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삼성·한화·교보'의 빅3로 재편된 지 오래다. 그간 많은 도전자들이 빅3의 아성을 깨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생명보험 시장은 혁신도 경쟁도 없는 '재미없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금융지주들이 보험업 확대에 공을 들이면서 중상위권 업계에선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중하위권 보험사들은 날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 전반을 둘러싼 위험요인은 중하위권 보험사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봤다.
국내 주식시장에 IPO(기업공개) 장수생이 워낙 많지만 미래에셋생명을 빼놓을 수 없다. 처음 상장을 공식화한 지 8년 만인 2015년에야 우여곡절 끝에 상장에 성공하며 숙원을 이뤘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영 못 미치고 있다. 국내에 단 4곳밖에 없는 상장 생명보험사 중 하나지만 주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낮은 성장성, 제도 변경에 따른 정책 리스크 등 업권 자체의 한계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주주환원과 관련한 행보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PBR 0.35배, 미래에셋그룹 상장사 가운데 가장 낮아 미래에셋셍명이 상장한 건 2015년이지만 처음 상장을 검토한 건 훨씬 이전으로 올라간다. 2009년 생명보험사 상장 차익은 계약자에게 배분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면서 '상장의 길'이 열리자 2010년 초를 목표로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2010년 상반기 삼성생명, 한화생명(옛 대한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이 잇달아 상장하면서 시기를 조율해야 했다. 이후 여러 차례 다시 추진했지만 앞서 상장한 생보사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설상가상 금융위기 여파로 시장 상황도 악화되자 결국 계획을 접었다.
2012년엔 최현만 당시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을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의 무게감이나 그룹 내 위상을 볼 때 이번만큼은 반드시 상장을 마무리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의지가 엿보였다. 그러나 그로부터도 3년 가까이 지난 2015년에야 증시에 입성했다.
국내 생보사 가운데 네 번째로 상장했지만 사실 당시에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앞서 상장한 생보사 3곳의 주가가 모두 공모가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생명의 ROE(자기자본이익률)도 업계 평균보다 낮았다.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보험의 비중이 낮은 점도 약점으로 지목됐다. 변액보험 시장에선 경쟁력을 갖췄지만 시장 규모 자체가 크지 않고 이익 변동성 역시 높아 변액보험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었다.
우려는 현실화했다. 10년 내내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분기 기준 미래에셋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5배로 미래에셋그룹의 상장사 3곳 가운데 가장 낮다. 미래에셋증권은 0.87배, 미래에셋벤처투자는 1.0배다.
다른 생보사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생보사들이 모두 저평가 국면에 놓여있지만 한화생명을 제외하면 미래에셋생명보다는 상황이 좋다. 삼성생명이 0.73배, 동양생명이 0.90배다. 한화생명만 0.22배로 미래에셋생명보다 낮다.
◇소액주주 비중 15%대…주주환원 확대 유인 낮아 특히 2020년 이후 줄곧 0.3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갇혀 있는 모양새다. 생보사의 구조적 한계, 기대에 못미친 실적 등도 영향을 미쳤지만 저평가의 원인으로 주주환원 움직임이 사실상 없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미래에셋생명은 주가와 관련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
3년째 배당도 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주는 대표적 배당주로 꼽히는 만큼 배당수익률이 가장 중요한 투자 지표다. 미래에셋생명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1년간 충실히 현금배당을 이어갔지만, 최근 3년은 미배당 상태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라 법정준비금을 쌓아야 하는 만큼 배당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미래에셋생명은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펼칠 만한 유인도 없다. 그룹 계열사와 자사주가 전체 지분의 85%에 이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계열사들이 미래에셋생명 지분을 활발하게 매입하면서 소액 주주를 포함한 기타 주주 비중은 15%대에 그친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그룹이 미래에셋생명의 그룹 내 지분율을 더욱 확대해 완전자회사로 편입, 즉 자진 상장폐지의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이 미래에셋생명의 자진 상폐를 계획하고 있다면 굳이 배당을 통해 외부 주주들과 이익을 나눌 이유가 없다. 다만 미래에셋그룹 측에서는 미래에셋생명 지배력 확대와 관련해 단순 저가매수의 투자활동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