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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수익성 늘린 한미약품, '선택적 비용 효율화'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506억…안착한 북경한미 비용 축소, 정밀화학은 'R&D 투자'

정새임 기자  2023-11-02 07:35:39
한미약품이 비용 효율화 전략으로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500억원을 달성했다. 기술수출로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특히 중국 현지법인인 북경한미약품(북경한미유한공사)의 비용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체질개선을 꾀하는 한미정밀화학에는 좀 더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한미약품은 31일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3646억원, 영업이익은 57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도 같은기간 대비 6.6%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22.9% 늘었다.

3분기 누적으로 보면 영업이익은 1506억원에 달한다. 전년보다 26.3% 증가한 수치다. 이 추세라면 올해 한미약품 영업이익은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한미약품은 사노피·얀센 등 글로벌 빅파마와의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에 힘입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한해 올린 영업이익은 2118억원에 달했다.

올해 한미약품은 여느 때처럼 연구개발(R&D)을 강조하면서도 효율적인 비용집행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순위에 따라 힘을 줄 곳과 뺄 곳을 명확히 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 완전히 안착한 북경한미약품의 힘을 다소 빼는 대신 체질개선이 필요한 한미정밀화학에는 힘을 더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그룹 3분기 비용지출 현황.(자료: 한미약품)

3분기 연결기준 한미약품은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로 총 1013억원을 쓰고 R&D 비용으로 451억원을 지출했다. 한미약품과 한미정밀화학은 판관비와 R&D 비용을 전년과 유지하거나 늘린 반면 북경한미약품 비용은 크게 낮췄다.

북경한미약품은 한미약품의 중국 현지화 전략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한국에서 생산한 약을 가져다 파는 것이 아니라 R&D부터 생산·영업·마케팅을 모두 자체적으로 수행한다. 작년 한 해 북경한미약품이 쓴 판관비가 1587억원, R&D 비용이 339억원이었다. 이를 통해 350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북경한미약품의 허리띠를 크게 졸라맨 모습이다. 특히 R&D 비용을 많이 아꼈다. 3분기 북경한미약품의 R&D 비용은 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9% 감소했다. 상반기 비용을 합친 누적 R&D 비용은 154억원 정도에 그쳤다. 전년 244억원보다 36.9% 줄어든 규모다.

반면 한미정밀화학의 R&D 비용은 확대했다. 3분기 한미정밀화학은 R&D 비용을 18억원을 지출했다. 전년 동기보다 39% 늘어난 수준이다. 한미정밀화학은 매년 50억원가량을 R&D에 썼다. 올해 3분기까지 쓴 R&D 비용은 56억원으로 이미 작년 한해 수준을 넘어섰다.

한미정밀화학은 한미약품의 원료의약품 전문기업이다. 그간 한미약품이 개발한 완제품의 원료를 생산하는 역할에 그쳤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미정밀화학의 그룹 내 입지가 달라졌다. 한미약품그룹이 한미정밀화학을 '하이테크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거점으로 점찍으면서다.

하이테크 CDMO란 기존 합성의약품 원료에서 벗어나 mRNA 백신 원료에 쓰이는 지질나노입자(LNP), 뉴클레오타이드, 캡핑 물질 및 폴리에틸렌글리콜(PEG) 유도체, 펩타이드 등 고난도 합성기술을 요하는 바이오의약품 원료를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한미정밀화학은 100억원을 투자해 설비확충공사에 돌입했고 적극적으로 CDMO 사업을 모색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R&D 비용 증가 역시 바이오의약품 원료 개발에 투입된 것으로 보여진다. 비록 아직 한미정밀화학은 매출도 줄고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체질개선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혁신적 R&D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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