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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는 지금

농협생명, 대표 선임 관행이 남긴 아쉬움

③비전문가 선임 기조 지속…연임 없이 2년 임기만 수행

조은아 기자  2025-07-14 07:50:55

편집자주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삼성·한화·교보'의 빅3로 재편된 지 오래다. 그간 많은 도전자들이 빅3의 아성을 깨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생명보험 시장은 혁신도 경쟁도 없는 '재미없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금융지주들이 보험업 확대에 공을 들이면서 중상위권 업계에선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중하위권 보험사들은 날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 전반을 둘러싼 위험요인은 중하위권 보험사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봤다.
NH농협생명은 농협금융지주의 주력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신용사업·경제사업 분리) 이후 본격 출범했다. 초대 대표이사에는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의 분사 작업을 이끈 나동민 전 대표가 선임돼 안착을 이끌었다. 그는 보험연구원 초대 원장 출신이다.

그러나 나 전 대표 이후 농협생명 대표로 재직한 6명은 모두 농협중앙회 출신이다. 농협생명의 모태가 농협중앙회이긴 하지만 6명 모두 보험업에 오래 재직한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년 임기가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는 점 역시 대표적 '롱텀' 비즈니스인 생명보험업에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초대 대표 제외하면 모두 비전문가

농협생명은 2012년 본격 출범했다. 당시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의 출범 작업을 담당한 인물이 나동민 전 대표다. 그는 2009년 농협에 영입돼 농협중앙회 소속 사업부 형태로 있던 NH농협보험의 대표이자 분사장을 맡았다. 농협이 보험 분사를 책임질 인물을 물색하다 직전까지 보험연구원장으로 재직하던 그를 적격자로 판단하고 영입했다.

그는 보험업에 대한 전문성과 경영 역량을 바탕으로 농협생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재임 기간 매년 평균 15%의 순이익 성장을 이끌어냈다. 현재까지 농협생명의 최장기 대표로 남아있기도 하다. 2009년 11월 취임해 분사 전 2년, 농협생명 시절 3년을 더해 모두 5년 이상 대표를 지냈다.

나 전 대표가 퇴임한 이후 농협생명 대표는 현재까지 농협중앙회 출신들이 선임되고 있다. 김용복, 서기봉, 홍재은, 김인태, 윤해진 전 대표와 현재 재직 중인 박병희 대표 모두 농협중앙회 출신이다.

6명 모두 보험업 경험이 짧다는 공통점이 있다. 농협중앙회로 입사해 금융지주 및 은행에서 경력을 쌓았다. 금융업에 대한 전문성은 높지만 보험 및 자산운용, 리스크 관리 등 난이도가 높은 보험업에서는 상대적으로 전문가에 비해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초부터 농협생명을 이끌고 있는 박병희 대표 역시 2023년 농협생명 부사장으로 오기 전까지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에 몸담았다. 보험업 경력은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연임 없이 2년 임기만 수행, 경쟁력 약화 지적도

이는 올해부터 내부 출신이 이끌고 있는 농협손보와도 대조적이다. 농협손보의 경우 올해부터 송춘수 대표가 이끌고 있다. 내부 출신이 대표에 오른 건 농협손보 출범 이후 송 대표가 처음이다.

그는 보험업에서만 15년 이상 근무한 보험 전문가다. 1990년에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2007년 농작물보험사업팀장을 시작으로 생명보험관리팀장, 보험자산관리팀장을 거쳤고 농협손보 출범 이후 농협손보로 이동했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실무 경험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농협생명이 외부 인사 영입을 아예 검토하지 않은 건 아니다. 농협생명 대표를 선임할 때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긴 했다. 다만 아직까지 현실화한 적은 없다. 특히 2018년 말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킥스) 도입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업에 정통한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됐다. 그러나 역시 보험업 문외한이 대표로 선임됐다.

연임에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나동민 전 대표가 2년 임기를 마친 뒤 1년 연임에 성공해 3년간 회사를 이끈 걸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예외 없이 2년의 임기를 마치면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해진 전 대표 역시 취임 이후 지급여력비율과 보험손익을 큰 폭으로 개선했다는 점에서 일각의 기대를 받았으나 첫 임기를 마친 뒤 내려왔다.

금융권에서도 유독 장수 CEO가 많은 보험업에선 연임 없이 2년의 임기만을 보장하는 건 다소 예외적인 일로 꼽힌다. '끝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 결국 농협생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험업, 특히 생명보험업은 상품 가입기간이 다른 업권보다 훨씬 긴 대표적 롱텀 비즈니스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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