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본자본 규제 도입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험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건전성 규제가 자본의 질에 초점을 맞춰지며 회사의 관리 부담은 커지고 있다. 기본자본 확충이 쉽지 않은 데다 자본 질 저하를 부추기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가장 큰 걸림돌로 남아있다. 기본자본 규제를 둘러싼 쟁점과 업계에 미칠 파장을 짚어봤다.
기본자본 규제가 도입되며 매물로 나온 중소형 보험사의 매각 적체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KDB생명, 롯대손해보험, 예별손해보험 등이 매물로 나와있지만 세 보험사 모두 기본자본 체력이 낮아 자본 확충이 급선무다. 대주주의 의사결정 부담이 있을 뿐더러 영업 경쟁력이 다소 약한 중소형 보험사 특성상 기본자본 관리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인수 의향자 입장에서도 보험사 매물의 인수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기본자본 규제 비율 미달시 증자에 대한 부담이 클 뿐더러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로 인해 배당 이익 등 투자에 따른 이익 회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매각 앞두고 자본 확충 부담 가중
현재 업계에서 매물로 거론되는 KDB생명, 롯데손보, 예별손보 모두 기본자본비율이 규제 기준 50%를 하회하고 있다. 2025년 3분기 기준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 KDB생명은 16.3%, 롯데손보는 -16.8%를 기록했다. 예별손보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기본자본비율이 -32.4%다.
기본자본 규제안이 구체화된 만큼 매각에 나서기 앞서 자본 확충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KDB생명도 지난해말 증자에 더해 추가적인 자본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 KDB생명은 지난해말 5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초 체력이 부족한 만 추가 증자가 필요하다. 지난해말 3분기 기준 KDB생명의 기본자본은 경과조치 적용 후 1432억원이지만 적용 전 기준으로는 -7339억원이다.
롯데손보는 적기시정조치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롯데손보는 금융위의 경영개선권고에 따라 △사업비 감축 △부실자산 처분 △인력·조직 운영 개선 등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했다. 금융위에서 지속적으로 대주주 증자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고 현재 기본자본이 마이너스(-)인 만큼 내년 규제 실행을 앞두고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다만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만큼 증자를 결정하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증자 없이는 기본자본 관리가 쉽지 않다. 기본자본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이익잉여금을 증대, 유상증자, 기본자본증권 발행 등이 있다. 이익을 최대한 유보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지만 대형 보험사와 영업 경쟁을 이어가려면 사업비 투입을 늘려야 하는 만큼 수익성을 남기기가 쉽지 않다. 그 외 증자나 기본자본증권 발행을 한다면 단번에 자본을 늘릴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결정이 쉽지 않다.
◇인수 이후에도 기본자본 관리 부담 지속, 배당 등 투자금 회수도 난항
인수의향자 입장에서도 보험사 매물 매력도는 하락하고 있다. 정상화가 완료된 보험사를 인수했다고 해도 인수 이후 기본자본 관리 부담은 지속된다. 요구자본 관리를 강화하는 것도 기본자본 체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으나 수익성이 낮은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요구자본 감축을 위해서는 영업을 축소해야 하는 가능성이 커진다.
뿐만 아니라 매각을 통한 이익 회수도 어려워지고 있다.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보통 배당이 이뤄져야 하는데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지속되며 배당이 가능한 회사가 극히 제한적이다. 올해 기준 킥스비율 160% 이상인 보험사에 대해 해약환급금준비금을 80%로 낮춰주지만 준비금 자체가 빠르게 커지는 만큼 상당수 보험사가 배당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매물로 나온 보험사의 매각 작업이 유보되어 있는 상태인데 새로 들어오는 투자자들도 인수가가 문제가 아니라 추가로 들어가야 할 돈이 크니까 못들어오고 있다"며 "잠재적 시장 진입을 고려하는 입장에서도 보험사를 인수하기에 허들이 너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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