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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삼양패키징, '전략적 제휴' SK지오센트릭 맞손 효과는

②유증 380억 자본확충…삼양에코테크 출범, 리사이클 페트칩 공급

이민호 기자  2023-08-14 09:21:45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삼양패키징은 SK지오센트릭을 전략적 제휴사로 맞아들였다. SK지오센트릭이 38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삼양패키징은 당장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고 현금을 손에 쥐는 효과를 봤다.

여기에 삼양패키징의 완전자회사로 출범한 삼양에코테크가 리사이클 페트칩(R-chip)을 SK지오센트릭에 공급하는 형태로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옵션계약을 통해 추후 SK지오센트릭이 삼양에코테크 주주로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어뒀다.

◇SK지오센트릭 지분투자…재무건전성 개선·현금 확보

삼양패키징과 SK지오센트릭의 전략적 제휴는 지난해 2월 SK지오센트릭이 삼양패키징 주요 주주로 진입하면서 시작됐다. 삼양패키징이 381억원(보통주 157만8867주) 규모 유증을 실시하고 SK지오센트릭이 해당 물량을 모두 인수하는 형태였다. SK지오센트릭은 삼양패키징 지분 10.0%를 확보했다. 삼양사는 삼양패키징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했지만 지분은 기존 66%에서 59.4%로 하락했다.


SK지오센트릭의 유증 참여로 삼양패키징는 자본을 확충, 재무건전성을 개선했다. 380억원의 자본이 유입됐고 당기순이익 122억원이 추가되면서 별도 기준 2021년말 3212억원이었던 자본총계가 지난해 말 3611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90.7%에서 77.9%로 하락했다.

현금출자 형태였기 때문에 현금성자산 확충에도 기여했다. 삼양패키징은 2021년 9월 94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현금을 확보했지만 핵심 사업인 아셉틱(Aseptic·무균충전) 라인 증설로 자본적지출(CAPEX)이 2021년 321억원, 지난해 395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상태였다. 현금성자산이 2021년 말 937억원에서 지난해 말 634억원으로 감소했는데 SK지오센트릭의 자금 수혈은 현금성자산 감소폭을 크게 줄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SK이노베이션의 완전자회사이자 SK그룹 종합석유화학 계열사인 SK지오센트릭이 전략적 제휴의 대상으로 삼양패키징을 선택한 이유는 페트(PET) 재활용 기술이다. 삼양패키징은 2014년 11월 출범 때부터 삼양사로부터 페트용기 사업과 함께 페트 재활용 사업을 물적분할로 떼왔다. 하지만 페트용기 사업과 달리 페트 재활용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SK지오센트릭은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2021년 7월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Loop Industries) 지분 9.95%(332억원), 지난해 3월 미국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ureCycle Technologies) 지분 4.81%(681억원)를 잇따라 취득한 것도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해외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확대를 위해서다. 삼양패키징은 국내 파트너 기업 중 한 곳인 셈이다.

◇삼양에코테크 지분 49% 콜옵션 확보…리사이클 페트칩 매입원

삼양패키징으로서도 이번 투자유치는 페트 재활용 사업에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였다. 유증 자금은 모두 재활용 시설 고도화 투자에 투입됐다. 삼양패키징이 지난해 7월부터 총 투자액 430억원을 책정해 시화공장에 고순도 페트 플레이크(PET flake)와 리사이클 페트칩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던 때였다.

특히 지난해 12월 삼양패키징은 페트 재활용 사업을 전담할 완전자회사 삼양에코테크를 물적분할로 출범시켰다. 삼양패키징의 삼양에코테크 설립 배경은 페트 재활용 사업 전문성 확대와 파트너사(SK지오센트릭)와의 사업적 제휴다. 삼양패키징은 삼양에코테크를 비상장 상태로 유지할 계획을 명시했다.


현재 SK지오센트릭은 지주사(삼양홀딩스)의 손자회사(삼양패키징)가 증손회사(삼양에코테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 공정거래법상 제약을 이유로 삼양에코테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삼양패키징과의 주주간약정(SPA)을 통해 공정거래법 개정 등 조건이 충족될 경우 삼양에코테크 지분을 최대 49%까지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해뒀다.

SK지오센트릭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삼양패키징이 SK지오센트릭에 삼양에코테크 지분 49%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삼양패키징도 SK지오센트릭의 삼양에코테크 지분 취득시 더 공고한 제휴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낸 바 있다.

SK지오센트릭이 삼양에코테크 지분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전략적 제휴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킬 여지는 충분하다. 삼양에코테크가 연 2만1000톤 규모 고순도 페트 플레이크와 리사이클 페트칩을 생산해 SK지오센트릭에 공급, SK지오센트릭이 이를 활용해 의류용 원사와 투명 페트병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삼양에코테크는 제품 매출처를, SK지오센트릭은 원재료 매입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셈이다.

삼양에코테크는 올해 3월 시운전을 가동한 상태로 현재 생산되는 제품을 51대 49의 비율로 삼양패키징과 SK지오센트릭에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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