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가 일본 시장을 두드린 건 8년 전이다. 2017년 일본에 설립한 하나카드페이먼트는 한때 중국계 결제서비스인 위챗페이를 매개로 소액결제 매입 업무를 수행했지만 2020년 위챗페이 서비스 중단 이후로는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법인은 남았지만 사업은 멈췄다.
이제 하나카드는 일본에서 다시 사업 시동을 걸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 정부로부터 결제 매입 전문 라이선스를 취득해 빠르면 올해 하반기 중 영업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본의 할부판매법 개정 이후 신설된 라이선스 등록 요건은 만만치 않다.
◇일본, 늦은 디지털화 속 규제강화…기회이자 과제 일본은 여전히 비현금 결제 비중이 낮은 나라 중 하나다. 2020년 기준 일본의 비현금결제 비중은 29.7%에 불과했고, 이후 매년 3~4%포인트씩 증가해 2024년엔 39.3%까지 늘었다.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비현금결제 비중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캐시리스 정책을 추진 중이다.
낮은 디지털 전환률과 정부 주도의 정책 추진은 해외 결제사업자 입장에선 기회다. 그러나 일본 특유의 보수적 제도 환경과 느린 의사결정 등은 해외 사업자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하나카드는 이 같은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일본 시장의 성장성과 안정성을 높게 평가해 진출을 추진해 왔다. 실제로 하나카드페이먼트는 설립 이후 위챗페이 거래의 매입대행 업무를 수행하며 일본 가맹점으로부터 발생하는 거래를 매입해 결제수수료를 수취하는 구조를 갖췄다.
하지만 2020년 일본 할부개정법이 제정되면서 영업 중단을 피할 수 없었다. 하나카드페이먼트가 영위하던 신용구입알선업에도 라이선스 요건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0년 3월 다양한 결제수단이 등장하면서 거래의 안전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 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법은 2021년부터 시행됐다.
기존에는 하나카드페이먼트가 별도의 등록 없이도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었지만 2021년부터는 신용카드 번호 등 취급계약 체결사업자로 등록해야 했다. 신용카드 결제 이외의 결제 방법이 늘면서 신용카드 정보유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에 따라 법을 개정한 것이다.
개정 이후 일본에서 매입업무를 영위하거나 가맹점과 계약을 체결하고 카드 결제를 중개하려는 경우에는 반드시 경제산업성에 등록해야 한다. 이때 철저한 내부통제와 보안, 가맹점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하나카드페이먼트, 라이선스 취득 요건은 매입업무 법인을 등록하려면 일본경제산업성에 필요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등록신청서와 정관, 임원 이력서, 주주명부, 업무에 관한 사내 규칙 등이 제출 대상이다. 또 업무 조직도와 서약서, 회사 개요 및 업무계획서, 가맹점과의 계약서도 제출해야 한다.
가장 핵심이 되는 조건은 내부통제 시스템과 조직이다. 경제산업성은 신청기업이 법령을 준수하고 적절한 내부통제 체계를 갖췄는지를 집중 심사한다. 이를 위해 내부관리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책임자를 명확히 지정해야 한다.
또 독립된 내부감사 부서를 별도로 설치하거나 외부 감사를 통해 대체해야 한다. 각 부서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하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 보고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하나카드는 현재 본사와 연계된 형태로 일본 법인의 내부통제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일본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하려면 가맹점 관리 체계도 갖춰야 한다. 정기와 수시 조사 방법을 정해야 하고 이를 시행할 전담 부서와 담당자도 지정해야 한다.
가맹점의 사업 실체와 불만 발생 이력, 부정 사용 이력 등을 사전에 조사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계약 체결을 보류하거나 해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용카드협회 등 외부기관과의 정보 공유도 요구된다.
신용카드 번호와 같은 민감정보를 취급하는 만큼 보안 기준 충족도 필수다. 신청기업은 PCI DSS(결제보안 인증) 등 국제 보안기준에 준거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며 이를 위한 내부 규정과 시스템을 마련해 정보 유출에 대비해야 한다.
아울러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책임부서와 책임자를 지정해야 한다. 정보 관리를 외부에 위탁하는 경우에는 위탁처의 감독도 실시해야 한다. 공유오피스 등 타사에 개인정보가 누출될 수 있는 공간에서의 정보관리 제한 등도 필수 요건이다.
하나카드페이먼트는 일본 라이선스 취득을 위한 등록 조건을 충족해 나가고 있다. 라이선스 취득이 완료되면 조직 개편과 현지 전담 인력 배치도 병행할 계획이다. 빠르면 올해 3분기 중 등록 신청을 완료해 하반기 내 영업을 재개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