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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상장사 'BSM 공개율' 33%…현대차·기아 '미공개'

[투명성]⑥'이사회 역량 평가표(BSM)' 도입하는 기업 증가 추세…GM과 테슬라는 공개

양도웅 기자  2024-02-27 14:41:47

편집자주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동시에 최고 감시감독기구다.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이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진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주주와 임직원, 정부, 시민사회 등 한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높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윤리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THE CFO가 이사회의 A부터 Z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현대자동차그룹 12개 상장사 가운데 '이사회 역량 평가표(Board Skills Matrix, BSM)'를 공개하는 계열사는 4곳이다. 비율로는 약 33%다. 단 대표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는 미공개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인 GM, 테슬라 등과 대비된다.

BSM은 이사회 구성원의 능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든 도표다. 주주와 투자자는 BSM에서 이사회가 현 경영 환경에 맞게 적절히 구성됐는지 검토할 수 있다. 의무 공시 사항은 아니지만, 주주들에게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밝히는 게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에 발맞춰 BSM을 공개하는 국내외 기업들이 늘고 있다.


◇BSM 공개 4곳, 현대제철·현대건설·현대위아·현대로템

THE CFO가 현대차그룹 12개 상장사의 최신 사업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등을 살펴본 결과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위아 △현대로템 등 4곳은 BSM을 공개하고 있다. 사업과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BSM 공개는 법적 강제 사항은 아니다.

BSM을 공개한 한 계열사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있지는 않다"며 "계열사별로 자체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국내외 ESG 평가기관과 기관투자자 등이 BSM 공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ESG기준원은 지난해 지배구조 부문 '최우수 기업'에 KT&G를 선정하면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역할과 기능을 공유하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KT&G는 2022년부터 BSM을 작성해 공개하고 있다. 앞서 2018년에는 BSM 공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뉴욕시 연기금이 2018년 BSM 공시를 목표로 하는 일명 'Boardroom Accountability Project 2.0'을 통해 S&P 500에 포함된 151개 기업에 서한을 보내면서 기업들의 BSM 공개가 본격화했다. 호주에서는 호주증권거래소(ASX)가 2019년 기업지배구조 원칙에 BSM을 통한 이사 정보 공시 내용을 담으면서 BSM 도입이 확대됐다.


◇'BSM 공개' 4개 상장사, 이사회 필수 보유 역량 '재무·회계'

BSM은 이사회 구성원별 보유 역량을 보여준다. BSM을 도입한 현대차그룹 4개 계열사의 이사회가 보유한 역량을 전부 나열하면 △리더십 △리스크 관리 △기술 △글로벌 △경제·경영·마케팅 △재무·회계 △감사 △독립성 △지속가능성 △생산·R&D △법률·법무·규제 △산업 경험 △CEO 경험 △CFO 경험 등이다. 이사들은 1개 이상의 역량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4개 계열사 이사회가 모두 보유하고 있는 역량은 '재무·회계'다. 현대위아와 현대로템, 현대건설, 현대제철 모두 2명 이상의 재무·회계 전문가를 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더불어 이사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공통 역량은 '리더십'과 '리스크 관리'다. 현대위아와 현대로템, 현대제철은 전체 이사회 구성원(총 21명)이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현대위아와 현대로템, 현대건설은 전체 이사회 구성원 전원(총 21명)이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리하면 재무·회계는 4개 계열사 이사회의 필수 보유 역량이다. 리더십은 현대위아와 현대로템, 현대제철 이사들의 필수 보유 역량이고, 리스크 관리는 현대위아와 현대로템, 현대건설 이사들의 필수 보유 역량이다. 계열사별로 영위하는 사업과 추구하는 지배구조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이사들이 보유한 역량이 상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BSM 공개하는 경쟁사' GM과 테슬라, 사이버 부문 전문 인력 포진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은 BSM을 도입하지 않았지만 이사회 구성원의 이력을 보고 그들이 보유한 역량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BSM만큼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이사회 구성원의 역량을 파악하기 어렵다. 주주와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추하는 작업 자체가 번거롭다고 여길 수 있다.

경쟁사인 GM과 테슬라 등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하는 정기주주총회 서류(제목: Schedule 14A)에서 BSM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GM이 공시한 자료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사회 구성원 13명 가운데 10명이 재무·회계 역량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2~3명의 재무·회계 전문가를 이사회에 포함시키는 현대차그룹과 큰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 GM 이사회에는 '사이버(Cyber, 가상현실)'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이사도 5명이나 된다. GM 이사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회사를 키워갈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테슬라 BSM에서 주목되는 점은 '상장사 이사회 경험'과 '사이버 보안' 역량을 보유한 이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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