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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콜 Q&A 리뷰

삼성화재, 높은 지급여력에도 주주환원은 '신중'모드

배당성향 목표보다 DPS 상향 집중…자사주 활용은 보험업법 고려 필요성

강용규 기자  2024-02-22 17:20:07

편집자주

컨퍼런스콜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의 백미는 기업 관계자와 시장 관계자 사이에 오가는 질의응답(Q&A)이다. 투자자를 대변하는 시장의 관심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기업 입장에서 되도록 감추고 싶은 속살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자사 홈페이지에 IR 자료와 음성파일을 올릴 때 Q&A 부분만 제외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THE CFO가 IR의 백미 Q&A를 살펴본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실적개선을 바탕으로 재무건전성에 탄탄함을 더했다. 당국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업계 최상위권의 지급여력을 보유한 삼성화재의 컨퍼런스콜에서는 주주환원과 관련한 질문이 잇달았다.

삼성화재는 주주환원 관련 질문에 신중한 자세로 일관했다. 배당과 관련해서는 주당 배당금(DPS)의 지속 상향이라는 기존 방침을 벗어나지 않는 답변만을 내놓았고 자사주 활용과 관련해서는 더욱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주주가치 제고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재무적 리스크의 대비를 동시에 고려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중장기 킥스비율 정책 준비 중, 주주환원은 당국 지침 고려

22일 삼성화재는 2023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는 김준하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을 필두로 조은영 장기보험전략팀장 상무와 최원재 재무기획팀장 상무 등 임원들이 증권사 연구원들의 질문에 대응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6일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에 주주가치 제고를 독려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전통적 저PBR 업종인 보험주를 향한 주목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미 앞서 20일 삼성생명의 컨퍼런스콜에서도 주주환원 관련 질문이 쏟아진 바 있다.

이날 삼성화재의 컨퍼런스콜 Q&A 세션 역시 주주환원과 관련한 질문으로 시작됐다. 중장기적으로 목표하는 K-ICS비율(신 지급여력비율, 킥스비율)과 근거, 목표치 도달 방안을 묻는 질문이 던져졌다.

삼성화재는 Q&A 세션에 앞선 실적설명 세션을 통해 올해 킥스비율이 지난해보다 19%p 높아진 271.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급여력이 타사 대비 월등히 높은 만큼 킥스비율의 중장기 목표를 묻는 질문은 결국 잉여자본의 규모와 이를 활용한 주주환원의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한 것이다.

김 부사장은 "내부적으로 유럽의 솔벤시2(Solvency II)에 가까운 모델을 활용해 별도로 지급여력을 측정하고 있는데 킥스 대비 17%p가량 낮아 이 버퍼(격차)를 좁히는 이슈가 있다"며 "해외에서 대응해야 할 리스크와 진행해야 할 투자 등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 킥스비율과 관련한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킥스비율의 중장기 목표치가 정해지면 잉여자본도 산출이 가능해질 것이며 현재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사장은 배당성향의 우상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배당성향은 특정 수치를 목표로 운영하고 있지 않으나 DPS 상향의 기본 방침을 유지한다면 성향이 크게 낮아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정책의 시행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부사장은 "과거 수 차례 매입을 진행했고 소각도 2차례 추진한 바 있는 만큼 늘 검토의 대상"이라면서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삼성생명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이슈가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한 검토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보험업법상 자회사 편입 기준은 지분 15%의 보유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 14.9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삼성화재가 자사주를 소각할 시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율이 15%를 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질문이 아닌 건의에 나선 연구원도 있었다. 한 연구원은 "당국의 밸류업 프로그램 내용을 보고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라며 "다른 보험사들은 킥스제도 도입 1년차인 만큼 전향적 주주환원에 큰 기대를 하지 않지만 1위사 삼성화재는 달라야 하지 않는가"하고 물었다.

삼성화재의 킥스비율 271.9%는 당국 권고기준인 150%를 훨씬 웃돌 뿐만 아니라 주요 5개 손보사(삼성·DB·현대·KB·메리츠) 중 가장 높다. 이를 바탕으로 상장회사로서 주주환원과 관련해서는 상시적으로 고민해야 했으며 소통도 더욱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삼성화재 측은 이 발언에 별도의 응답을 내지 않았다.


◇내년 CSM 조정액 감소 전망, 부동산 PF 영향 '미미'

이날 Q&A 세션에서는 주주환원 이외에도 CSM(보험계약마진)의 조정 사유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신계약 CSM을 3조4995억원 확보했다. 그러나 1조5385억원의 이익 상각 외에도 1조2002억원 규모의 조정에 따른 감소분이 더해져 연말 기준 CSM 잔액은 1조1586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조은영 상무는 "당국의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설정에 따른 연말 가정변경으로 4000억원 정도의 조정이 발행했고 당초 가정했던 계약 유지율과 실제의 차이로 8000억원가량의 조정이 추가로 발생했다"면서도 "계약 해지는 하반기로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2024년은 더욱 양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국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및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리스크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최원재 상무의 설명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해외 부동산 투자액은 1.3조원 규모로 이 중 절반은 지분성 자산이고 나머지 절반은 실물자산이다. 삼성화재는 해외 부동산과 관련해 4분기 1200억원가량의 평가손실을 인식했으며 이는 보수적인 금액 설정이다.

삼성화재는 국내 PF 대출도 2.7조원가량 보유하고 있다. 다만 연체율은 0%대이며 충당금은 40억원밖에 설정하지 않았다. 최 상무는 "대부분의 PF 대출이 보증기관의 보증부 대출이거나 분양이 완료된 만큼 자산의 퀄리티가 좋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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