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의 자사주 히스토리와 전략은 단순하다. 주주가치 제고 외에 다른 용도로 자사주를 쓴 사례가 없다. M&A 때도 현금 투입, 시장 매수 등 비교적 깔끔한 전략을 추구해 왔다.
또 2019년에서야 자사주를 취득했는데 KB금융, 신한금융보다 속도가 늦었다. 그만큼 주주환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소각을 시작한 이후 매년 규모를 키웠다. 그 덕에 올해는 총 주주환원율 50%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다만 2019년 취득분 잔여 물량 434만주의 처리 방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상법 개정과 맞물려 이 물량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향후 과제다.
◇자회사 지분 취득, 자사주 대신 현금으로 하나금융이 2019년 6월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을 때 시장은 주가부양과 M&A 실탄 마련 두 가지 목적이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당시 하나금융의 BIS비율은 14.77%, CET1은 12.89%였다. 3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취득하면 두 지표가 나란히 16bp씩 내려가는 구조였다. 당시 하나금융은 옛 외환은행 본점인 명동사옥을 매각하면서 자본비율을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었다.
일회성 자금 유입이 지표 하락을 일부 받쳐줄 수 있지만 건전성 부담을 삭제해 주는 건 아니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런 상황 속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는 건 분명한 활용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앞서 KB금융, 신한금융이 자사주를 M&A 과정에서 재원으로 활용한 것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실어줬었다.
결론적으로 M&A에 쓸 것이라는 관측은 빗나갔다. 하나금융은 자사주를 M&A 지분 교환에 쓴 적이 없다. 2022년 하나카드 완전자회사 편입 과정이 분수령이었는데 당시 포괄적 지분교환 대신 현금 매수와 시장 취득을 선택했다. 그렇게 하나금융은 SK텔레콤이 보유했던 하나카드 지분 15%(약 3300억원)를 양수받아 하나카드 완전 자회사화에 성공했다.
신주 발행이나 자사주 지급으로 인한 희석효과를 피하고 주가관리에 방점을 둔 결정이다. 자본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굳이 자사주를 M&A 수단으로 동원할 이유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취득·소각 동시 결의로 전환…주주환원 50% 목전 그렇다 보니 2019년 신탁계약으로 취득한 867만8586주 중 절반가량인 434만주는 소각되지 않고 잔고로 남아있다. 취득 당시 목적이 '주가안정 및 기업가치 제고'였던 만큼 소각을 전제로 사들인 물량이 아니었다. 장기 계획란에도 '이사회 결의로 소각하거나 주총 승인을 받아 보유·처분할 계획'으로만 명시돼 있다.
그 외 취득한 자사주는 바로바로 소각 중이다. 2022년 처음 소각이 이뤄졌고 2023년부터 이사회가 취득과 소각을 동시 결의하기 시작했다. 같은해 2월 1500억원 상당 자사주 취득 후 8월에 소각을 진행했다.
이후 이 방식이 자리를 잡아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유통량을 줄이고 시장에 풀릴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다. 4대 금융지주 모두 주주환원을 강화하면서 소각을 위한 취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4년에는 3000억원 어치 511만5718주를 취득해 같은 해 8월 소각했다. 취득 규모를 전년의 두 배로 키웠다. 지난해에는 속도를 더 높였다. 5월 1500억원(251만6991주), 9월 4000억원(639만8075주)을 잇달아 소각하며 연간 소각 총액을 550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2025년 자사주 취득 규모도 7540억원으로 전년 3970억원의 약 1.9배에 달했다.
2025년 말 기준 자사주 잔고는 777만6397주로 발행주식의 2.79%다. KB금융(6.0%) 다음으로 많다. 2026년 상반기에도 233만6397주와 162만1669주를 순차적으로 소각할 예정이다. 추가로 193만501주를 신규 취득해 소각할 계획이다. 또 3차 상법 개정으로 2019년에 취득해 보유 중인 기존 자사주 물량도 소각 방안과 시점을 고려 중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아직 계획이 구체적으로 잡힌 건 아니지만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