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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조직 분석

달라진 신한금융 CFO 위상, KB금융 따라가나

③기존 5명 모두 지주 CFO로 정점…천상영 CFO부터 존재감 확대

조은아 기자  2025-04-15 07:52:19

편집자주

지주사의 경쟁력은 인물에서 나온다. 자회사 지원이나 매각은 물론 그룹 차원의 M&A나 투자 등 신사업 발굴이 모두 지주사에서 결정된다. 개인의 판단력, 분석력, 추진력이 필수로 요구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금융지주 아래 은행을 비롯해 모든 계열사가 나란히 놓여있는 금융지주들에겐 더 말할 것도 없다. 금융지주사를 구성하는 핵심 인물들과 함께 지주사 차원의 경영 전략을 조명한다.
인사에 어느 정도의 규칙이 있다는 건 '양날의 검‘이다.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정해진 수순이 있다는 건 다소 힘이 빠지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내 자리가 승진 혹은 영전을 위한 '등용문'인지 혹은 경력을 마무리하는 자리인지 안다는 건 개인은 물론 조직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두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바로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다. KB금융지주에선 CFO가 요직 중의 요직으로 꼽힌다. 앞날이 보장되는 자리다. 반면 신한금융지주에선 딱히 그렇지 않다.

◇5명 모두 지주 CFO로 정점 찍어

과거 신한금융지주 CFO의 경력을 살펴보면 대동소이하다. 대부분 신한은행에서 전략·기획, 재무, 글로벌 등 다양한 업무를 거쳤다. 은행업에 대한 기초가 확실한 상태에서 다른 역량을 폭넓게 갖춘 인재를 발탁해왔다.

전임 CFO 면면을 보면 모두 신한은행 출신이다. 2014년부터 최근 10년 CFO를 지낸 인물은 임보혁·장동기·류승헌·노용훈·이태경 부사장 등 5명이다. 이들 대부분 입행 초기 신한은행 재무나 자금, 전략·기획 쪽에서 경력을 쌓고 영업점에서 현장 경험을 쌓았다.

2020년부터는 CFO 이력에 글로벌 전문성이 추가됐다. 이 시기 신한금융은 비은행 및 해외 현지 금융회사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성장과 포트폴리로 다변화를 추진했다. 이들 5명은 길게는 3년 짧게는 1년 정도 자리를 지켰다. 예외 없이 부사장(부사장보)를 지내는 등 재직 기간 입지가 탄탄했다.

마무리는 어땠을까. 대부분이 지주 CFO 시절 정점을 찍었다. 이후 영전하거나 승진한 사람은 없다. 그대로 회사를 떠나거나 고문을 지낸 뒤 계열사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임보혁 전 부사장은 3개월간 신한은행 고문을 지내다가 신한생명 부사장으로 돌아왔다. 류승헌 전 부사장 역시 신한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부사장을 지냈다.

장동기 전 부사장은 지주 CFO를 끝으로 신한금융에서의 경력을 마무리했다. 현재는 현업에서 떠나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노용훈 전 부사장 역시 지주 CFO를 지낸 뒤 신한금융을 떠나 현재는 예가람저축은행 대표를 맡고 있다. 가장 최근 CFO를 지냈던 이태경 전 부사장 역시 그룹을 떠났다.


이는 지주 CFO가 그룹의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에 오르는 사례가 많은 KB금융과 대조적이다. KB금융의 CFO 중용은 금융권에서도 유명하다. 10년 사이 KB금융지주 CFO를 지낸 인물 가운데 계열사 대표로 이동하지 않은 인물은 서영호 전 부사장 한명뿐이다. 가장 최근 CFO를 지냈던 김재관 전 부사장 역시 예외 없이 KB국민카드 대표로 이동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허정수 전 KB생명보험 대표, 이재근 전 KB국민은행 은행장, 김기환 전 KB손해보험 대표, 이환주 현 KB국민은행 은행장 등 라인업이 매우 화려하다.

두 회사의 차이가 비롯된 가장 큰 배경으로는 전임 회장의 성향이 꼽힌다. 윤종규 전 회장은 9년간 KB금융을 이끌었다. 이 시기 일관된 인사 기조를 보여왔던 만큼 KB금융 전반에 윤 전 회장의 인사철학이 자리잡았다. 윤 전 회장부터가 지주 CFO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계열사 대표가 되려면 재무는 알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반면 신한금융의 경우 조용병 전 회장은 인사, 기획, 영업에 해외 경험까지 갖추고 있지만 재무 쪽을 깊게 들여다본 경험은 없다. 진옥동 회장 역시 영업통으로 분류된다.

◇역할 확대, 높아진 위상

최근 들어선 신한금융지주에서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2024년부터 CFO를 맡고 있는 천상영 부사장은 기존 CFO들과 비교해 한층 존재감이 뚜렷하다. 그가 CFO를 맡은 이후 지주 재무부문의 역할이 확대되고 조직 규모 역시 커졌기 때문이다.

2023년까지 지주 재무부문은 산하에 재무팀, 회계본부(회계팀, 내부회계관리팀), IR팀 등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2024년부터 산하에 재무팀, 회계파트(회계팀, 내부회계관리팀), IR파트(IR팀), 사업지원파트(사업지원팀)을 두고 있다. 사업지원파트가 재무부문 산하 조직으로 새롭게 편제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사업지원파트는 2023년까지 그룹원신한부문 아래 별도 조직으로 운영되던 곳이다.

천 부사장은 전임 CFO들과 걸어온 길 역시 다소 다르다. 그는 1994년 입행해 2017년까지 은행에 몸담았고 이후 신한카드로 이동해 3년간 글로벌 사업을 이끌었다. 은행 외 다른 주력 계열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건 천 부사장이 처음이다. 재무 쪽에서 근무한 경험은 오히려 거의 없다. 최근 10년 사이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금융지주에서의 역할을 살펴보면 전략과 경영관리, 글로벌 관련 부서에서 주로 근무했다.

특히 2020년부터는 지주에서 원신한전략팀 팀장, 경영관리2팀 팀장, 경영관리팀 본부장, 원신한지원팀 본부장 등을 지냈다. 원신한전략팀과 원신한지원팀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 조용병 회장과 진옥동 회장이 각각 만든 조직이다. 기존 재무 경험이 많지 않은 인물에게 재무를 맡겨 새로운 과제를 부여함과 동시에 능력을 발휘하고 또 인정받을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KB금융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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