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를 비롯한 우리나라 이차전지 기업들이 올 상반기 기록적인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애경케미칼도 이들 중 하나였다. 연초 주당 8500원이었던 주가가 6월 한때 2만7800원까지 올랐을 정도였다. 가소제와 생활화학 분야의 강자로 알려진 기업인만큼 이차전지 테마주로 묶인 상황이 이질적으로 보인다. 이에 더벨은 애경케미칼이 펼치고 있는 이차전지 사업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회사가 그리는 미래에 대해 점검해 봤다.
2021년 11월 애경그룹 화학 3사가 합쳐져 출범한 애경케미칼은 화학업계의 조용한 강자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가소제와 합성수지 및 생활화학 사업에서의 탄탄한 입지를 바탕으로 꾸준한 실적을 내왔다.
안정적으로 매출을 내는 기업이기는 했지만 시장의 관심 자체가 높지는 않았다. 주력 사업인 가소제, 합성수지 및 생활화학 사업이 성장성과는 거리가 멀었던 탓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신사업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이 공개되지도 않았다.
이런 이유로 통합 당시를 제외하고는 애경케미칼의 존재감이 흐릿해졌는데 엉뚱하게도 올들어 이차전지 섹터에서 주목받았다. 에코프로를 비롯한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자 애경케미칼도 덩달아 상승세에 휩쓸린 것이다. 연초 4000억원대였던 애경케미칼의 시가총액이 6월 한때 1조3000억원을 넘겼을 정도였다.
◇매출 비중 1%도 안 되는 이차전지 사업
애경케미칼이 생산 중인 이차전지 소재는 음극재다. 이차전지의 '4대 소재'로 분류될만큼 핵심적인 제품이지만 애경케미칼에서 존재감이 큰 사업은 아니다. 애경케미칼의 음극재 사업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연간 1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애경케미칼의 연간 매출은 2조원, 이중 주력인 가소제 사업의 매출은 1조원에 달한다. 매출 비중으로 보면 이차전지 사업의 기여도는 0.5%에 불과한 셈이다.
애경케미칼이 생산하는 음극재는 전기차용 배터리에 흔히 쓰이는 흑연계가 아닌 하드카본 음극재다. 과거 우리나라 대표 배터리 업체들에 공급돼 노트북 혹은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리튬이온배터리 제조에 활용됐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에는 하드카본 음극재에 비해 저렴할 뿐 아니라 저장 용량이 크고 구조적으로 안정된 흑연계 음극재가 쓰인다. 이차전지의 시대가 왔는데도 애경케미칼의 음극재 사업이 빛을 보지 못하는 이유다.
전체 매출의 0.5%에 불과한 음극재 사업은 중국 이차전지 기업들의 나트륨이온배터리 개발 계획에 따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나트륨이온배터리는 양극재에 리튬이 아닌 매장량이 풍부한 소듐을 원료로 쓰는 배터리로 가격이 매우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트륨이온배터리의 경우 흑연 음극재와의 결합이 구조적으로 불안정해 하드카본 음극재가 소재로 쓰일 것이 유력하다.
국내에서는 하드카본 음극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애경케미칼이 유일하다. 반경을 전세계로 넓혀도 고품질 하드카본 음극재를 생산하는 애경케미칼을 포함해 두 곳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나트륨이온배터리가 상용화되면 그동안 존재감이 미미했던 애경케미칼의 음극재 사업이 단숨에 핵심 사업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밖에 애경케미칼은 고용량 실리콘계 음극용 바인더 개발에도 성공했다. 실리콘 음극재의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부피 팽창이 발생해도 접착력과 전극구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이다. 현재 국내외 특허 등록을 마무리한 상태로 국내외 기업들과 적용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성장 시점은 언제쯤?
하드카본 음극재와 음극재 바인더 중에서는 하드카본 음극재의 규모가 훨씬 큰 편이다. 애경케미칼 이차전지 사업의 성장 여부는 하드카본 음극재 사업에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하드카본 음극재를 사용하는 나트륨이온배터리의 상용화가 관건이다. 중국 CATL은 지난 2021년 7월 나트륨이온배터리 신제품을 발표했으며 연내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YD 역시 올해 중 나트륨이온배터리의 대량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해 유럽,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회사에 관심을 가지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칼의 음극재. (출처: 애경케미칼 홈페이지) 다만 나트륨이온배터리가 활발하게 보급이 될 것인가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수명과 성능 면에서 리튬이온배터리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밀도의 경우 리튬이온배터리의 40%에 불과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연구가 선행돼야 하며 성능을 끌어올린다고 해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중심으로 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2025년은 돼야 저가형 제품을 중심으로 나트륨이온배터리의 활용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애경케미칼의 하드카본 음극재 사업 전망은 나트륨이온배터리의 상용화와 시장의 성장에 달려있는 셈이다. 고용량 실리콘계 음극용 바인더의 경우 올해 안에는 사업화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애경케미칼의 이차전지 사업 성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봐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하드카본 음극재나 고용량 실리콘계 음극용 바인더 등이 본격적으로 고객사가 찾는 시점이 되면 애경케미칼은 이차전지 사업에서 꾸준한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성장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소재의 경우 한번 계약을 맺으면 공정상 문제도 있고 해서 납품처에 크게 변화를 주지 않는다"며 "10년 단위의 장기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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