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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분석

애경산업, '애경맨' 떠난 CFO 빈자리 '외부수혈' 가닥

송기복 상무 깜짝 사임, 지주사와 손발 '가습기 살균제·세무조사' 대응 과제

이우찬 기자  2022-12-08 10:33:16
애경그룹이 애경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빈자리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애경맨으로 꼽히는 CFO가 물러난 가운데 이번에는 외부에서 전문가를 수혈할 것으로 관측된다. 애경산업은 재무안정성이 우수하지만 국세청 세무조사,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등 재무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애경산업은 이사회가 8명으로 구성됐다. 사내이사 4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3명 등으로 이뤄졌다. 최근 단행된 애경그룹 정기임원인사로 사내이사를 맡았던 김남수 생활용품사업부 총괄(상무)이 퇴임했다. 김 상무의 빈자리는 인사와 함께 안정태 브랜드마케팅팀장이 꿰찼다. 상무로 승진한 그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사내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다른 빈자리는 송기복 CFO가 맡았던 경영지원부문 총괄(상무)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퇴임 이유에 관해 "확인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룹 쪽에서 성과중심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히면서 송 전 상무가 세무조사 등 외부 위기 대응에서 만족할 수 있는 실적을 달성하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송 전 상무는 그동안 애경산업의 곳간을 책임져 온 정통 애경맨이다. 1970년생으로 중앙대 경영학 학사를 졸업한 뒤 애경산업의 평직원으로 입사했다. 2017년 재무기획 본부장으로 승진하며 임원 배지를 달았다. 2024년 3월까지 임기였으나 이를 채우지 못하게 됐다.


CFO는 정기인사 이후 10일째 공석이다. 애경산업 CFO는 지주사 CFO와 손발을 맞춰야 하는 자리다. 애경산업 이사회 비상무이사에는 이장환 AK홀딩스 CFO가 있다. 이 상무는 롯제정책본부 미래전략센터 수석연구원, 롯데손해보험 대체투자팀장, 롯데손해보험 금융투자그룹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이사회에 두 명의 CFO를 배치한 것은 애경산업의 재무 상황을 그룹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애경산업의 재무는 안팎 상황이 사뭇 다르다. 숫자로 드러나 있는 재무는 우수한 편이다. 애경그룹에서 재무구조가 우수한 계열사로 손꼽힌다. 그룹 상장사 4곳 중 지난해 기준 유일하게 부채비율을 낮춘 곳이다. 그룹 핵심인 백화점유통 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애경케미칼과 함께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 2017년 발생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재무안정성 관리에 집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재무안정성을 유지했다. 올해 9월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861억원이다. 같은 기간 총 차입금은 50억원으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유지한다. 부채비율은 30%가 채 안 된다.

외부로 시선을 돌리면 재무에 영향을 미칠 위험 요인이 있다. 국세청 세무조사와 가습기살균제 피해 지원금 이슈를 꼽을 수 있다. 지난 7월부터 이어진 국세청 세무조사는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세금 관련 조사를 한 것은 맞다"며 "조사 결과는 확인되는 게 없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지원금도 잠재 위험 요인이다. 올 4월 발표된 피해 구제 조정안이 사실상 무산된 이후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한다. 당시 조정안에 따르면 피해 구제를 위한 전체 재원 9240억원 중 애경산업 몫은 680억원가량이었다. 현금성자산의 79%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피해 구제의 종국성 확보, 분담 비율 이견 등으로 이행되지 않았다. 현금성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 지원금 지급, 재무융통성 발휘 등은 신임 CFO의 핵심 과제로 부각됐다.

정기인사에서 내부 인재를 발탁하지 않은 만큼 신임 CFO는 외부에서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외부 충원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한 인사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일반 기업 출신인지, IB 출신이지 여부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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