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심화와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화려한 외형 성장 이면에 늘 그림자처럼 우려가 따라다녔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요인들이 중소 보험사에겐 더더욱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생보사나 손보사 모두 '빅5'에 들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높다. 더벨이 국내 중소 보험사들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봤다.
한화그룹을 대표하는 금융 계열사는 한화생명이다. 덩치는 물론 그룹 내 위상을 따져봐도 압도적이다.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사장이 한화생명에 10년 가까이 몸담고 있다.
그간 한화손해보험은 한화생명에 가려져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 손해보험업보다 생명보험업의 성장 정체가 훨씬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활로 역시 아직까지는 손해보험사에 유리하다.
◇한화생명과 함께 인수, 미미했던 존재감
한화그룹은 2002년 대한생명(한화생명)을 인수했다. 이때 자회사 신동아화재(한화손해보험) 역시 한화그룹 품에 안겼다. 한화그룹이 자산 규모 26조원에 이르는 거함에 눈독을 들였던 이유는 단순하다. 부침이 컸던 다른 사업들을 꾸준히 뒷받침해줄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했다. 마침 IMF 외환위기 파고로 계열사를 37개에서 17개로 대폭 줄이면서 여유 자금이 1조원가량 있었다.
인수 전후 한화손해보험은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이미 삼성생명, 교보생명과 함께 업계 빅3로서 위상이 공고했던 한화생명과 달리 한화손해보험은 업계 7~8위권으로 규모가 애매했다. 2022년 사업연도(2002년 4월~2003년 3월)엔 순손실을 내는 등 실적도 좋지 않았다.
한화그룹 역시 손해보험업 자체에 욕심을 냈다기보다는 단번에 금융 사업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이 시기 김승연 회장의 누나 김영혜씨가 제일화재를 보유하고 있던 만큼 손해보험업 진출과 관련해 친족 간 경쟁을 우려하는 조심스러운 분위기 역시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손해보험은 이후 제일화재와 합병했다. 김영혜씨가 메리츠화재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에게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일화재는 다시 한화그룹 품에 안겼다. 손보업계 6위 제일화재와 8위 한화손해보험이 만나 지금의 한화손해보험이 출범했다.
◇IFRS17 도입으로 희비 엇갈린 손보사와 생보사
김동원 사장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한화생명에 몸담고 있다. 최고디지털책임자 등을 거쳐 현재는 최고글로벌책임자로 재직하며 한화생명의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화생명이 실적으로도, 실적 외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이 자연스럽게 한화손해보험의 존재감은 흐려졌다.
다만 앞으로는 존재감이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명보험업과 손해보험업을 둘러싼 분위기가 최근 몇 년 사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생보사는 부진하고 손보사는 약진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생보사들의 순이익 합계는 3조5941억원으로 손보사 5조7722억원보다 2조원 이상 적었다. 생보사 순이익은 9.4% 감소한 반면 손보사 순이익은 12.2% 증가했다.
배경엔 신 회계제도(IFRS17) 도입이 있다. IFRS17 체제에선 보험계약마진(CSM)이 매우 중요한데 손보사들은 CSM 확보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밖에 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의 변화 역시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생보사는 저출산과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더욱 취약하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보험산업의 전체 수입(원수)보험료가 2024년에 비해 다소 둔화된 2.4%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생명보험은 0.3%, 손해보험은 4.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출처=보험연구원
보험사들이 활로로 찾은 디지털 보험 역시 현재까지는 손보사들에게 유리하다. 생보사의 대면 채널 의존 현상이 더욱 심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설립된 디지털 보험사는 모두 5개인데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만 제외하면 모두 손보사다. 한화 금융 계열사에서도 한화손해보험이 캐롯손해보험을 설립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경우 5곳 가운데 가장 역사가 길다. 2013년 설립됐는데 11년 동안 연간 순이익을 낸 적이 없다. 그간 1800억원가량의 순손실만 누적했다.
두 업계의 상반된 분위기는 주가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5년간 삼성생명 주가는 16.23%, 삼성화재 주가는 53.11%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 주가는 12.42%, 한화손해보험 주가는 58.43%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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