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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현실로 다가오는 첫 자본확충 가능성

실적 신기록에도 지급여력비율 악화 못 막아…정관 정비로 근거 마련

강용규 기자  2025-03-07 09:15:47
보험사 자본관리 과제가 무거워지며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 증권을 발행해 외부로부터 자본을 확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러한 업계 차원의 행보에서 멀찍이 벗어나 있었다. 순수하게 자력으로만 자본적정성을 관리해왔을 뿐 외부에서 자본을 조달한 사례가 없다.

최근에는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자체 능력만으로 경영환경 악화에 대응하는 것이 어려워면서 삼성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의 관리 목표치를 계속해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여기에 밸류업을 위한 초과자본 확보의 필요성까지 커지면서 이제는 자본성 증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다가오는 주주총회에서 그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표준정관 반영 VS 자본확충 사전 준비' 엇갈리는 시선

삼성생명은 20일 열리는 2025년 정기주주총회에서 2024년도 재무제표 및 배당, 정관 변경 및 기타 정관 정비,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등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이 중 정관 개정 및 기타 정관 정비 안건에는 사채의 발행 및 전자등록과 관련한 내용을 신설하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

이 안건이 승인되면 삼성생명은 자본성 증권 발행의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삼성생명의 특별관계자 보통주 지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4.14%다.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인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총 발행주식수의 3분의 1 이상을 큰 무리 없이 충족할 수 있는 만큼 안건의 승인 가능성은 매우 높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제정한 상장회사 표준정관을 반영하기 위한 정관 정비"라며 "당장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생명은 앞서 2월 진행한 2024년 4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자본성 증권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3분기까지만 해도 외부로부터의 자본확충 가능성에 선을 그었으나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그동안 삼성생명의 정관에 자본성 증권 발행의 근거가 없었던 것은 자체 역량만으로 자본적정성을 준수하게 관리해 온 만큼 외부 자본확충을 고려할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이제는 자본적정성의 자력 관리가 어려워진 만큼 본격적인 자본확충을 위한 사전 준비에 나서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정성을 자랑해 온 삼성생명마저 외부 조달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 곧 보험사 자본관리 과제의 무거움을 상징한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금리 하락 본격화·밸류업 재원 마련 '2중 압력'

삼성생명은 2023년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218.8%로 집계됐다. 대형 금융지주계열 생보사나 본사 차원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자본을 관리하는 일부 외국계 보험사들을 제외하면 생보업권 내에서 가장 높았다. 당시 삼성·교보·한화 등 생보 ‘빅3’ 중 지급여력비율이 200%를 웃돈 것은 삼성생명이 유일했다.

2024년 초 삼성생명은 지급여력비율 관리 목표치를 200~220%로 제시했다.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조치의 시행으로 보험사들의 자본 축소 압력이 거세졌지만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금리 하락이 본격화하면서 자산 대비 부채의 잔존만기(듀레이션)가 긴 보험사 자산구조의 취약점도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3분기 말 지급여력비율이 193.5%까지 낮아지자 지급여력비율 관리 목표를 180~190%로 하향 조정했다. 이어 4분기 말 잠정치 기준으로 지표가 180%까지 떨어지자 관리 목표 역시 150%까지 재차 낮췄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역대 최대실적인 순이익 2조1068억원을 거뒀다. 이익 창출능력에 문제가 없음에도 자본적정성의 악화를 막지 못했을 정도로 보험업계가 마주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음을 의미한다.

밸류업 프로그램 이행을 위해 초과 자본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점 역시 삼성생명이 자본확충에 나설 당위성이다. 삼성생명은 아직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38%의 주주환원율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중기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경영환경이 극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삼성생명의 첫 자본성 증권 발행이 조만간 추진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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