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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이례적 순이익 컨센선스 발표…이유는

1Q 순이익 1.5조, 연간 목표치의 '30.6%' 달성…타 금융지주 미공개와 대조적

김서영 기자  2023-05-02 14:47:18

편집자주

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KB금융지주가 순이익 목표치를 연이어 밝히면서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나섰다.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순이익 목표치와 달성률을 언급한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KB금융이 먼저 이를 공개한 것이다. 또한 올해 크레딧 코스트 가이던스도 제시했다.

KB금융이 지난해 연말 기업설명회(IR)에 이어 순이익 목표를 밝히면서 주주 친화적인 IR로 나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 목표치와 달성률 공개는 투자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준다. 세부적인 재무 항목을 공개할수록, 장기 실적 목표를 밝힐수록 투자자들의 결정에 도움이 된다. KB금융이 실적 가이던스 공개를 정례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그간 KB금융을 포함한 국내 금융지주들은 순이익 전망이나 목표치를 밝히지 않는 것이 오랜 관행이다. 순이익 자체는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당국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금융당국은 고금리 기조에 따른 은행의 '이자 장사'에 난색을 보이기도 했다.

KB금융이 순이익 가이던스를 처음 제시한 건 올해 2월이다. '2022년 연간 IR'에서 가이던스를 명시적으로 발표하기보단 지난해 쌓은 충당금을 제하는 방식으로 숫자를 밝혔다. 올해 순이익 전망이 대단히 밝고,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에 대한 선제적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면 4조9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사측은 충분한 가이던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KB금융의 순이익 목표치 발표는 연간 실적 발표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열린 '2023년 1분기 실적발표'에서 1분기 순이익 컨센서스를 언급했다. 컨센서스는 사측이 발표하는 가이던스와 달리 증권사에서 추정하는 수치다. KB금융의 순이익 목표치와 시장의 추정치가 일치해 이를 인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영호 KB금융 재무총괄 부사장(CFO)은 1분기 핵심 경영 실적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497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5% 증가한 수준"이라며 "컨센서스와 비교해 6.5% 상회한 결과"라고 말했다.

(출처: KB금융지주 2023년 1분기 실적발표)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KB금융의 올해 1분기 순이익 컨센서스는 1조4000억원이다. 순이익 컨센서스보다 1000억원가량 높은 순이익을 기록한 셈이다. 이는 연간 순이익 목표치인 4조9000억원의 30.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KB금융은 컨센서스를 웃도는 순이익 실적을 두고 축소됐던 비은행 부문의 수익성이 회복된 영향이라고 밝혔다. 올 들어 매크로 불확실성이 확대됐음에도 KB증권과 KB손해보험의 수익성이 안정됐다. KB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18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0.5% 증가했다. 같은 기간 KB손해보험은 2538억원을 기록해 작년 1분기보다 25.7% 증가했다.

순이자마진(NIM)이 상승세를 탄 것도 호실적에 한몫했다. 올해 1분기 그룹 NIM은 2.04%, 은행 NIM은 1.79%를 기록해 전 분기 대비 각각 5bp와 2bp 상승했다. 은행 NIM은 핵심예금이 감소했음에도 자산 리프라이싱과 탄력적인 조달 포트폴리오 관리를 바탕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그룹 NIM은 은행 NIM이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운용자산과 카드채권 수익률이 개선돼 역시 상승했다.

KB금융이 두 번의 IR에서 연달아 순이익 목표치와 달성률 등을 밝히며 앞으로 2~4분기 컨콜에서도 정기적으로 이를 발표할지 관심이 쏠린다.

KB금융이 IR에서 목표치를 밝힌 건 순이익만이 아니다. 크레딧 코스트, 즉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가이던스도 밝혔다. KB금융은 올해 1분기에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이 6682억원으로 다소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작년 1분기 1458억원을 쌓은 것과 비교해 무려 358.3% 증가한 수치다. 금리 상승과 경기 하강 국면에 따른 건전성 악화 우려에 대비해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날 컨콜에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선제적인 일회성 충당금 적립으로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이 크게 늘어났다"며 "올해 크레딧 코스트를 어느 정도 전망하면 좋은지 가이던스를 부탁한다"고 질문했다.

서 부사장은 "크레딧 코스트 가이던스를 드리자면 시장금리 부분이 그룹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과 크레딧 코스트와 가장 연관성이 높다"며 "올해 2~4분기 동안 오르내림을 반복하다가 내년부터 지속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그룹의 크레딧 코스트가 30bp 중반에서 후반 사이에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올해는 이 같은 가이던스가 상당 부분 유지될 것"이라며 "가이던스에서 크게 움직이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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