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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는 지금

농협생명은 왜 '찻잔 속 태풍'에 그쳤을까

①자산 규모 제자리걸음…순이익은 2020년 이후 우상향

조은아 기자  2025-07-09 08:10:40

편집자주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삼성·한화·교보'의 빅3로 재편된 지 오래다. 그간 많은 도전자들이 빅3의 아성을 깨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생명보험 시장은 혁신도 경쟁도 없는 '재미없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금융지주들이 보험업 확대에 공을 들이면서 중상위권 업계에선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중하위권 보험사들은 날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 전반을 둘러싼 위험요인은 중하위권 보험사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봤다.
NH농협생명은 2012년 3월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출범했다. 단번에 업계 4위로 자리잡으며 빅3로 굳어졌던 업계 판도가 드디어 깨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안팎에서 나왔다.

그러나 출범 13년을 맞은 현재 농협생명은 빅3를 따라잡기는커녕 점차 존재감이 흐릿해지고 있다. 다른 보험사들이 빠르게 외형을 확대하는 사이 주춤하면서 자산 순위가 점차 뒤로 밀리고 있다.

◇자산 3% 증가, 자산 순위 5위로

농협생명 출범 당시 자산은 35조3000억원이다. 업계 2~3위를 다투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자산이 60조원대라는 점에서 당장은 격차가 크지만 이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내부 기대감이 컸다. 이 시기 농협생명은 7~8년 안에 자산과 수입보험료 규모를 업계 3위와 대등한 수준으로 가져간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생명은 자산 기준으로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뒤 신한생명과 합병하면서 자산 4위 생보사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몇 년 안에 농협생명 순위는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이 업계 6위 동양생명을 인수하고 ABL생명과 합병하면 자산 기준 5위 생보사가 새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금융지주가 자본력을 앞세워 생보사를 잇달아 사들이면서 가만히 있던 농협생명의 순위가 뒤로 밀린 것도 맞지만 농협생명의 자산이 다른 곳보다 적게 늘어난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최근 10년의 자산 성장세를 살펴보면 농협생명은 2014년 51조7290억원에서 2024년 53조2540억원으로 1조525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이 3%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2위권의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자산 증가세는 훨씬 가팔랐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 자산은 91조원대에서 122조원대로, 교보생명 자산은 80조원대에서 122조원대로 증가했다. 증가율은 한화생명 33%, 교보생명 53%에 이른다. 업계 1위 삼성생명 역시 이 기간 자산이 30%나 증가했다.

상위 생보사뿐만 아니라 중하위 생보사 역시 다르지 않다. 10년 사이 자산 증가율은 미래에셋생명이 35%, 동양생명이 70%, 흥국생명이 19%, 메트라이프생명이 57%다. 2014년 자산 기준 상위 10개사 가운데 농협생명의 자산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시장 점유율 역시 낮아지고 있다. 자산 기준 시장 점유율은 2015년 7.9%에서 올 1월 말 5.7%로 낮아졌다. 외형을 보여주는 또다른 지표인 수입보험료 기준으로도 점유율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2014년 9.0%에서 올 1월 말 5.4%로 크게 하락했다.


◇체질 개선으로 외형은 축소, 수익성은 개선

농협생명이 외형 확대에 계속 소극적이었던 건 아니다. 출범 5년 만인 2017년 자산이 63조원대로 늘어났고 2020년엔 67조원대까지 늘어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저축성 보험 판매를 줄이는 대신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렸고 이는 자산 축소로 이어졌다.

농협생명은 출범한 이후 줄곧 상품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고민이 컸다. 지역단위조합과 은행 계열사의 판매창구를 활용한 방카슈랑스를 기반으로 성장해 오면서 저축성 보험 자산 비중이 90%(판매 건수 기준)에 이르렀다.

저축성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는 보험사가 매출을 늘리고 외형을 확대하는 데에는 유리하지만 수익성이 낮고 IFRS17 회계기준 체제에선 자본 구조를 악화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체질 개선 결과 외형은 줄었지만 순이익 측면에선 확실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순이익이 뚜렷하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1493억원이던 순이익은 지난해 말 2461억원으로 65% 증가했다. 이 기간 빅3의 순이익 증가율은 삼성생명이 31%, 한화생명이 74%, 교보생명이 45%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엔 역대 최대 수준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부침도 거의 사라졌다. 10년 사이 농협생명 순이익을 살펴보면 2018년 순손실을 내고 2019년과 2020년엔 순이익이 각각 400억원대, 600억원대에 머무는 등 부침이 컸다. 그러나 2021년부터는 2023년을 제외하면 꾸준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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