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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자사주 활용법

신한금융, M&A에 전방위 활용…이제는 '소각' 중심으로

오렌지라이프 인수 위해 자사주 취득 시작…주가 하락 방지 복합전략 펼쳐

노윤주 기자  2026-04-01 07:34:08

편집자주

기업에게 자사주는 오너 경영권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주가를 부양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반면 오너 없는 기업이자 자본비율 규제까지 받는 금융지주의 자사주 활용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금융지주는 현시점 어떤 기업보다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면서 주가 부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까지 시행되면서 금융지주의 자사주 활용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금융지주가 그간 자사주를 어떻게 써왔고 앞으로 어떻게 쓸 것인지 히스토리를 살펴본다.
신한금융의 자사주 전략은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 완전자회사 편입 전후로 나뉜다. 2018년 처음 자사주를 취득을 결정한 신한금융은 그 후 약 1년만에 이를 오렌지라이프 지분 교환에 투입했다. 딜 이후에도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 교환 물량 매도로 인한 오버행 방지 등에도 자사주를 사용했다.

현재는 자사주를 쌓아두지 않는다.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취득과 동시에 소각하는 방향이 굳어졌다. 이익과 비례하게 추진하면서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린 1조2500억원의 자사주를 취득했고 이 역시 소각 대기 중이다. 이에 보유 중인 자사주 물량도 많지 않아 개정 상법을 대응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전방위로 쓰인 자사주

신한금융이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 건 2018년 9월이다. 그해 9월 이사회 결의 후 이듬해까지 1677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당시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1%선이었다. 자사주를 취득했던 2019년 3분기 말 기준 신한금융의 CET1은 11.38%였다.

자사주 취득 목적은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인수였다. 신한금융은 2019년 11월 9600억원 상당의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40.85%를 양수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해 말까지 취득 완료한 보유 자사주 1388만2062주(6016억원)와 신주 820만주(3567억원)를 조합해 주식 교환 대가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자사주를 사들이면 그만큼 자본이 차감돼 CET1이 일시적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오렌지라이프 지분 교환에 자사주를 쓰는 순간 상황이 달라진다. 자사주가 소진되면서 줄었던 자본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 부채비율 등 지표 개선을 노릴 수 있는 전략이었다.

딜은 2020년 마무리됐는데 신한금융에게는 후속 과제가 남았다. 인수 과정에서 신주를 발행했기에 지분이 희석되고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또 오렌지라이프 측이 교환 과정에서 취득한 신한금융 주식도 문제였다. 상법상 자회사는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취득한 모회사 지분을 6개월 이내 처분해야 한다. 이 물량이 시장에 한꺼번에 풀릴 경우 오버행이 불가피했다.

신한금융은 이 때도 자사주로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자본시장법상 자사주는 기존 자사주 처분 후 3개월이 지나야 신규 취득이 가능하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와 지분 교환을 완료했던 날을 '처분한 날'로 삼고 세 달이 지난 직후 바로 1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장내에서 취득했다.

그리고 오렌지라이프가 270억원 규모 신한금융 주식을 팔아야 할 시점이 오자 앞서 취득한 자사주 503만5658주 소각을 결정했다. 선제적으로 시장에서 자사주를 사들여 오렌지라이프 물량이 쏟아져도 오버행이 발생하지 않게 흡수하는 전략이었다.


◇CET1 비율 안정적 회복…주주가치 제고 위한 취득·소각 계속

오렌지라이프 딜 이후 신한금융의 자사주 전략은 소각 중심으로 재편됐다. 2022년에는 4월 366만5423주, 11월 414만9262주를 잇달아 소각했다. 이 무렵부터 취득과 소각을 이사회에서 함께 결의하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자사주 용도를 열어두는 대신 처음부터 소각을 전제로 취득하는 구조다.

소각 규모는 해마다 불어났다. 2023년에는 네 차례에 걸쳐 총 4860억원을 소각했다. 2024년에는 4500억원을 소각 처리했다. 지난해에는 두 번에 9000억원 소각하면서 연간 규모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또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취득한 8000억원 상당 자사주도 2026년 2월 6일 소각을 완료했다.

신한금융의 2025년 사업보고서에는 자사주 잔고 833만7535주(1.72%)가 남아 있지만 전량 소각이 예정돼 있다. 2월 체결한 신탁계약 취득분도 7월 전액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취득 즉시 소각을 원칙을 이어간다.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의무 소각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잔량 부담이 없는 신한금융은 사실상 선제적으로 이 과제를 해결해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자사주 취득을 이어가기에 무리가 없도록 재무 건전성도 끌어올려 뒀다. 신한금융의 CET1 비율은 2022년 말 12.79%에서 2025년 말 13.33%까지 올라섰다. 신한금융은 2027년까지 CET1 13% 이상을 유지하면서 자사주 매입·소각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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