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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62%가 교수, 기업인 출신은 2명뿐

[전문성]④교수 33명, 지배구조·신기술 등 자문…기업인 찾는 글로벌 경쟁사와 차이

양도웅 기자  2024-02-23 14:26:58

편집자주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동시에 최고 감시감독기구다.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이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진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주주와 임직원, 정부, 시민사회 등 한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높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윤리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THE CFO가 이사회의 A부터 Z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현대자동차그룹 전체 사외이사의 10명 중 6명이 현직 교수(명예교수 포함)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은 대부분 경영학과 법학, 공학 등으로 현대차그룹은 이들로부터 지배구조와 재무·회계, 기술 등의 분야에서 전문적인 자문과 감시·감독을 받는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역할도 교수들이 맡고 있다.

다만 GM과 테슬라 등 여타 글로벌 완성차 그룹과 비교하면 사외이사 가운데 기업인 출신의 수는 적은 편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전찬혁 현 세스코 대표이사·회장만이 기아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전직으로 넓혀 한국지엠 사장을 지낸 제임스 김(James Kim) 현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을 포함해도 2명이다.

◇사외이사 직업 1위는 '교수'…지배구조와 재무·회계, 신기술 등 자문 역할

THE CFO가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 12곳의 최신 사업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사외이사는 총 52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교수인 사외이사는 33명으로 가장 높은 비율(62%)을 나타냈다. 현대오토에버의 연강흠 사외이사만 명예교수(연세대 경영대학)이고 모두 현직이다.

다음으로 법무·세무·회계법인 소속의 사외이사(8명, 15%)와 금융·증권·투자 영역에 있는 사외이사(7명, 13%), 정부·공공기관 등에 소속된 사외이사(2명, 4%)가 많았다. 기업인인 사외이사와 연구소 소속의 사외이사는 1명씩으로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 현재 특정 조직에서 상근하지 않는 사외이사는 전직을 기준으로 했다.


교수 사외이사 33명 가운데 서울대와 고려대 교수가 각각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고려대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모교다. 정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89학번이다. 이어 카이스트와 연세대가 각각 4명, 한양대가 3명으로 많았다. 한양대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모교로, 정 명예회장은 공업경영학(현 산업공학과) 59학번이다.

현대차그룹은 교수들로부터 지배구조와 재무·회계, 신기술, 법과 제도 등에 대한 자문과 감시·감독을 받는다. 예를 들어 대표 계열사인 현대차 이사회는 교수인 사외이사가 총 4명으로 이상승 서울대 교수는 지배구조, 장승화 서울대 교수는 국제통상, 이지윤 카이스트 교수는 미래 기술(항공), 최윤희 고려대 교수는 노동법 전문이다.

전원 현직 교수로 사외이사진을 구성한 유일 계열사인 현대건설의 경우 건설 분야는 김재준 한양대 교수, 법무 분야는 홍대식 서강대 교수, 건설로봇 분야는 조혜경 한성대 교수, 재무 분야는 정문기 성균관대 교수에게 자문과 감시·감독을 받고 있다.

사외이사로 선임한 교수들의 전공에서 현대차그룹이 미래 기술에 대한 이해를 교수들로부터 적극적으로 구하고 있는 게 엿보인다. 현대차 사외이사인 이지윤 카이스트 교수의 전공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 현대건설 사외이사인 조혜경 한성대 교수의 전공인 로봇은 모두 현대차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신사업이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미국에 UAM법인인 '슈퍼널'을 설립했고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로봇개를 만든 것으로 잘 알려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이 가운데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만든 인공지능 로봇 '스팟'은 현대차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와 현대건설 현장 등에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GM과 테슬라 등 이사회 내 교수 없어…최근 선임한 이사 대부분이 '기업인'

이처럼 교수들이 현대차그룹에서 사외이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다른 글로벌 완성차 그룹과 비교해 교수 의존도가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교수들이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은 갖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의 운영과 사업에 대한 이해도는 높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러한 판단을 기반으로 교수들이 과연 사외이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감시·감독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뒤따른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사외이사를 할 정도의 교수 중엔 정관계와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며 "이들로부터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에서 교수들이 하는 역할을 GM과 테슬라 등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선 기업인들이 한다. 이사 13명으로 구성된 GM 이사회에 교수는 없다. 2022년과 2023년 가장 최근 선임된 3명의 이사 중 2명은 기업인이고 1명은 군 장성 출신이다. 이사 8명으로 구성된 테슬라 이사회도 동일하다. 가장 최근 선임된 조 게비아 이사도 에어비앤비를 창업한 기업인이다.


현대차그룹 사외이사 52명 가운데 현직 기업인은 전찬혁 세스코 대표이사·회장뿐이다.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기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했다. 사추위는 "전찬혁 후보자는 국내 방역소독 시장 점유율 1위인 세스코 대표이사로 경영전략 전문가"라며 "새로운 시각과 의견을 이사회에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사유를 밝혔다.

넓게 보면 현대모비스 사외이사인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도 한국지엠 사장과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를 지낸 기업인 출신이다. 현대모비스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미국의 기업 정책이 크게 변화하자, 한·미 관계 전문가이면서 자동차와 IT 산업에 대한 이해도도 갖춘 제임스 김 회장을 지난해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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