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저축은행이 교보생명이 추천한 4명의 이사를 선임하면서 이사회 지배력이 재편됐다. 교보생명 사외이사를 역임했던 지범하 이사를 비롯해 권재중 이사, 위장환 이사가 SBI저축은행 이사회에 합류했다. 기존 SBI저축은행 사외이사 가운데서는 소현철 이사만 유일하게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 경영권 확보 이후 이사회 장악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모습이다. 교보생명이 SBI홀딩스보다 1명 더 많은 이사를 추천하도록 한 주주 간 계약 조건이 반영된 결과다. 교보생명이 이사회 주도권을 잡은 만큼 SBI저축은행에 대한 지배력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거란 분석도 나온다.
◇이사회 권력구도 변화, 교보 중심 재편 SBI저축은행은 지난 2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구성원을 대거 교체했다. 교보생명이 추천한 지범하·권재중·위장환 이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반면 지난달 정기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했던 김은미·박재성·김지헌·카토 요시타카 이사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새롭게 합류한 지범하 한동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교보생명 이사회 경험이 있는 인사다. 교보생명 사외이사로 총 4차례 연임하며 6년간 이사회에 몸담았다. 그 과정에서 신창재 회장 풋옵션 분쟁과 SBI저축은행 인수 등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했다. 최근 교보생명 이사회 임기를 마친 뒤 다시 자회사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양사 간 연결 고리 역할을 맡게 됐다.
권재중 이사는 JB금융지주 부사장과 BNK금융지주 그룹재무부문장 CFO를 지낸 재무 전문가다. 위장환 이사는 웰컴저축은행 디지털뱅킹팀장과 BNK저축은행 디지털금융본부장을 역임한 디지털 금융 전문가로 평가된다. 재무와 디지털 역량을 동시에 보강하는 방향으로 사외이사진을 재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보생명과 SBI홀딩스는 주주 간 계약을 통해 교보생명이 추천하는 이사 수가 SBI홀딩스보다 최소 1명 많도록 구조를 조정했다. 기존에는 양측이 동일한 수의 이사를 추천하는 ‘동수 구조’였지만 지난달 금융당국의 대주주 승인 과정에서 변경됐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와 관련해 지분 구조와 경영 책임의 일치를 강조해온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SBI홀딩스 측 추천 이사 가운데서는 지난해 사외이사로 합류한 소현철 이사만 임기를 이어갔다. 1964년생인 소 이사는 서강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증권감독원(현 금융감독원)에 입사했다. 이후 IT감독국 검사지원2팀장, 기업제도공시실 전자공시팀 부국장 등을 거쳐 대전광역시청 금융협력관, 정보화전략실장 등을 역임했다.
◇보험·저축은행 결합, 시너지 창출 본격화 이사회가 7인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교보생명이 4석을 확보하면서 사실상 이사회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사회 내 우위를 기반으로 향후 각자대표 체제 도입 등 지배구조 추가 개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단기간 내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지배력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과제로는 SBI저축은행과 교보생명 간 조직 융합이 꼽힌다. 교보생명은 보험 중심의 안정적인 자산 운용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SBI저축은행은 중금리 대출과 디지털 채널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양사 간 시너지 창출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특히 계열사 간 고객 기반을 활용한 교차 판매(크로스셀링) 전략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보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 연계, 저축은행 고객 대상 보험 상품 판매 등 그룹 차원의 통합 영업 전략이 추진될 경우 수익 구조 다변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구조가 교보생명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SBI홀딩스가 경제적 지분 70%를 유지하는 조건은 그대로다. 배당 등 경제적 이익은 SBI홀딩스가 더 크게 가져가면서도 경영 의사결정은 교보생명이 주도하는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