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삼성·한화·교보'의 빅3로 재편된 지 오래다. 그간 많은 도전자들이 빅3의 아성을 깨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생명보험 시장은 혁신도 경쟁도 없는 '재미없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금융지주들이 보험업 확대에 공을 들이면서 중상위권 업계에선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중하위권 보험사들은 날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 전반을 둘러싼 위험요인은 중하위권 보험사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봤다.
미래에셋생명은 2005년 미래에셋이 SK생명을 인수하면서 출범했다. 증권, 자산운용 등 금융투자 부문에 치중돼 있던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보완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박현주 회장은 "궁극적으로는 워렌 버핏이 만든 '버크셔 해서웨이'와 같은 고수익 대형 투자회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판을 키울 무기로는 자산운용 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변액보험을 제시했다.
어느덧 미래에셋생명이 출범한 지 20년이 지났다. 당시 내세웠던 대로 변액보험 시장에서 불변의 강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지만 외형이나 수익성 측면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출범 20년, 변액보험 시장의 확실한 강자 미래에셋은 1997년 설립 이래 공격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왔다. 이례 없는 빠른 성장을 거듭한 만큼 미래에셋의 보험업 진출을 놓고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래에셋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여럿 달고 다닐 정도로 증권과 자산운용 업계에서 대표적인 혁신기업으로 통했다.
과거 보여줬던 공격적 스타일만큼 SK생명의 변신도 빨랐다. SK생명은 미래에셋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지 단 2주 만에 사명 변경, 간판 교체, CI 통일 작업을 완료했다. 미래에셋증권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출범 직후부터 미래에셋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변액보험 판매에 주력했다.
변액보험은 투자 성과에 따라 보험금 지급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에 자산운용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자산운용 시장에서 발휘해온 경쟁력을 한껏 활용할 수 있는 변액보험에 매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후 2016년 영국 푸르덴셜그룹의 한국법인인 PCA생명을 인수하면서 변액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했다.
현재 미래에셋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변액보험 부문에선 압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1분기 기준 변액보험 시장에서 27.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업계 1위를 유지했다. 다른 대형 생보사들이 1000억원 미만 초회보험료를 기록했는데 미래에셋생명은 단독으로 2400억원 이상을 기록해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줬다.
시장 점유율은 물론 수익률 역시 1위를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총자산 수익률은 41.9%에 이른다. 변액보험 상품을 운영하고 있는 다른 생보사의 수익률은 15~20%를 오간다.
◇지난해 자산은 8위, 순이익은 13위 지난해 미래에셋생명의 자산은 32조4040억원으로 전체 생보사 가운데 8위에 그쳤다.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했을 때 자산은 8조원가량 증가했으나 순위는 6위에서 두 계단 하락했다. 10년 사이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 등 자본력을 내세운 금융지주가 보험사를 인수한 뒤 기존 보험사와 합병하면서 덩치를 크게 불렸기 때문이다.
순이익 기준으로는 순위가 더 떨어진다. 13위에 머물렀다. 자산 규모와 비교해도 한창 낮은 순위다. 특히 실적 부침이 큰 편이다. 2015년 순이익이 1000억원을 넘겼으나 2016년 200억원대까지 줄었다. 지난해 다시 1000억원을 넘기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다.
이는 미래에셋생명의 포트폴리오에서 비롯됐다. 변액보험 시장 자체가 상당히 불안정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변액보험은 가입자들이 납부한 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을 제외한 돈으로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증시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저금리와 주가 상승기에 관심이 높아진다.
실제 2021년 코스피지수가 3300선을 넘어서는 등 증시가 활황이었을 당시에는 초회보험료가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증시가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변액보험 시장 역시 주춤했다.
올해 증시 활황으로 변액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호재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1~5월 변액보험 신계약 건수는 5만5811건으로 전년 동기(4만2118건) 대비 32.5%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