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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상장사 모두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 겸직

[독립성]②당국, 이사회 독립성 보장 위해 '분리' 권고…현대차 등 "책임경영" 위해 겸직 결정

양도웅 기자  2024-02-21 14:45:37

편집자주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동시에 최고 감시감독기구다.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이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진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주주와 임직원, 정부, 시민사회 등 한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높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윤리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THE CFO가 이사회의 A부터 Z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 않고 있다. 당국이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기업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권고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효율적이고 신속한 이사회 운영을 위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식이다.

THE CFO가 지난해 '반기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의 상장 계열사 12곳을 살펴본 결과 전 계열사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의 간판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부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이노션과 현대비앤지스틸까지 모두 동일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 금융당국은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사항 15가지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포함하고 있다. 경영진을 감독하는 이사회 의장에 경영진을 대표하는 대표이사를 앉히면, 이사회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반적으로 이사회 의장은 다른 이사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갖는다. 가령 현대차와 기아에서 회사 운영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안을 '독자적으로' 이사회에 회의 안건으로 부칠 수 있는 이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둘 뿐이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두 자리를 한 사람이 맡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현대차그룹은 의사결정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표이사에 이사회 의장을 맡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의선 회장이 대표이사외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는 현대차는 지난해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과 환경에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고,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선임됐다"고 설명했다.

기아도 비슷한 입장이다. 기아는 지난해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회사 업무 전반을 파악하고 있는 대표이사(송호성 사장)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함으로써 원활한 이사회 진행과 의사결정 과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는 많은 기업이 미준수하는 사항이다. 삼일PwC거버넌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한 366개사 가운데 2조원 이상 기업에서는 24%, 2조원 미만 기업에서는 11%만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삼일PwC거버넌스센터는 "만약 분리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형태로든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독 업무를 충실히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미준수한 사례 중에는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내 위원회를 활발히 운영하고 이사 권한을 강화하는 등 충분한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기재한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들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하고 있지 않지만, 이사회 내에 여러 위원회를 두어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가령 현대차와 기아는 설치 의무 사항인 감사위원회 외에 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수위원회 등을 따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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