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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지분가치 트래커

왕관의 무게 뒷받침하는 '현대글로비스'

정의선 회장 전체 주식 평가액 40% '1조5000억' 차지, 지배구조 개편 활용 가능성

박동우 기자  2023-07-18 08:08:17

편집자주

오너(owner)는 '소유자'다. 보유한 주식을 매개로 회사 또는 기업집단의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상장사 지분은 경영 승계 재원 마련, 상속세 납부 등 오너의 선택에 기여한다. 보유 주식가치 추이를 들여다보면 기업이 지나온 궤적을 살필 수 있다. 경기 변동 등 외부적 요인과 인적 분할, 대규모 투자, 공급계약 체결, 실적 발표 등 기업 내부 요인이 복합 작용한 산물이 '주가 등락'이기 때문이다. THE CFO는 재계 기업집단 총수가 보유한 상장 계열사 지분가치 변화와 기업이 직면했던 사건을 연관지어 추적해 본다.
정의선 회장(사진)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끄는 총수다. 정 회장이 쓴 '왕관의 무게'를 뒷받침하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회사는 '현대글로비스'다.

2015년 현대차 주식을 대거 매입하는데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얻은 실탄이 기여했다. 정 회장이 현재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주식 평가액은 1조5000억원으로 전체 소유 지분가치 3조6000억원의 40%를 차지한다. 앞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둘러싸고 현대글로비스의 활용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2015년 현대차 주식가치 비중 '0.03%→25%' 점프

정 회장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 비중은 2020년 이래 현대글로비스 40%, 현대차 30%의 구성을 유지해 왔다. 10년 전에는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정 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의 대부분을 구성한 종목은 현대글로비스로 당시 전체 평가액(3조1592억원)의 87.4%였다. 현대차는 보통주(0.05%)와 우선주(0.001%) 종목 비중을 합쳐도 0.051%에 불과했다.

지분가치가 달라진 궤적은 정 회장이 그룹 경영 주도권을 확보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전체 평가액에서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단숨에 25%를 넘긴 시점은 2015년이다. 당시 정 회장은 현대차 소유 주식을 6445주(지분율 0.003%)에서 501만7145주(2.28%)까지 늘렸다. 5000억원을 투입해 현대중공업이 갖고 있던 지분 316만4550주를 사들이고, 2000억원을 들여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주식 184만6150주를 매입한 결과였다.

현대차 지분 확보에 필요한 재원은 다른 계열사 주식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마련했다. 2014년에 모간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를 상대로 이노션 지분 54만주를 팔아 현금 3000억원을 얻었다. 2015년 이노션이 증시에 입성하자 140만주의 구주 매출을 진행하며 952억원을 획득했다.


경쟁당국 정책 역시 정 회장의 보유 주식가치 변동에 영향을 끼친 요인이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5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 되는 오너 지분율 요건을 상장사에 대해 '30% 이상'으로 적용했다.

정 회장은 규제 해소 취지에서 322만2170주(8.59%)의 블록딜을 단행했다. 현대글로비스 소유 지분율을 31.88%에서 23.29%로 낮췄다. 이때 얻은 실탄 7427억원은 현대차 지분을 매입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추가로 매도했다. 해외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칼라일그룹이 조성한 특수목적법인(SPC)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에 123만2299주(3.29%)를 매각하면서 2009억원을 얻었다. 정 회장의 지분율은 23.29%에서 19.99%로 하락했다.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사익 편취 규제를 적용하는 대주주 지분율 요건이 '20% 이상'으로 바뀐 대목이 블록딜 결정으로 이어졌다.


◇'이노션·오토에버' IPO 수혜, '블록딜→지분매입' 공식

정 회장이 보유한 상장 주식은 2000년대만 하더라도 △현대차 △기아 △현대글로비스가 전부였으나 2010년대 들어 하나씩 늘었다. 2014년 현대위스코가 상장사인 현대위아와 합병하는 대가로 정 회장은 현대위아 지분 53만1095주(1.95%)를 취득했다. 당시 그는 현대위스코 주식 57.87%를 소유한 최대주주였다.

지분을 갖고 있던 비상장사가 기업공개(IPO)를 단행한 사례도 있다. 40만주(2%)를 소유 중인 이노션은 2015년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다. 201만주(7.33%)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오토에버 역시 2019년 코스피에 상장했다. IPO 국면에서 정 회장은 보유 물량 402만주(19.47%) 가운데 절반을 처분해 964억원을 손에 넣기도 했다.

2020년 현대오토에버 주식을 팔아 얻은 자금으로 현대차 지분을 58만1333주(0.27%) 사들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급락한 주가를 부양하려는 취지였다. 같은 해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주식도 30만3759주(0.32%) 매입하면서 주주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최대주주로 2023년 3월 말 기준 지분율이 21.64%다. 2018년에 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정점에 놓고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키도 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취지였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반대하며 계획은 무산됐지만,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시나리오는 여전히 유효하다. 현대글로비스 보유 주식을 활용해 소요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에 단연 무게가 실린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평가액은 이달 17일 기준으로 1조4812억원이다. 올해 초(1월 2일) 소유 주식가치 1조2262억원과 견줘보면 반년새 20.8% 불어난 금액이다. 현대차, 기아 등 그룹 핵심 계열사의 차량 판매가 탄력을 받으며 해운 물동량이 늘어나 실적이 확대됐고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실적 호조에 따른 주가 우상향은 현대차와 기아 역시 동일하게 나타났다. 정 회장이 소유한 현대차 지분가치(보통주 기준)는 올해 들어 8790억원에서 1조1393억원으로 29.6% 증가했다. 기아 주식 평가액도 4343억원에서 6115억원으로 40.8% 늘었다. 전체 8개 종목의 보유 지분가치 합계액은 3조6584억원으로 올해 초 2조7674억원과 견줘보면 32.2%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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