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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는 지금

체질 개선 이뤄낸 농협생명의 과제는

②보유계약 건수 기준 84%가 보장성 보험…그럼에도 업계 최하위 수익성

조은아 기자  2025-07-09 15:58:29

편집자주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삼성·한화·교보'의 빅3로 재편된 지 오래다. 그간 많은 도전자들이 빅3의 아성을 깨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생명보험 시장은 혁신도 경쟁도 없는 '재미없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금융지주들이 보험업 확대에 공을 들이면서 중상위권 업계에선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중하위권 보험사들은 날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 전반을 둘러싼 위험요인은 중하위권 보험사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봤다.
NH농협생명보험의 체질 개선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출범 때부터 포트폴리오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카슈랑스를 통한 저축성 보험 판매가 주를 이뤘던 탓에 보장성 보험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한동안의 성장통 이후 농협생명은 완벽한 체질 개선에 성공한 모양새다. 보장성 보험의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으며 순이익도 안정적인 증가세로 접어들었다. 다만 그럼에도 농협생명의 수익성은 다른 보험사, 그리고 외형 대비 상당히 낮은 편이다. 낮은 자산운용이익률과 농협중앙회에 지급하는 농업지원사업비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보유계약 건수 기준 84%가 보장성 보험

저축성 보험은 단기간 내 외형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일시적으로 환입되는 자금이 커 짧은 기간 내 수입보험료를 늘리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IFRS17 체제하에서 책임준비금에 대한 부담이 크다.

반면 보장성 보험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자상품이다. 일시적으로 환입되는 수입보험료는 적지만 꾸준한 이익을 견인한다. 통상 보장성 보험은 같은 규모의 저축성 보험 계약보다 수수료를 3~4배 이상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수익성이 높은 상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보험사가 책임 준비금 부담도 저축성 보험보다 현저히 낮다.

농협생명이 오랜 기간 포트폴리오 전환을 우선 과제로 삼은 결과 뚜렷한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농협생명이 공개한 계약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보유계약 건수 기준으로 보장성 보험의 비중이 84%(일반계정)에 이르렀다. 반면 저축성 보험의 비중은 16%에 그쳤다. 금액 기준으로는 보장성 보험 75%, 저축성 보험 25%다.

특히 매년 보장성 보험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2022년 건수 기준 보장성 보험 비중이 76%였는데 2023년 4%포인트 높아진 80%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다시 또 4%포인트 높아졌다. 이 기간 저축성 보험의 비중은 2년 연속 4%포인트씩 낮아졌다.


◇순이익 완연한 증가세, 그럼에도 낮은 수익성은 과제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에 나선 2017년 이후 농협생명은 한동안 성장통을 피하지 못했다. 방카슈랑스를 이용해 손쉽게 판매할 수 있는 저축성 보험과 달리 보장성 보험은 초기 사업비가 많이 발생한다. 보장성 보험 비중을 늘렸을 때 이에 따른 실적 감소는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

실제 농협생명의 순이익은 2017년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1500억원 안팎을 유지했지만 2017년 1010억원으로 50%가량 감소한 데 이어 2018년엔 적자로 전환했다. 이후 2019년과 2020년에도 순이익 규모가 440억원대, 690억원대에 그쳤다.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건 2021년이다. 1657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22년엔 최초로 2000억원을 넘겼고 지난해엔 2400억원도 넘겨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그럼에도 농협생명은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운용자산이익률이 낮은 편이고 농업지원사업비 부담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협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2.78%로 나타났다. 전년(2.95%) 대비로도 0.17%포인트 하락했다. 다른 보험사들을 살펴보면 △삼성생명 3.37% △한화생명 3.25% △교보생명 3.51% △신한라이프 3.12% △동양생명 3.83% 등으로 모두 농협생명보다 높았다.


농협생명의 총자산이익률(ROA)와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업계 평균보다 낮은 편이다. 지난해 농협생명의 ROA는 0.46%로 나타났다. 삼성생명 0.67%, 한화생명 0.48%, 교보생명 0.50%, 신한라이프 0.89%, 동양생명 0.92% 등과 비교해 크게 낮다. 중하위 보험사들과 비교해도 다르지 않다. 농협생명보다 ROA가 낮은 곳은 미래에셋생명(0.42%), IBK연금보험(0.25%), 하나생명(0.19%), KDB생명(0.12%) 등에 그쳤다. ROE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농협생명의 ROE는 4.82%였는데 역시 더 낮은 곳을 찾기 어려웠다.

농협중앙회에 지급하는 농업지원사업비 역시 수익성에 부담이 된다. 영업외손익에 포함되는 농업지원사업비 규모는 2023년 792억원, 2024년 1522억원에 이르렀다. 1년 순이익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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