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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배당 돋보기

실효성 없다던 준비금 완화조치, 금융지주는 웃었다

KB라이프 2000억대, 신한라이프 8000억대 부담 완화…90% 이상 배당성향 뒷받침

강용규 기자  2025-02-26 14:58:38
2024년 결산배당을 앞두고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배당가능이익 마련을 위해 자본적정성이 건전한 보험사에 한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준비금 적립으로 인해 배당가능이익이 잠식된 보험사들이 자본적정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작 이 조치의 수혜를 본 것은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 보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금융지주들이었다. 특히 두 금융지주 계열의 생명보험사들이 안정적인 자본적정성 관리를 바탕으로 지급여력비율을 기준치 이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하면서 90%가 넘는 배당성향을 통해 모회사의 밸류업에 기여했다.

◇당국 조치에 수천억대 적립 부담 완화

KB라이프생명보험(KB라이프)는 오는 3월25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1주당 8024원, 총액 1300억원을 배당하는 2024년 기말배당안을 확정한다. 지난해 중간배당으로 1주당 9258원, 총 1500억원을 배당한 것까지 포함하면 연간 기준으로 총 2800억원의 배당을 결의한 것이다.

KB라이프는 2024년 순이익 2999억원을 거뒀다. 이를 기준으로 산출한 배당성향은 93.4%다. 2023년에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으나 단 1년만에 배당성향을 대폭 끌어올려 모회사 KB금융지주에 이익의 대부분을 밀어올렸다.

신한라이프생명보험(신한라이프)도 3월25일 주주총회에서 1주당 3271원, 총액 3783억원의 2024년 기말배당안을 승인받을 예정이다. 지난해 1주당 1297원, 총 1500억원의 중간배당을 포함하면 2024년 총 배당액은 5283억원이다. 이 해 신한라이프는 순이익 5337억원을 거뒀다. 무려 99%를 신한금융지주에 보낸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두 보험사는 이 정도로 높은 수준의 배당성향을 보일 수 없었을 공산이 크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의 부담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부채가 감독규정상의 해약환급금에 미달하는 경우 그 금액을 이익잉여금 내에 적립하는 법정 준비금이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으로 KB라이프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잔액이 1조1144억원으로 집계됐으나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액이 7904억원에 그쳐 3240억원을 더 쌓아야 했다. 신한라이프 역시 잔액 4조3118억원을 채우기 위해 8626억원의 추가 적립이 필요했다.

이 기간 양사 모두 미처분이익잉여금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예정액을 웃도는 만큼 준비금 적립에 따른 자본관리상의 부담은 없었다. 다만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준비금 적립에 투입하는 것은 배당 등 주주환원 여력이 그만큼 제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은 자본적정성이 우수한 보험사들까지 준비금 적립 부담으로 인해 주주환원이 위축될 것을 우려해 지급여력비율(K-ICS비율, 킥스비율)이 경과조치 전 기준으로 200%를 넘는 보험사에 한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을 20% 낮추도록 조치했다.

KB라이프와 신한라이프는 2024년 말 가결산 기준으로 배당 실시 전 킥스비율이 각각 271.2%, 215%로 집계됐다. 이에 KB라이프는 한 해 순이익에 근접한 2229억원, 신한라이프는 순이익보다 큰 8624억원의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했으며 양사는 이를 토대로 배당성향 90%가 넘는 고배당을 실시한 것이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손해보험 자회사인 KB손해보험과 신한EZ손해보험은 이 조치의 수혜를 보지 못했다. KB손보는 연말 기준 킥스비율이 188.1%로 기준치인 200%에 미달했고 신한EZ손보는 순손실 174억원을 봐 배당 실시 여력이 부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상장사들은 수혜 못 봤지만…실효성 전혀 없지는 않았다

애초 증권업계에서는 당국의 준비금 부담 완화조치가 상장 보험사의 배당 확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킥스비율이 200%를 웃도는 상장 보험사는 배당가능이익을 충분히 확보했거나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적립하지 않아도 되는 반면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지 못한 보험사들은 킥스비율이 200%를 하회했기 때문이다.

2023년 배당을 실시한 8개 상장 보험사 중 한화생명, 동양생명, 현대해상, 한화손보 등 4개사가 준비금 적립으로 인해 배당가능이익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킥스비율이 200%에 미달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2024년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 이들은 2024년 결산배당안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비상장사 중에는 KB라이프와 신한라이프처럼 이 조치의 수혜를 볼 수 있는 보험사들이 있었다. 이들은 모회사인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배당 확대가 모회사의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일반주주의 주주가치 제고로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조치의 수혜를 보는 보험사들은 해가 지날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준비금 적립부담 완화조치의 적용 킥스비율 기준을 현행 200%에서 해마다 10%p(포인트)씩 낮춰 2029년에는 금융감독원의 킥스비율 관리 권고 기준인 150%까지 낮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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