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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 배당수익으로 지킨 현금흐름 'AI 투자'

본업 현금창출력 둔화에도 관계사 배당으로 OCF 방어…마케팅 테크 전환 뒷받침

김정훈 기자  2026-07-10 11:21:27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제일기획이 관계사 배당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본업에서 들어온 현금은 줄었지만 관계사 배당이 이를 메우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을 지켰고 현금도 늘었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AI(인공지능) 중심 마케팅 테크 기업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관계사 배당에 더해 본업에서 꾸준히 현금을 벌어들이며 AI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지가 제일기획의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본업 현금창출력 둔화…배당수익이 OCF 방어

제일기획은 올해 1분기 본업에서 창출한 현금이 줄었지만 관계사 배당을 활용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전년 수준으로 유지했다.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349억원으로 전년 동기 348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영업에서 창출한 현금은 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4억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분기순이익은 432억원으로 전년 동기 205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순운전자본 변동이 마이너스(-) 185억원을 기록하면서 이익 증가는 곧바로 현금창출력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지탱한 것은 관계사 배당이었다. 올해 1분기 배당금 수취는 4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본업에서 창출한 현금은 줄었지만 관계사 배당금이 유입되면서 전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운전자본 관리는 향후 과제로 남았다. 매출채권 회수에 따른 현금 유입보다 매입채무와 선수수익 감소에 따른 현금 유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면서 순운전자본 변동은 마이너스(-) 185억원을 기록했다. 실제 매출채권은 지난해 말 708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5180억원으로 감소했지만 매입채무도 3900억원에서 2375억원으로 줄었고 선수수익 역시 1845억원에서 1640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관계사 배당에 의존하지 않고 본업에서 꾸준히 현금을 벌어들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유동성은 오히려 개선됐다. 올해 1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360억원으로 지난해 말 1062억원보다 약 300억원 증가했다. 투자와 리스부채 상환 등을 진행하고도 현금을 늘리며 AI 투자와 사업 전환을 이어갈 여력을 확보했다.


◇AI 전환 속도전…현금이 경쟁력 된다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제일기획은 AI 중심 마케팅 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고 제작과 집행을 넘어 AI와 데이터, 리테일을 결합한 사업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 고도화와 플랫폼 경쟁력 확보가 필수다.

회사는 지난 4월 AI 기반 자동 배너 이미지 변환 솔루션 '베리에이드(VariAid)'를 도입했다. 베리에이드는 구글, 네이버, 메타,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의 80개 이상 광고 규격에 맞춰 배너 이미지를 자동 생성하는 솔루션이다. 내부 테스트에서는 광고 심사 통과율이 거의 100%에 달했으며 회사는 이를 활용할 경우 배너당 평균 제작비를 9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는 광고 제작과 운영 방식을 바꾸는 핵심 수단이다. 반복적인 디자인 작업과 규격 변환 업무를 자동화해 인력을 전략 수립과 데이터 분석, 크리에이티브 개발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회사는 AI를 활용해 광고 제작 효율을 높이고 반복 업무를 줄이며 마케팅 테크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방향은 최근 공개한 청사진에서도 확인된다. 제일기획은 지난 5월 '제일 테크 쇼케이스 2026'에서 자체 AI 플랫폼 '커넥트 AI'를 비롯해 생성형 AI 기반 광고 제작 솔루션, 생성형 AI 검색 최적화(GEO) 플랫폼, XR 기반 콘텐츠 제작 기술 등 17개 마케팅 테크 솔루션을 공개하며 '에이전시에서 에이전틱으로(From Agency to Agentic)' 전환을 선언했다. 광고 제작을 넘어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광고주의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증권가도 AI 전략을 수익성 개선의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DB증권은 광고 제작 전반에 AI를 적용하면서 제작 효율 개선과 장기적인 판관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주요 광고주의 마케팅 예산 축소에도 신흥국 시장 확대와 신규 광고주 확보를 통해 실적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전략은 일회성 기술 도입이 아니라 지속적인 플랫폼 고도화가 필요한 만큼 안정적인 투자 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제일기획은 현재 투자 부담이 크지 않아 AI 전략을 이어갈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투자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마이너스(-) 586억원보다 현금 유출 규모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종속기업 투자주식 취득에 따른 일회성 투자 부담이 사라진 가운데 올해는 유형자산과 무형자산 투자 중심으로 자금이 집행됐다. 재무활동현금흐름 역시 리스부채 상환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13억원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관계사 배당이 본업의 현금 변동성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 만큼 앞으로는 본업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며 AI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지가 제일기획의 경쟁력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와 광고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AI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역량이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광고업은 제조업처럼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산업은 아니지만 AI와 데이터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 고도화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관계사 배당은 사업 전환 과정의 재무 부담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본업에서 안정적으로 현금을 벌어들이는 능력이 AI 전략의 지속성과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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