사 실적 지속 평가…SK스퀘어 자회사, 매물출회 여부 '예의주시'

이정완 기자  2024-01-18 16:34:34
지난해 말 자본시장을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다. 바로 SK스퀘어의 11번가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 포기다. 11번가가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SK스퀘어의 품에 있거나 있던 기업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신용평가업계가 주목하는 곳은 SK쉴더스다. SK스퀘어는 지난해 SK쉴더스 지분을 사모펀드(PEF)에 매각했다. 당시 신평사에서 SK그룹 지원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렸는데 작년 말 11번가 콜옵션 포기를 계기로 SK그룹 지원 의지를 높게 볼 수 있을지 재차 평가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한신평, 등급 '내렸는데'…한기평은 '그대로'

1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SK쉴더스는 지난해 7월 최대주주 변경 후 등급 스플릿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SK스퀘어가 지분 63.1%, 맥쿼리자산운용 컨소시엄이 36.9%를 들고 있었는데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 사모펀드인 EQT파트너스에 경영권을 넘겼다.

현재 SK쉴더스 지분 100%를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가 들고 있는데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 최대주주가 EQT파트너스가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지분율은 68%다. 나머지 지분 32%는 여전히 SK스퀘어가 들고 있다.

이후 신용평가사 간 의견이 엇갈렸다. 한국신용평가는 최대주주가 바뀌자마자 SK쉴더스 신용등급을 기존 ‘A0/하향검토’ 대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노치(Notch) 내렸다. 지난해 3월 지분 매각 계약이 알려졌을 때부터 신용등급 워치리스트(Watchlist)에 올랐다. 한신평의 주된 등급 하향 이유는 SK그룹 품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유사시 지원 가능성을 적용해 1 노치 상향된 등급을 매겨왔는데 이제 SK스퀘어가 최대주주가 아니게 됐으니 이를 배제했다.

반면 한국기업평가는 다른 의견을 냈다. ‘A0/안정적’ 등급과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한신평처럼 SK그룹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은 제거했지만 보안사업 시너지가 이어진다고 봤다. 여전히 SK 브랜드를 달고 계열사와 거래를 이어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SK스퀘어가 또 다른 자회사인 11번가를 포기하면서 한기평의 결정이 무색해진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SK스퀘어는 작년 11월 11번가의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사갈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아 결국 매물로 나왔다. SK스퀘어는 2018년 FI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때 지난해까지 기업공개(IPO)를 완수하지 못하면 이들 지분을 되사기로 했는데 사지 않고 FI가 동반매수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하도록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SK스퀘어가 11번가를 M&A 시장에 나오도록 한 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SK쉴더스를 바라보는 신용평가사의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평업계, '유사사례' 재발 가능성 직접 문의

한기평은 11번가 콜옵션 행사 포기 이후에도 SK쉴더스 신용등급에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 이미 SK그룹의 지원 가능성은 제거했고 사업적 시너지만 집중하고 있어 특별한 변동 요인이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대주주 변경 이후에도 SK그룹 계열사 매출 비중이 높다. 지난해 3분기까지 계열사 매출은 3489억원이었는데 이는 전체 매출 1조3739억원의 25% 수준이다.

다만 신용평가업계에선 11번가 매출 출회 같은 일이 재차 발생할까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신평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이후 SK 계열사 재무 담당 부서에 유사한 일이 생길 수 있을지 직접 소통하며 현황을 점검했다"며 "전반적으로 그룹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SK스퀘어는 11번가 외에도 원스토어, 콘텐츠웨이브 등에 유사한 방식으로 FI를 유치하며 자금을 마련한 바 있다. SK그룹 전반으로 범위를 넓히면 사례가 더욱 많다.

SK그룹은 투자형 지주사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기업에 투자했지만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부담으로 돌아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SK 투자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철저히 검증하라"며 "제대로 된 투자인지 신중히 검토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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