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이 1분기 호실적을 냈지만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건전성 지표 곳곳에서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기업대출 확대와 경기 둔화 영향으로 부실채권이 빠르게 늘어난 데다 카드사를 중심으로 한 여전업권 연체율 부담에서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올해 금융지주 경쟁의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로 건전성 관리 능력을 꼽고 있다.
◇NPL 13조 돌파…은행 연체율도 일제히 상승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말 NPL(고정이하여신) 규모는 13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보다 14%가량 증가한 것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례 처음이다. 특히 KB·신한·하나금융의 경우 1분기 동안에만 4000억원 이상 NPL이 늘어났다.
특히 KB금융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KB금융의 NPL은 지난해 말 3조628억원에서 올 3월 말 3조5799억원으로 1분기 만에 5171억원(16.9%)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NPL비율은 0.73%로 3개월 만에 0.1%포인트 높아졌다.
이유는 은행에서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시중은행은 상대적으로 우량 차주 중심 영업을 이어오면서 NPL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왔다. 그러나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기업과 개인사업자,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상환 부담이 커졌다.
KB국민은행의 경우 1분기 NPL비율이 0.34%로 지난해 말(0.28%)에서 0.06%포인트 올랐고,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0.28%에서 0.30%로 0.02%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도 동반 상승하면서 추가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원화대출 연체율은 전 분기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의 연체율은 0.35%로 지난해 말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0.28%에서 0.32%로, 하나은행은 0.32%에서 0.39%로 각각 0.04%포인트, 0.07%포인트 상승했다. 우리은행 역시 0.34%에서 0.38%로 올랐다. 하나은행의 경우 2017년 1분기(0.4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연체율을 기록했다.
카드사를 중심으로 한 여전업권의 건전성 부담도 여전하다. 카드사들이 충당금 적립 확대와 부실채권 상·매각, 우량자산 중심의 영업 강화 등을 통해 건전성 관리에 나서면서 연체율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부담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KB국민카드 등 일부 카드사의 1분기 연체율은 직전 분기보다 높아졌다.
◇경기 둔화·PF 부담 겹쳐…건전성 관리 중요성 부각 올해 금융권에서 건전성 우려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경기 둔화와 누적된 고금리 부담, 기업대출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상업용 부동산 관련 여신을 중심으로 부실 부담이 커지면서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중요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우선 내수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가운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업황이 악화되면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됐다. 실제 올해 1분기 일부 은행에서는 개인사업자(소호)와 중소기업 연체율이 역대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 시기 만기 연장이나 상환 유예 조치를 받았던 차주들의 부실이 뒤늦게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확대 역시 연체율 상승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금융 당국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기업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대출 규모 확대와 함께 부실 여신도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상업용 부동산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부담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같은 흐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은행권도 충당금 적립 확대와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등 건전성 관리 기조를 한층 강화하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지주들이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에 집중하는 배경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주주환원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까지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