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의 KDB생명보험 일곱 번째 매각 시도는 역시 가격이 관건이다. KDB생명은 국유재산으로 민간의 딜과는 다른 특성을 갖는다. 산은은 이번 매각을 통해 공적 자금을 회수할 책무가 있다. 재원 2조원 이상이 투입된 만큼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매각할 경우 헐값 매각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일각에선 5000억원 안팎으로 평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매자 부담 요인인 재무체력이 보완됐다는 점과 생보사 라이선스 프리미엄 및 운용자산 등의 가치를 고려해서다. 다만 이 가격조차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비슷한 규모(평가 당시)면서 흑자 기업인 ABL생명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매각됐다.
◇헐값 매각 논란 불가피할까 산업은행이 현재까지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은 지난 2010년 금호생명(KDB생명 전신) 인수 자금 4800억원(산은부담액), 수차례 유상증자 대금 등을 포함해 총 2조1000억원가량에 달한다. 투입된 재원 등을 고려하면 KDB생명 매각을 통해 조 단위 규모의 자금을 회수하는 게 이상적이다.
산은 입장에서 KDB생명은 골칫거리다. 인수 과정부터 문제가 있었다. 산은은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인 2009년 주당 5000원씩 총 4800억원을 투입해 당시 금호생명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금호생명의 부실 자산이 578억원에 그친다는 전재 아래 책정한 가격이었다.
문제는 주식 인수를 위한 검토 과정에서 578억원 이외에 1836억원 규모의 추가적인 부실 자산이 발견되면서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은은 부실 자산이 추가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면서도 기업 인수를 위한 재무 실사를 하지 않았고 사외이사들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채 금호생명 인수를 결정했다.
이 일로 감사원은 금호생명 인수에 따른 산은의 손실 발생 우려를 발표하며 금융위원장에게 업무 책임 산은 임원의 비위를 인사 자료로 활용하고 산업은행장(현 회장)에게는 관련자 주의 등 징계를 요구했다. 이번 매각 과정에서 가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인수 과정에서의 지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헐값 매각에 따른 책임론은 산은이 국유재산을 처분할 때마다 발생하는 지적이기도 하다.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을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헐값 논란이 일었다. 2020년 JC파트너스와 KDB생명 주식매매계약(SPA)을 3500억원 규모(구주 2000억원, 신주 1500억원)에 체결했을 당시에도 헐값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산은 투입액에 한참 못 미칠 시장 평가액 재원 2조원 이상을 투입한 산은의 입장과는 달리 KDB생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높지 않다. 일각에선 인수자의 향후 자본 확충 부담이 상당히 줄었고 생보사 라이선스 프리미엄 및 운용자산 등의 가치를 고려하면 5000억원 안팎으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KDB생명은 생보업계 14위 수준의 중소형사로 자산 규모가 17조원에 이르는 게 매력 포인트다. 지난해 말 기준 KDB생명의 총자산은 17조2045억원으로 이 중 운용자산은 현금·예치금 6784억원, 유가증권 14조5000억원, 대출채권 1조3000억원, 부동산 766억원 등 16조5000억원이다.
하지만 5000억원조차 과하다는 의견도 많다. 실제 사이즈가 비슷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 건전성 상태가 나았던 ABL생명도 실사 기준일인 2024년 3월 말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3배를 인정받아 지분 100%가 2654억원에 팔렸다. KDB생명이 이를 웃도는 평가를 받기엔 어렵다는 것이다.
당시 ABL생명의 총자산과 총부채는 각 17조4707억원, 16조6414억원이었으며 순자산 8983억원, 당기순이익(2023년 말 기준) 804억원, CSM(보험계약마진) 8942억원, 지급여력비율(경과조치 전) 114.35%의 양호한 상태였다. KDB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17조2045억원, 총부채 16조7954억원, 당기순손실 -1119억원, CSM 7730억원, 지급여력비율(경과조치 전) 71%로 상태가 더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