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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

'빅이슈어' SK하이닉스, 인수단이라도 끼어보자

한국·미래·NH 등 관계유지 주력…금리 불확실성 해소 후 조달확대 가능성

손현지 기자  2024-03-25 14:39:58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최근 IB업계 내 SK하이닉스 인수단 참여를 위한 막판 영업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몇 안남은 빅딜의 출현에 인수단에라도 참여해보자는 게 IB들의 상황이다.

IB들 입장에선 정기 빅이슈어인 SK하이닉스와의 관계유지도 중요하다. 올해는 하반기 발행량을 예년보다 줄였지만, 반도체 업황이 완화되고 있어 대규모 투자 유인이 큰 만큼 관리대상 우선순위 이슈어인 셈이다. 내년 딜 수임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올해 인수단 참여가 관계 유지를 위한 중요 관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금리인하·총선 변수 산적, '빅이슈어' SK하이닉스 잡아라

25일 IB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달 8일 최대 75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인 가운데 주관업무를 SK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3개 하우스에 맡겼다.

주관사단으로 선정되지 못한 하우스들은 인수단에라도 참여하기 위해 지난주 막판 영업 총력전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그동안 SK하이닉스와 네트워크를 이어왔던 하우스들 위주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전언이다.

하우스들이 딜 수임에 유독 적극적이었던 건 올해 몇 안 남은 빅이슈어라는 판단 때문이다. 금리 방향성과 총선 이후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향후 이슈어들마다 적극적으로 조달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지배적이다. 4월 총선 이후 회사채 발행수요가 예상보다 많진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올해 마지막 빅이슈어로도 여겨지고 있어 하우스들도 마다 물량을 받기 위해 공격적으로 캡티브 영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수단 참여, SK하이닉스와의 '연결고리'

SK하이닉스는 IB들이 우선순위로 관리하는 이슈어이기도 하다. 회사채 시장의 대표적인 '빅이슈어'로서 2020년부터 작년까지 줄곧 '조 단위'로 채권을 찍어냈다.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이 1조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역대 최대 발행액 기록을 새롭게 썼지만, 직전까지 SK하이닉스의 1조3900억원(작년 2월)이 국내 회사채 시장의 최대 규모 발행 기록이었다.

주관사단 구성을 매년 달리하기에 하우스들 입장에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관계회사인 SK증권만 고정이고 나머지 증권사들은 매년 참여 여부가 불확실하다. 올해는 신한투자증권이 처음으로 대표 주관사단에 합류했고, KB증권은 지난 2020년 이후 3년만에 참여하게 됐다.

다르게 생각하면 올해 참여하지 못한 하우스들도 충분히 내년 발행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인수단 참여는 최소한의 네트워크 연결고리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한해를 빼고는 거의 매년 회사채 시장을 찾았다. 작년에도 2월에 공모채로만 무려 1조39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금리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께 발행량을 더 늘릴 가능성도 있다. 금리인하 전망에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 외 조달을 늦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4월 5500억원, 5월 2000억원 등 상반기 안에 총 7500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도래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내년이 발행 규모가 더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 영업을 위해서라도 올해 인수 딜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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