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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CFO 2명 이사 선임 예고 '재무통이 감시한다'

SK그룹 기조 변화 동승, 대외 경제 환경 악화 대비

이민우 기자  2024-02-22 17:54:46
SKT가 이사회에 최고재무책임자(CFO) 2명을 투입한다. 고금리,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대외환경 악화로 재무건전성 유지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란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른바 재무전문가의 전진배치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당초 SK그룹은 SKT를 포함 계열사 이사회에 CFO를 중용하지 않는 기조를 보였다. 하지만 비용 부담 증가와 그룹사 차원에서 치명적인 투자 실책이 발생함에 따라 기조를 바꾸는 추세다. 핵심 계열사 SKT도 그 변화에 동승한 모양새다.

◇SKT 김양섭·SK 이성형 CFO 이사 후보 등재

22일 SKT는 제 40회 정기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냈다. 정기주총 주요 의안에는 총 4명의 이사 선임 안건이 포함됐다. 현재 대표이사로써 이사회 사내이사로 등록된 유영상 사장의 재신임과 더불어 신규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신규 사외이사 1인의 선임 안건이 처리될 예정이다.

신규 사내이사 후보는 김양섭 SKT CFO다. 김 CFO는 SK그룹 연말 인사를 통해 SK이노베이션에서 SKT로 자리를 옮겼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이성형 SK CFO가 후보로 올랐다. 현재 SK 재무부문장을 겸하고 있다. 사외이사에는 HSBC 홍콩 출신 노미경 총괄이 새롭게 자리한다.

절차가 완료되면 총 8명으로 구성된 SKT 이사회는 9명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기존에 기타비상무이사로 자리했던 최규남 사장과 윤영민 사외이사는 임기만료에 따라 물러난다. 사내이사 자리가 1개 더 늘어나면서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기존 62.5%에서 55.6%로 줄어들게 됐다.


◇고금리·인플레에 재무통 중요성, 리스크·투자 '이사회서 감시'

이번 SKT의 이사회 변화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SK그룹 CFO 2명의 동반 진입이다. SK그룹은 그동안 지주회사와 계열사를 막론하고 이사회에 CFO를 잘 배치하지 않았다. 삼성, LG 등 다른 4대 그룹이 적극적으로 CFO를 이사에 앉혀 경영일선에 세운 것과 다른 노선을 걸었다.

SK그룹의 이러한 이사회 구성 기조 변화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상황이 진행되면서 비용과 경영 부담이 가중됐다는 점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시장의 불확실성과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SK그룹 내부에서 재무전문가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직접 세미나 등을 통해 CFO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11조원 규모 낸드 투자를 질책하는 등 계열사 전반에 투자 시스템 검증과 자금 관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경영 감시를 하는 이사회에 CFO를 배치한 것도 일맥상통한 변화로 여겨진다. 차후 AI 경쟁 과열로 인한 과도한 인수합병(M&A) 자금 소요 등을 이사회 차원에서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SK그룹 나머지 계열사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이미 지주사에서도 비슷한 변화를 준 바 있다. 이번 SKT 기타비상무이사로 배치된 이 CFO는 SK㈜가 지난해 3월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던 인물이다.

SKT 관계자는 "이사회 멤버로 CFO를 선임하여 리스크 관리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기업가치 증대와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한다"며 "이성형 CFO는 SK텔레콤의 대주주인 SK㈜ CFO로서 멤버사 밸류업 지원도 맡고 있는 바 당사의 재무·투자 업무를 직간접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SKT는 AI컴퍼니로의 전환을 내세우며 현재 SK그룹의 AI 사업 중추로 활약 중이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에이닷(A.) 등 혁신 서비스 개발과 유망 AI 스타트업 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유 사장은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앞으로 5년간 AI 투자 비중을 전체의 33%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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