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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지분가치 트래커

'롯데쇼핑'에서 '롯데지주'로 옮긴 무게추

신동빈 회장 평가액 변화 좌우한 경영권분쟁…가치변동 분수령 사건 '4사합병'

박동우 기자  2023-07-21 08:00:10

편집자주

오너(owner)는 '소유자'다. 보유한 주식을 매개로 회사 또는 기업집단의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상장사 지분은 경영 승계 재원 마련, 상속세 납부 등 오너의 선택에 기여한다. 보유 주식가치 추이를 들여다보면 기업이 지나온 궤적을 살필 수 있다. 경기 변동 등 외부적 요인과 인적 분할, 대규모 투자, 공급계약 체결, 실적 발표 등 기업 내부 요인이 복합 작용한 산물이 '주가 등락'이기 때문이다. THE CFO는 재계 기업집단 총수가 보유한 상장 계열사 지분가치 변화와 기업이 직면했던 사건을 연관지어 추적해 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보유한 주식가치의 무게추는 10년 동안 '롯데쇼핑'에서 '롯데지주'로 옮겨졌다. 지분 평가액의 비중 변화를 관통한 이슈는 경영권 분쟁이었다.

주식가치 변동의 분수령이 된 사건은 2015년 롯데제과 지분 매입과 2017년 4사 분할 합병이었다.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맞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조치였다. 전체 평가액의 90%에 육박하던 롯데쇼핑 비중이 30%대로 내려앉고 롯데지주 비율이 60%까지 늘어난 배경이다.

◇2015년 롯데제과 지분매입, 롯데쇼핑 비중 80% 아래로

현재 신 회장이 보유한 그룹 상장사 종목으로는 △롯데지주(보통주·우선주) △롯데쇼핑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보통주·우선주) 등이 거론된다. 단연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롯데지주다. 이달 20일 기준 소유 주식 평가액 5773억원 가운데 롯데지주 보유 지분 가치가 3458억원으로 59.9%를 차지한다.

롯데지주가 출범하기 전 신 회장이 소유한 주식 가치에서 압도적 비중을 형성한 종목은 '롯데쇼핑'이었다. 2012년 말 평가액 1조8075억원 가운데 롯데쇼핑 보유 지분의 가치가 1조5976억원을 기록한 대목이 방증했다. 전체의 88.4%나 되는 규모였다. 당시 신 회장은 롯데쇼핑의 최대주주로 지분 14.59%(423만7627주)를 갖고 있었다.

10년간 흐름을 살피면 롯데제과의 평가액 비중이 2015년에 갑자기 상승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2014년 말 9.5%에서 2015년 말 19.6%로 1년새 10.1%포인트(p) 올랐다. 이때 신 회장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치르고 있었다.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핵심 계열사였던 롯데제과의 중요성을 감안해 지분을 잇달아 매입했다. 2014년 말 7만5850주(5.34%)였던 보유 주식이 1년 만에 12만4850주(8.78%)까지 늘었다. 시장 관심이 쏠리면서 덩달아 주가도 170만원대에서 230만원 수준까지 상승했고 신 회장이 소유한 롯데제과 주식가치는 1350억원에서 2845억원으로 커졌다.


2017년에 주식 가치 구성은 다시 한번 달라졌다. 당시 신 회장은 '원롯데 원리더(One Lotte, One Leader)'라는 비전을 내걸고 그룹 지배구조를 다시 정립하는 결심을 품었다. 2015년에 신동주 전 부회장과 대립을 겪었던 만큼 한국 계열사를 중심으로 지분 관계를 재편할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목표는 '지주회사 설립'이었다. 우선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 계열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했다. 롯데제과 투자부문 법인이 나머지 투자부문 법인 3곳을 합병했고 2017년 10월 회사 간판을 '롯데지주'로 바꿨다.

◇블록딜·공개매수 계기 '지주·쇼핑' 비율 역전

롯데지주는 출범 직후 롯데쇼핑의 지분 25.87%를 확보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갖고 있던 롯데쇼핑 주식을 대부분 정리했다. 자연스레 신 회장은 보유 지분을 유동화하는 이점을 누려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2017년 11월 신 회장은 갖고 있던 롯데쇼핑 주식 378만4292주 가운데 100만2883주를 팔았다. 2146억원을 확보해 개인 대출금을 갚는데 썼다. 당시 신 회장이 소유한 롯데쇼핑 지분율은 13.46%에서 9.89%로 낮아졌다.

블록딜을 계기로 보유한 롯데쇼핑 주식 평가액은 2016년 말 9386억원에서 2017년 말 5535억원으로 줄었다. 대신 롯데지주 지분 가치는 늘었다. 2016년 말(당시 롯데제과) 2229억원에 그쳤으나 2017년 말 5043억원, 2018년 말 6473억원으로 불어났다. 보유 주식 수량이 급증한 영향이 주효했다.


롯데지주 법인의 전신인 롯데제과는 2017년 4월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주당 액면가가 500원에서 200원으로 낮아졌다. 신 회장이 보유한 롯데제과 주식 수는 128만8680주에서 322만1700주로 확대됐다. 이후 4사 분할 합병을 계기로 지주사에 주식이 편입되며 신 회장의 보유 물량은 2017년 말 774만6897주로 늘었다.

지주사가 주요 계열사 지분을 공개 매수하는 과정에서도 수혜를 입었다. 2018년 신 회장은 롯데제과 신설법인 38만1608주(9.07%), 롯데칠성음료 4만5626주(5.71%) 등의 주식을 모두 현물출자했다.

지분을 얻은 대가로 지주사 신주를 대거 취득한 덕분에 보유한 롯데지주 주식 수가 2018년 말 1228만3541주(11.7%)까지 증가했다. 현재 신 회장이 갖고 있는 롯데지주 보통주 물량은 1368만3202주로 지분율은 13.0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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