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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

스카이TV, 미디어지니 합병 1년만에 영업권 전액 손상

프리미엄 106억→0, 적자 직격탄…미래 수익창출력 의구심

김현정 기자  2024-04-26 15:21:07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스카이라이프TV가 작년 말 영업권 전액을 손상처리하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2022년 11월 미디어지니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106억원 규모의 영업권을 인식했는데 이를 전부 상각했다.

미디어지니와의 합병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 했으나 1년 만에 미래의 현금창출력이 미미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두 회사 간 사업결합이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는 모양새다.

2022년 11월 KT그룹은 채널사업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를 합병시켰다. 그룹에서 같은 콘텐츠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계열사들을 ENA 채널로 한데 묶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영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게 당초 목표였다. 해당 합병은 스카이라이프TV가 미디어지니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스카이라이프TV는 미디어지니를 422억원에 인수했다. 미디어지니의 식별가능 순자산 장부금액은 316억원 수준이었으나 영업권 106억원을 추가로 인식했다. 장부가보다 더 웃돈을 준 것은 충분한 자산적 가치가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1년이 갓 지난 시점 해당 영업권 전액을 손상차손 처리했다. 스카이라이프TV는 과거 실적과 5년 동안의 사업계획을 근거로 미래현금흐름을 추정한 후 현금창출단위의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미달하면 손상으로 인식했다. 영업권 전액을 감액처리한 데는 미래 현금창출력이 미미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카이라이프TV는 ENA 채널을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과 편성을 일원화해 경영 효율성 및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새로운 출발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경기 침체 영향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수익성이 흔들렸다. '남남', '유괴의 날' 등 드라마가 선방했음에도 스카이라이프TV의 지난해 매출은 소폭 뒷걸음쳤다. 특히 광고매출이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광고매출은 전체 매출의 6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스카이라이프TV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가 증가하면서 무형자산 상각 규모가 커진 것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됐다. 스카이라이프TV는 최근 방송프로그램 투자에 자금을 아끼지 않았다. 합병 전 200억원가량의 자본적지출이 있었던 데 비해 합병 직후 504억원, 작년에는 900억원 가량으로 방송프로그램 투자가 증가했다. 무형자산 규모가 급증한 만큼 상각액 역시 커졌다.

특히 작년 무형자산 상각 내용연수를 5년에서 2년으로 변경하는 회계추정의 변경이 있어 상각 규모가 더욱 증가했다. 최근 콘텐츠 소비 사이클이 짧아지면서 경제적 실질에 맞춰 방송프로그램 상각 내용연수를 2년으로 바꿨고 필요한 작업이었지만 재무제표에는 악재로 남았다. 스카이라이프TV 무형자산상각액은 2021년 210억원에서 2022년엔 340억원, 작년엔 893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수익성 악화와 매출 역성장,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유료방송 및 광고 시장 둔화는 결국 스카이라이프TV에 영업권 손상차손 압박으로 이어졌다. 손상차손은 스카이라이프TV 적자에 직격탄이 됐다.

스카이라이프TV의 경우 PP사업자로서 광고 시장의 업황, 방영 콘텐츠의 흥행 여부 등에 따라 매출 변동성이 크지만 최근 수년간 꾸준히 44억~108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올려왔다. 스카이라이프TV는 작년 순손실 447억원을 냈다. 전년 51억원 순이익을 올린 데 비해 500억원 가량 고꾸라졌다.

한편 영업권 손상차손은 일회성비용이지만 스카이라이프TV 수익 구조의 문제점 역시 드러났다는 평이다. 콘텐츠 투자와 콘텐츠 관련 비용은 커지는데 그만큼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실적 개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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