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유동성 관리 기준 강화를 예고한 가운데 SBI저축은행이 선제적인 자금조달과 수신 채널 다변화를 통해 대응에 나선다. 규제 변화에 따른 추가 자금 부담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과도한 수신 경쟁 대신 안정적인 조달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SBI저축은행의 유동성 지표는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경색되면서 만기 구조 부담이 부각했고 이후 유동성비율 분기별 변동폭도 커졌다. 향후 규제 환경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변동성 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만기 구조 부담 부각, 정기예금 금리 조정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유동성비율은 124.13%로 집계됐다. 전년 말(121.87%)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업계 평균(151.1%)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간 SBI저축은행은 유동성비율을 120~160% 수준에서 관리하며 운용 효율성을 유지해 왔다.
다만 2022년 이후 추이를 보면 유동성비율 변동폭은 크게 확대됐다. 2022년 9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특판 등을 통해 수신을 대거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만기 구조가 단기 구간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후 수신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유동성부채가 축소되는 흐름으로 전환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SBI저축은행의 지난해 4분기 유동성자산은 2조4371억원으로 전분기(3조9383억원) 대비 1조5012억원(38.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동성부채는 1조963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7720억원(47.4%) 줄었다. 유동성부채가 더 큰 폭으로 축소되면서 유동성비율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만기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2월 1년 만기 정기예금(고정·변동) 상품 금리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고정금리는 최대 2.9%에서 3.1%로, 변동금리는 3.0%에서 3.2%로 각각 0.2%포인트(p) 인상했다. 이는 업계 평균 정기예금 금리(3.02%)를 웃도는 수준이다.
금리 조정의 핵심은 단기적인 수신 경쟁보다는 만기 분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다. 연말·연초에 집중된 정기예금 만기를 구간별로 분산해 조달 안정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투자 대체재 확대로 자금 유출 압력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포트폴리오 변화 대신 채널 다각화 방점 금융당국이 유동성 관리 기준 강화를 예고한 가운데 SBI저축은행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회전식 정기예금, 요구불예금, 확정형 퇴직연금 등에 대한 유동성 산정 기준을 보다 보수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SBI저축은행은 업권 내 과도한 수신 경쟁을 지양하고 선제적 자금조달과 채널 다변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다양한 수신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온 만큼 산정 기준 변화에도 추가 자금 조달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부 항목에서 소폭 부담 요인이 발생할 수 있으나 수신 포트폴리오 자체에 큰 변화를 줄 계획은 없다는 설명이다.
SBI저축은행의 작년 말 수신 구조를 보면 거치식예금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예수금 평균잔액 가운데 거치식예금이 9조1033억원으로 78.6%를 차지했다. 요구불예금은 20.4%, 적립식예금은 1.1% 수준이다. 조달 비용 절감을 위해 늘려온 요구불예금 비중은 전년 대비 5.49%포인트 하락했다.
예금자별로는 개인 비중이 67.5%로 가장 높고 기타가 27.7%, 법인이 4.8%를 차지했다. 기타 항목은 퇴직연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신탁 등이 포함된다. 전년 대비 기타 비중이 약 4%포인트 확대된 점이 특징이다. 수신 구조 안정화를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