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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구글 vs 네이버

'컨콜 음성 아카이브'도 구축한 구글 '비교 불가'

[IR]⑨네이버 '최근 분기'로 한정공개, 구글 '창업자 주주서한'도 DB화

박동우 기자  2023-02-17 10:59:20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투자자 소통(IR)'의 본질은 정보 제공에 있다. 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제시하면 투자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과 네이버는 '컨퍼런스콜 내용 공개'에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은 유튜브 채널에 분기별 기업설명회 녹음본을 게시하는 등 '컨퍼런스콜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정보 공개를 심화하는 기조를 채택한 만큼 창업자가 주주들에게 발송한 주주서한부터 외부 컨퍼런스에서 임원이 대담을 나눈 내용까지 일반에 알린다.

네이버는 소극적이다. 최근 분기 실적 발표회로 음성 공개 범위를 한정지었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CEO)의 주주서한 발송 역시 2021년에 '일회성'으로 시도하는 데 그쳤다.

◇구글 IR 플랫폼 '유튜브' 활용

네이버는 '투자 정보' 웹페이지를 구축해 기업 정보를 공개한다. △이사회 구성 △정관 △공시 내역 △일자별 주식 거래 동향 △주주총회 상정 의안 등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했다. 분기 실적 발표 프리젠테이션(PT) 파일부터 감사보고서, 사업보고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의 자료도 게재했다.

자료 공개에 국한하지 않고 투자자가 IR팀에게 면담을 신청할 창구를 열어놓은 점이 돋보인다. 'IR미팅' 페이지가 대표적이다. 투자자가 페이지에 제시된 달력을 살펴 미팅할 수 있는 날짜를 예약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IR협의회가 '상장법인 IR 모범규준'을 통해 "기업은 투자 관계자가 요청하는 미팅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만큼, 정보 제공 수요에 부응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분기 실적 설명회 음성을 대부분 비공개하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2022년 4분기 컨퍼런스콜에 한정해 웹캐스트 파일을 올려놓은 사례가 방증한다.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PT 자료집만 게시돼 있고 녹취 파일은 확인할 수 없다.


이례적으로 인수·합병(M&A) 추진을 둘러싼 컨퍼런스콜 음원을 공개한 사례가 존재한다. 2022년 10월에 패션 중고품 거래 플랫폼 운영사인 포시마크(Poshmark)를 사들이기로 결정 내린 뒤에 투자자와 언론을 대상으로 개최한 설명회가 거론된다.

경영상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한 만큼 인수 배경과 시너지 창출 방안 등을 적극 어필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포시마크가 나스닥 상장사라는 특수성도 감안했다. 주주들에게 상세하게 정보를 안내하는 미국의 기업 문화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대외 소통에 임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은 일찌감치 기업 정보 공개의 '고도화'를 추구했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해 분기 실적 설명회 음원을 게시해왔다. 2015년 4분기 이래 진행된 실적 설명회, 연례 주주 간담회 등 36건의 컨퍼런스콜 녹음본을 공개했다.

이름, 소속 회사명, 전자우편 주소 등 인적사항을 기입해야 청취할 수 있는 네이버와 달리 웹사이트 링크에 접속하면 바로 들을 수 있게 설정했다. 정보의 전달 효과를 끌어올리는 취지에서 컨퍼런스콜 동영상에 자막도 삽입했다. 단순한 실적 발표를 넘어서 질의응답 내용까지 가감없이 공개했다.

설명회에 참여한 임원의 이름과 직책, 인물 사진까지 곁들인 세심함도 돋보인다. 2022년 4분기 컨퍼런스콜에는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 루스 포랏 최고재무책임자(CFO), 필립 쉰들러 최고사업책임자(CBO) 등이 참석했다.

투자은행(IB)업계 등 외부 기관이 주최한 행사에서 임원이 발표한 내용도 정보 공개의 범주에 포함했다. 2022년 5월에 JP모간이 '글로벌 테크놀로지 미디어 컨퍼런스'를 열었는데, 당시 빌 레디 구글 커머스부문 사장이 참석해 대담을 나눴다. 이후 알파벳은 웹페이지에 대화 전문을 게재했다.


◇'일회성'에 그친 네이버 주주서한

주주서한 역시 투자자에게 정보를 알리는 데 유효한 수단이다. 기업설명회 접근에 제약을 받는 알파벳은 '창업자의 편지(Founders' Letter)'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공동 설립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직접 쓴 서한으로, 2004년 기업공개(IPO) 당시 처음 발송했다.

창업자의 편지를 살펴보면 첨단기술에 주안점을 맞춘 사업 비전을 파악할 수 있다. 2015년 지주사 체제가 출범한 직후 알파벳의 주주서한에서 강조된 열쇳말은 '인공지능(AI)'이었다. 래리 페이지는 편지를 통해 "AI가 일상적 업무부터 기후 변화, 암 진단 등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될 수 있다"며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술을 겨냥한 중장기 투자를 약속했다.

반면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법인 설립 이래 한 차례도 주주서한을 보내지 않았다. 네이버 경영진이 주주서한 발송의 첫 발을 뗀 건 2021년이다. 당시 한성숙 대표가 '네이버 커머스의 현재와 미래' 제하의 편지를 썼고, 네이버는 전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당시 라인과 일본 Z홀딩스가 경영 통합을 마무리하고, 이마트·신세계와 자사주를 교환하는 등 굵직한 사건이 이어졌던 흐름과 맞물렸다. 네이버 경영진은 사안의 배경을 설명하는 동시에 사업 계획을 소상히 알릴 필요성을 인식했고,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편지'를 눈여겨봤다. 하지만 최수연 대표가 취임한 2022년 들어 네이버의 주주서한은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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