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의 전략 차이는 최고경영자(CEO) 인선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화손보는 외형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자본 부담을 관리할 재무형 CEO를 전면에 세웠다. 현대해상은 상품과 영업 현장을 두루 거친 기획형 CEO에게 내실 경영의 키를 맡겼다.
한화손보와 현대해상이 각 대표에게 부여한 역할은 분명하게 나뉜다. 나채범 대표는 외형 확장 국면에서 손익과 자본 적정성을 함께 챙겨야 하는 임무를 받았다. 이석현 대표는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수익 구조를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경영 전략의 차이가 CEO 인선의 차이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나채범, 외형 확장 속 자본적정성 방어 임무 한화손보는 외형 확대를 본격화하는 시점에 재무와 기획을 두루 경험한 나채범 대표(
사진)를 전면에 세웠다. 나 대표는 2023년 대표 선임 당시 한화생명 CFO 부사장으로 지냈다. 손익 구조 개선과 신회계제도(IFRS17) 대응, 자본 관리 역량이 나 대표의 강점으로 꼽혔다. 외형을 키우면서도 재무 부담을 통제해야 하는 한화손보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인사였다.
나 대표의 강점은 숫자 관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한화생명에서 CPC전략실장, 경영기획팀, 금융OPC팀, 기획 관리와 경영혁신 부문을 두루 거쳤다. 단순한 회계형 재무통보다는 영업과 기획을 연결할 줄 아는 관리형 CEO에 가깝다.
한화손보가 최근 몇 년간 보여준 행보를 보면 나 대표를 신임한 이유가 더 분명해진다. 나 대표는 설계사 조직을 키우고 캐롯손해보험과의 합병을 추진하는 동시에 자본적정성 관리도 병행해야 했다. 그는 외형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킥스비율과 기본자본비율의 급격한 하락을 방어해 냈다. 여성보험을 대표 상품군으로 안착시키고 브랜드를 차별화한 성과를 낸 점도 고무적이다.
나 대표의 주요 성과는 외형 확대와 상품 차별화, 자본적정성 관리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데 있다. 보험업은 영업을 키울수록 자본 부담과 손익 변동성이 함께 커지는 구조다. 성장과 건전성을 함께 관리하는 건 쉽지 않은 과제다. 최근 연임 역시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어가라는 그룹의 재신임으로 읽힌다.
◇이석현, 내실 경영 속 수익 극대화 방점 현대해상은 지난해 내실 경영이 중요해진 시점에 맞춰 기획과 보험 실무를 두루 경험한 이석현 대표(
사진)를 낙점했다. 이 대표는 대표이사로 부임하기 직전 CPC전략부문장을 맡았다. CPC전략부문은 마케팅기획본부와 장기보험부문을 통합해 만든 핵심 조직이다. 보험계약마진(CSM)과 자본적정성을 전사적으로 관리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이 대표의 경력은 현대해상이 왜 그를 신임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기획실장과 경영기획본부장을 거친 뒤 자동차업무본부장, 자동차보험부문장, CPC전략부문장을 맡았다. 주요 사업 축을 폭넓게 경험한 셈이다. 상품, 채널, 기획, 자동차보험 실무를 모두 거친 이력은 내실 경영의 핵심 요소다. 어떤 상품이 수익성을 높이고 어떤 채널이 비용 부담을 키우는지 판단하기 수월하다는 측면에서다.
대표 내정 당시 현대해상이 제시한 과제도 이와 정확히 맞물렸다. 당시 현대해상은 장기 건강보험 중심의 CSM 배율 증대와 자본적정성 지표 방어를 위한 ALM 역량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았다. 성장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CSM을 쌓고 자본을 관리하느냐에 방점을 찍었다. 이 대표의 기획형 이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이 대표에겐 최연소 단독 대표, 파격 인사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는 세대교체라는 상징과 함께 현대해상이 그에게 강한 신임을 보냈다는 의미로 읽힌다. 현대해상이 과거 기업보험 중심의 인사 기조서 벗어나 장기보험과 상품 수익성 관리 역량을 갖춘 인물을 전면에 세웠다는 점도 눈에 띈다. 단독 대표 체제로 복귀한 것 역시 수익성 회복과 조직 재정비 과제를 한 사람에게 집중하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