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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판이 바뀐다

은행만 잘해선 안 된다…달라진 승부 공식

①은행은 기본, 승부는 비은행서 갈려…주주환원·미래 먹거리 경쟁 본격화

조은아 기자  2026-05-15 07:36:54

편집자주

금융지주 경쟁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은행의 이자이익 규모가 실적과 순위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경쟁력은 물론 자본관리 능력, 미래 성장 전략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올해 1분기 실적은 금융지주의 경쟁 무대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5대 금융지주의 1분기 실적에서 드러난 공통 키워드를 짚어봤다.
은행만 잘해서는 더 이상 리딩금융이 될 수 없는 시대다. 올해 1분기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모두 견조한 이익 흐름을 이어갔지만 내용은 예년과 사뭇 달랐다.

증권 계열사의 존재감은 한층 커진 반면 보험 계열사는 다소 주춤했다. 동시에 자본비율과 주주환원, 건전성 관리, 미래 먹거리 확보 여부까지 핵심 경쟁 요소로 떠오르면서 금융지주의 승부 공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 존재감 커졌는데…보험은 한숨

올해 1분기 금융지주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증권 자회사의 약진이다. 증시 거래대금 회복과 금리 안정 영향으로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WM), IB 부문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주요 금융지주의 비은행 실적을 견인했다.

KB금융에서는 KB증권이 기업금융과 자본시장 운용 부문의 동반 성장에 힘입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뤘다. 신한금융 역시 신한투자증권을 중심으로 투자금융과 자산관리 부문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나금융도 하나증권의 실적 개선 흐름이 나타났다. 은행이 실적을 책임지고 비은행이 차별화를 만드는 구조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반면 보험 계열사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해졌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초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가 둔화된 영향이다. 여기에 건강보험 경쟁 심화와 손해율 부담 확대, 투자손익 변동성 등이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KB라이프는 통합 이후 안정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고 신한라이프 역시 건강보험 판매 확대에도 성장성 둔화 부담이 거론된다.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 역시 보험손익과 건전성 관리 부담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는 과거 은행과 보험이 금융지주 실적을 떠받쳤다면 최근에는 증권과 WM이 새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본비율·건전성·미래 성장동력…새 경쟁 공식 떠올라

실적 발표 시즌의 또 다른 화두는 자본관리와 미래 성장동력이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 이후 금융지주들의 핵심 경쟁 지표가 순이익 자체보다 보통주자본(CET1)비율과 자사주 매입·소각 여력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금융지주들은 실적 발표 과정에서 CET1비율 관리와 주주환원 확대 의지를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안정적인 자본비율을 기반으로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병행하겠다는 전략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리딩금융 경쟁과 맞물려 자본관리 역량을 적극 부각했고 하나금융 역시 주주환원 확대 기조를 이어갔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편입 이후 자본비율 관리와 추가적인 자본정책 방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금융지주들은 건전성 관리 부담도 함께 안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점차 안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비은행권 중심의 잠재 부실 우려는 여전하다. 여기에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자영업자 대출 부실 가능성도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미래 먹거리 확보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글로벌과 기업금융, 자산관리 등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과 AI 전환 역시 금융지주 모두의 공통 과제다. 본업 경쟁력을 가를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관련 투자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결국 올해 1분기 실적은 금융지주 경쟁 구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단순 이자이익 규모보다 비은행 경쟁력과 자본관리 역량, 건전성 방어 능력, 미래 성장동력 확보 여부가 금융지주의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 은행은 어느 금융지주나 기본적으로 잘해야 하고 또 잘하고 있는 사업이 됐다"며 "결국 차별화는 다른 곳에서 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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