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보험이 글로벌 사업에 남다른 성과를 낸 데는 김동원 최고글로벌책임자(CGO)의 지분이 크다. 글로벌 진출 전략을 착실하게 준비한 덕분에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
오랜 기간 공들여 온 인도네시아에선 금융 지주사를 설립할 가능성도 감지된다. 최근 노부은행(Nobu Bank)을 인수하면서 현지 당국의 지주사 설립 의무 요건을 대부분 충족했다. 김동원 CGO의 글로벌 성과가 하나둘 쌓이면서 한화그룹의 경영 승계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생명, 금융위 해외 진출 '규제 완화' 최대 수혜 한화생명이 지난 6월 인도네시아의 노부은행 인수를 완료한 지 한 달 만에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두 인수 모두 국내 보험사가 은행, 증권에 진출한 최초 사례다. 그 중심에는 김동원 CGO가 있다.
김 CGO의 남다른 추진력과 전략적인 판단 덕분이다. 한화생명의 노부은행 인수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2023년 7월 금융회사의 해외 자회사 소유 범위를 확대한 뒤 성사한 첫 인수합병(M&A) 사례다. 당시 금융위는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보험사의 해외 은행 인수, 여신금융회사의 렌터카 업체 인수 등 해외 진출 요건을 완화했다.
한화생명은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데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판단하고 발 빠르게 인니 노부은행 인수에 착수했다. 김 CGO는 규제가 풀리기 수년 전부터 은행업 진출을 포함한 글로벌 로드맵을 짜놨다. 그 일환으로 2023년 글로벌전략실과 경영전략실 핵심 인력 11명을 뽑아 태스크포스(TF)를 조직했다. 노부은행 인수를 위해 전략적으로 전문 인력과 자원을 전면 투입한 것이다.
한화생명은 금융당국이 해외 진출 규제를 완화한 지 10개월 만에 리포그룹(Lippo Group)과 노부은행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했다. 이후 까다롭기로 소문난 OJK 승인 심사도 1년 2개월 만에 통과했다. 김 CGO가 이전부터 리포그룹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덕분이다.
김 CGO는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존 리아디 리포그룹 대표와는 2016년에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인연을 맺었다. 김 CGO를 중심으로 한화생명이 인니 재계 6위 리포그룹과 지속적으로 교류한 데다 공동 경영을 위한 정합적 협의를 맺어서 OJK의 심사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리포그룹은 금융·부동산·유통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면서 현지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했다.
김 CGO의 체계적인 준비 덕분에 벨로시티 인수 역시 신속하게 마무리 지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11월 벨로시티 지분 75%를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이후 8개월 만에 현지 당국 승인 심사를 포함한 인수 작업을 최종 완료했다.
◇현지 시장 안착, 인니 지주사 전환 성과도 기대 김 CGO가 수년간 매진한 글로벌 사업이 분기점을 맞았다. 해외 은행업과 증권업 인수를 마무리한 시점에서 집중해야 할 과제는 리스크관리와 규제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한화생명의 디지털 역량을 현지 금융 환경에 맞춰 주입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현지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조직 문화를 융합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여러 금융 계열사를 둔 인도네시아에서는 향후 지주사를 출범할 가능성도 감지된다. 현지 금융복합그룹 규정에 따르면 일정 조건 충족 시 반드시 지주사를 설립해야 한다. 한화생명에 적용되는 기준은 총자산이 1조7000억원가량에서 8조5000억원가량 미만에 서로 다른 분야의 금융기관을 3개 이상 보유했다는 지점이다.
한화생명은 한화생명인도네시아, 리포손해보험뿐만 아니라 한화자산운용의 손자회사인 칩타다나증권을 거느리고 있다. 3조원 규모의 노부은행을 인수하면서 총자산 기준에도 부합하게 됐다. 다만 총자산 요건을 6개월 이상 유지할 때 지주사 설립 의무가 생기는 데다, 설립하는 데도 일정 기한이 부여돼 실제 지주사를 설립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전망이다. 한화생명은 해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김 CGO의 금융그룹 리더십에 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재 한화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오너 일가는 경영권을 승계할 채비를 하는 모양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3월 보유하던 한화 지분 22.65% 중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한화가 한화그룹에서 지주사 격인 회사다 보니 해당 지분 증여를 경영 승계로 풀이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향후 한화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금융 계열사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그룹에서 분리돼야 한다. 김 CGO가 글로벌 지주 체제를 수월하게 안착할 경우 그룹 계열분리 이후 독립할 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보다 더 공고히 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