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금융지주 경쟁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은행의 이자이익 규모가 실적과 순위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경쟁력은 물론 자본관리 능력, 미래 성장 전략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올해 1분기 실적은 금융지주의 경쟁 무대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5대 금융지주의 1분기 실적에서 드러난 공통 키워드를 짚어봤다.
금융지주의 역할은 점차 달라지고 있다. 기업금융과 자산관리(WM), 연금, 디지털 플랫폼 등으로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는 분위기다. 자금의 흐름을 조율하고 배분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커지는 '자금 연결자' 역할
과거 금융지주의 성장 공식은 비교적 단순했다. 은행 대출을 늘리고 예대마진을 확대해 이익을 키우는 구조였다. 실제 국내 금융지주들은 오랜 기간 가계대출과 부동산 금융 중심 전략을 통해 외형을 빠르게 키워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가계대출 성장세가 둔화한 데다 부동산 금융 편중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금융권에 생산적 금융 확대를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단순 담보대출 중심 금융에서 벗어나 기업과 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주요 금융지주들도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연금,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대출 확대보다 기업 투자와 자금 조달, 고객 자산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기업금융 역할이 한층 커지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이차전지, 바이오 등 미래 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면서 금융지주들도 관련 조직과 투자 역량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본시장 기능 확대 역시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 단순 예금과 대출을 넘어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 투자금융(IB), 자산관리 등으로 금융지주의 역할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나타나는 부동산 자금의 증시 이동 흐름 역시 금융지주의 전략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 확대도 금융지주 역할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은행과 증권, 보험 계열사를 동시에 보유한 금융지주들은 연금과 투자, 자산관리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고객 기반 확대에 나서고 있다. 단순 예금·대출 관계를 넘어 고객 자산 전반을 관리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AI·데이터 경쟁 본격화…금융지주 플랫폼 전략 재편
AI와 디지털 투자 확대 역시 금융지주의 역할 변화와 맞물려 있다. 과거 디지털 전환이 단순 비용 절감과 비대면 채널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실제 주요 금융지주들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기반 서비스 확대와 디지털 플랫폼 고도화 계획을 잇달아 제시했다. 단순 챗봇이나 업무 자동화를 넘어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리스크관리, 마케팅 전반에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은행과 카드, 증권, 보험 고객 데이터를 연결해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룹 내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전략이다. 고객 한 명을 두고 개별 계열사가 경쟁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그룹 전체 플랫폼 안에서 고객 자산과 소비, 투자 흐름을 관리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전략 역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 점포 수 확대 자체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현지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디지털 사업 중심으로 방향이 이동하는 분위기다. 단순 해외 진출보다 현지 자금 흐름과 산업 성장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략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금융지주의 경쟁이 단순 대출 규모나 순이익 경쟁에서 점점 멀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 자산과 투자, 기업금융, 연금, 디지털 서비스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낼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는 돈의 흐름을 어디로 연결하고 어떤 산업과 시장을 키우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금융지주들이 단순 은행 중심 금융회사에서 종합 자금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흐름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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