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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해보험의 역사와 M&A 스토리

강용규 기자  2026-04-27 15:43:49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THECFO가 제공하는 '아카이브(Archive)'는 시장에서 벌어진 이슈의 발단과 결말을 기록한다. 기업의 현재를 만든 이정표적 사건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전개됐을까. 사건의 방향성을 흔들어 놓은 주요 이벤트는 뭘까. 기사 한 건이 하나의 조각이라면 아카이브는 조각이 맞춰진 퍼즐이다. 거대 사건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실관계를 아카이브가 담았다.

목차

1. 개요

2. 대한화재의 설립과 첫 M&A

2.1. 대한화재의 설립과 성장

2.2. 첫 번째 M&A, 동융산업을 새 주인으로

3. 동융산업 체제의 대한화재

3.1. 성장 가도에 들어서다

3.2. 자동차보험의 실패와 경영난

3.3. 두 번째 M&A, 대주그룹을 새 주인으로

4. 대주그룹 체제의 명과 암

4.1. 세 번째 M&A, 롯데그룹의 품으로

5. 롯데그룹 체제에서의 고난과 성장

5.1. 네 번째 M&A, JKL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6. 사모펀드 체제에서의 체질개선

6.1. IFRS17 도입, 수익성과 자본적정성 개선

6.2. 다섯 번째 M&A 계획 가동

     6.2.1. 제도 변경에 마주한 충격

     6.2.2. 불안 노출한 자본적정성

          6.2.2.1. 후순위채 콜옵션 미이행 사태

     6.2.3. 적기시정조치 둘러싼 당국과의 갈등

6.3. 한투의 등장, M&A는 새 국면으로

7. 다섯 번째 M&A의 결말은

최초 문서 작성일 : 2026년 4월27일

1. 개요접기


국내 보험시장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가리지 않고 대형사와 중소형사가 명확하게 구분된다.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안정적 영업을 지속하는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들은 새로운 회계기준의 도입이나 환율과 금리 등 외부 변수의 급변에 대처하는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때문에 중소형 보험사들은 경영난으로 인해 대규모 기업집단이나 금융기업집단 소속으로 주인이 바뀌는 경우가 왕왕 있다. 기업을 유지하지 못하고 흡수합병이나 계약 이전 등의 방식으로 사라지는 사례도 있었다.

이와 같은 시장 지형에서 롯데손해보험(롯데손보)은 이채로운 존재다. 앞서 4차례 매각을 통해 주인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그룹에 피인수되기 전까지는 중소형 손보사들 중 대기업이나 금융그룹의 자본력 없이 자생한 마지막 손보사이기도 했다.

현재 롯데손보는 또 한 번의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거래가 성사된다면 5번째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된다. 수 차례 경영난에도 꺾이지 않고 여전히 국내 보험시장에서 존재감을 유지한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 문서는 롯데손보의 역사를 인수합병(M&A) 중심으로 정리하고 이를 통해 롯데손보의 경쟁력과 향후 매각 절차에서의 과제를 조망한다.

2. 대한화재의 설립과 첫 M&A접기



일제강점기 국내 보험시장에는 19개의 보험사가 존재했다. 이들은 대부분 일본계 자본을 토대로 설립된 보험사들이었으며 1945년 일제가 패망하자 조선화재해상보험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이 국내에서 철수했다. 이에 국내 보험시장은 거대한 공백 상태에 직면했다.

자연스럽게 민족자본에 기반을 둔 보험사들의 설립이 보험시장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 속에 1946년 3개의 보험사가 문을 열었다. 1월 신동아손해보험과 5월 대한화재해상보험, 9월 대한생명보험 등이다. 이 중 대한화재가 현 롯데손보에 해당한다. 이후 1948년 고려화재해상보험이 추가로 시장에 합류했다.
대한화재 초기 로고.

2.1. 대한화재의 설립과 성장접기



부산양조의 하원준 사장을 비롯해 부산 지역 7명의 자산가들은 1945년 10월 손해보험사 설립을 결정했다. 이듬해 5월 하 사장을 창업주로 대한화재가 출범했다. 설립 초기 대한화재는 화재보험에만 집중하며 사세를 불려 나갔다.

당시 부산은 해외에서 귀국하는 동포들과 물자가 모여드는 곳이었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항구도시였던 만큼 일제가 남기고 간 적산도 적지 않았다. 이는 산업이 발달하기 용이한 배경이자 해방 직후 혼란기에 발생할 수 있는 재산 손실을 방어하기 위한 화재보험의 수요를 의미하기도 했다.

대한화재는 1950년 6.25 전쟁의 발발로 분기점을 맞았다. 서울에 기반을 둔 보험사들과 달리 부산에 연고를 둔 터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시기 정부가 해상보험의 운영을 장려하면서 대한화재 역시 화재보험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해상 및 운송보험으로 영역을 넓혔다.

다만 전후 복구가 본격화하며 국내 손보사들은 보험금 지급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경영난을 겪게 된다. 대한화재도 서울 기반 손보사들 대비 정도가 덜했을 뿐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여기에 창업주 하 사장도 선거에서의 잇단 낙선으로 빚이 불어나 있었다. 이에 하 사장은 대한화재의 경영권 매각을 통해 빚 청산을 위한 대금을 마련하고자 했다.

2.2. 첫 번째 M&A, 동융산업을 새 주인으로접기


1954년 1월 동융산업이 대한화재를 인수했다. 동융산업은 전쟁을 기회로 사세를 확장한 군납업체였다. 동융산업의 김치복 사장은 최태섭 회장과 이봉익 부사장 등 소위 ‘압록강 재벌’들과 함께 대한화재를 공동으로 경영했다.

직급은 최 회장이 더 높았지만 실권은 김 사장에게 있었다. 이후 김치복 사장은 회장에 올라 대한화재의 가장 높은 위치에 섰으며 1973년 김 회장의 사후 대한화재 경영권을 넘겨받은 것도 그의 장남인 김성두 사장이었다.

대한화재의 첫 M&A는 국내 보험업의 역사에서도 의미가 있다. 일제강점기~해방기에는 보험사들이 소수 자본가들의 출자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된 반면 6.25 전쟁 이후로는 신규 설립이나 매각을 통해 보험사들이 산업자본과 결합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대한화재 역시 이러한 사례들 중 하나다.

3. 동융산업 체제의 대한화재접기


1960년대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면서 국내 손해보험업은 국가기간산업을 뒷받침하는 자본 축적의 도구로서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로 인해 손해보험사들이 기업 자본에 인수되는 등 시장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대한화재는 전쟁 직후에 한 발 앞서 동융산업에 인수된 만큼 다른 손해보험사들 대비 체제 정비에 여유가 있었다. 이는 1960~1970년대 대한화재가 본격적인 성장의 가도를 걷는 기반이 됐다.

3.1. 성장 가도에 들어서다접기


대한화재는 1963년 한국무역화재보험을 흡수합병하면서 체급을 키웠다. 단순히 규모를 불린 것이 아니라 1950년대 본격화한 해상보험 영업력을 키워 기존 화재보험과 해상보험의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추는 투자이기도 했다.

이후 대한화재는 보험시장에서 순조로운 성장 가도를 밟았다. 1965년 서울 서소문에 사옥 대한빌딩을 건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부산 지역 보험사였던 대한화재가 전국 보험사로 발돋움했음을 상징하는 사례 중 하나다.

1971년에는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1956년 상장했으나 현재는 비상장사가 된 메리츠화재를 제외하면 손보사들 중 최초의 상장 사례다. 이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은 대한화재가 1970년대 경제 성장기에 전국적으로 영업망을 확충하는 데 투입됐다.
대한화재 서소문 사옥.

3.2. 자동차보험의 실패와 경영난접기


1983년 한국자동차보험*[현 DB손해보험]의 독점 체제였던 국내 자동차보험시장이 개방됐다. 이에 대한화재를 포함한 손보사들이 영업 인가를 받고 시장에 진입했다. 김치복 회장의 장남으로 대한화재를 승계한 김성두 사장은 1980년대 들어 본격화된 ‘마이카(My Car)’ 붐을 타고 이 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다.

다만 이는 패착이 됐다. 운전 문화가 성숙하지 않았던 시기의 높은 사고율과 그에 따른 손해율 누적으로 손보시장에서 중소형 보험사들의 수익구조가 악화했다. 대한화재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김 사장은 경영악화의 책임을 지고 1993년 물러났다.

그의 장인이자 김치복 회장의 사돈인 백은규 회장과 백 회장의 장남 백일환 부회장이 대한화재의 경영권을 이어받아 대한화재의 경영 안정화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금융기관의 건전성 잣대가 엄격해지면서 대한화재의 부실이 수면 위로 부각됐다.

3.3. 두 번째 M&A, 대주그룹을 새 주인으로접기


금융감독위원회는 2001년 3월 국제화재, 리젠트화재와 함께 대한화재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경영개선명령을 통보했다. 금융감독원의 자산 및 부채 실사 결과 대한화재는 자산보다 부채가 408억원 많은 자본잠식 상태였다.

예금보험공사(예보)는 대한화재의 기존 주식을 전액 무상감자하고 매각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감자차익을 활용한 결손금 상계에도 불구하고 자본 부족액이 801억원에 달했다.

중견 건설업체 대주그룹이 구원투수로 나타났다.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은 대주건설과 대한시멘트 등을 운영하며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조선업(대한조선)에 이어 금융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었다. 예보는 2001년 11월 대한시멘트를 대한화재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대한시멘트를 포함한 대주그룹 계열사들이 대한화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420억원을 출자했다. 예보 역시 381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대한화재의 지급여력비율을 110%까지 맞췄다. 대한화재는 경영 정상화와 함께 대주그룹 산하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게 됐다.

4. 대주그룹 체제의 명과 암접기


대한화재는 대주그룹 체제에서 온라인 자동차보험 브랜드 '하우머치(How Much)'를 론칭해 자동차보험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오프라인 대면영업 중심의 보험시장에서 설계사 수수료를 없앤 저렴한 자동차보험은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좋은 시기가 오래 가지는 않았다. 대주그룹은 핵심 계열사 대주건설에서 시작된 재무 위기가 그룹 전체로 번진데다 그룹의 미래로 점찍었던 대한조선까지 자본잠식 위기에 빠졌다. 이에 대한조선 납입자본금 마련을 위해 2007년 대한화재를 다시 M&A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이후 대주그룹의 허재호 회장은 대한화재 지분 매각 과정에서의 양도소득세 미납 등 각종 금융범죄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은 뒤 2010년 뉴질랜드로 도피했다가 2014년 귀국해 벌금을 노역으로 탕감하는 처분을 받았다. 이 처분이 한때 논란이 된 황제노역 사건이다.

4.1. 세 번째 M&A, 롯데그룹의 품으로접기


대주그룹은 2007년 9월 칸서스자산운용 산하의 사모펀드 운용사 칸서스파트너스를 대한화재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칸서스 이외에도 4곳이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했으나 가장 빨리 제출한 칸서스가 우선협상 지위를 획득했다.

당시 매각 대상 지분 56.98%의 예상가격이 약 4000억원으로 거론됐다. 공적자금 투입분을 제외하면 6년 전 대주그룹이 대한화재를 인수할 당시 가격 420억원의 10배에 가깝다. 대주그룹 측에서는 1500억원 가량으로 평가된 대한화재 남대문사옥의 가치가 포함된 만큼 높은 가격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당시 대한화재의 시가총액이 3000억원 수준이었던 만큼 투자업계에서는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봤다.
대한화재 남대문 사옥.

다만 칸서스 측에서 협의된 계약 예정시한을 지키지 못한 탓에 거래가 불발됐다. 이에 대주그룹은 대한화재 인수 의향을 보인 나머지 4곳과 협상을 통해 인수자를 확정하기로 했다.

2007년 12월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한 롯데그룹 컨소시엄이 대주그룹과 대한화재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2008년 2월 롯데그룹 컨소시엄이 대주그룹의 대한화재 보유지분 56.98%를 3526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까지 체결하면서 대한화재는 롯데그룹의 품에 안겼다.

호텔롯데가 대한화재 지분 27.72%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랐고 롯데역사가 22.67%, 대홍기획이 4.62%, 부산롯데호텔이 1.97%씩 대한화재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대한화재는 2008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지금의 롯데손해보험으로 변경하면서 62년간 이어 온 '대한화재'의 간판을 내렸다.
롯데손해보험 로고.

5. 롯데그룹 체제에서의 고난과 성장접기


보험업계에서는 롯데그룹 산하 금융계열사가 된 롯데손보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롯데그룹이 그간 유통사업에서 쌓아 온 고객 데이터와 판매채널을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등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금융업 육성 의지도 롯데손보를 향한 기대에 한몫을 했다. 신 부회장은 일본 노무라증권의 런던지점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금융업을 유통과 화학에 이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자 했다. 2002년 롯데카드의 전신인 동양카드 인수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롯데손보는 롯데그룹의 인수 초기에는 기대에 걸맞은 성장세를 보였다. 그룹 계열사들의 손해보험 계약 물량이 차차 롯데손보로 넘어오는 가운데 그룹의 영업망을 적극 활용하며 인수 당시 2.7%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을 2011년 3.19%까지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롯데손보가 한화손보에 이어 국내 손보시장에서 제 2의 중형사로 안착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후 실적 성과는 초기 기대에 걸맞지 않았다. 롯데손보는 2009년 회계연도(2009년 3월 결산 기준) 순손실 68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이듬애 순이익 155억원으로 흑자전환했으나 2011년 회계연도에는 다시 91억원의 적자를 봤다.

이후로도 한동안 롯데손보의 실적은 해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2012년 회계연도에 다시 128억원 흑자를 거뒀으나 2013년 회계연도에 다시 14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1억원 적자, 2014년 25억원 흑자를 각각 봤다.

이 시기 롯데그룹은 롯데손보의 기대 이하 성장세에 만족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LIG손해보험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인수 의향을 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경쟁자 KB금융이 LIG손보 예비입찰에서 4200억원을 제안했던 반면 롯데그룹은 최대 6200억원까지 베팅액을 끌어올리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과도한 금액 부담과 LIG손보 노조의 반대 등으로 거래 성사에는 이르지 못했다.

롯데손보는 2015년 반등의 기반을 닦았다. 2015년 10월 롯데그룹 계열사 하이마트와 제휴를 맺고 국내 최초의 단종보험인 제품연장보증보험을 출시했으며 그 해 12월에는 하우머치 브랜드로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온라인 전용 자동차보험도 내놓았다.

이러한 재정비에 힘입어 롯데손보는 2015년 순이익을 99억원까지 끌어올렸고 이듬해에는 순이익이 291억원까지 높아졌다. 흑자 규모는 2017년 746억원, 2018년 913억원으로 갈수록 불어났다. 다소 지연되기는 했으나 초기에 받았던 성장의 기대에 충족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규모 면에서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롯데손보의 자산총계는 일반회계 기준으로 롯데그룹에 인수되기 직전인 2007년 말 1조1698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롯데그룹 인수를 거쳐 10년 뒤인 2017년에는 12조8022억원으로 인수 직전 대비 10배를 웃돌았다.

5.1. 네 번째 M&A, JKL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접기


롯데손보의 롯데그룹 체제는 2017년 종착지에 다다랐다. 이 해 10월 롯데그룹이 롯데지주를 설립하고 지주사체제 전환에 나서면서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사가 금융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롯데지주는 롯데손보와 롯데카드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롯데그룹은 2018년 11월 두 금융계열사의 매각을 공식 선언했다. 금융지주사체제 전환을 앞두고 비은행 계열사를 보강할 필요가 있는 우리은행과 더불어 KB금융과 하나금융, 롯데그룹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BNK금융 등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에서 바라보는 인수 후보군과 원매자가 달랐다. 롯데손보의 인수 적격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된 곳들은 △MBK파트너스 △JKL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대만 푸본그룹 등이었다. 푸본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은 사모펀드 운용사였다.

이에 시장에서는 롯데손보의 미래에 대해 다소 불안한 시선이 나왔다. 보험업은 산업 특성상 장기적인 호흡으로 사업을 육성하며 필요시 자본 확충의 자금소요가 빈번히 발생하는 반면 사모펀드는 이익 실현, 즉 재매각이 전제되는 만큼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점이다.

심지어 롯데손보의 경우 이미 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롯데손보는 2018년 말 기준 보험금 지급여력비율(RBC 비율)이 155.4%에 불과했는데 이는 감독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간신히 상회하는 수준이었으며 같은 기간 국내 손보업계 평균인 242.6%과는 격차가 선명했다.

롯데그룹 측에서는 최초 롯데손보 매각 가격으로 5000억원 상당을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험사에 대한 시장에서의 가치 저평가와 롯데손보의 자본확충 필요성 등이 겹치면서 기대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2019년 5월 롯데손보 지분을 보유한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이사회를 열고 JKL파트너스와 롯데손보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당초 그룹의 롯데손보 보유지분 58.49% 전량을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향후 협력을 위해 호텔롯데의 보유지분 5%는 남기기로 했다. 매각 대상 지분 53.49%의 거래가격은 3734억원으로 최초 거론되던 가격보다 상당히 낮아졌다.

6. 사모펀드 체제에서의 체질개선접기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를 인수한 직후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에 나섰다. JKL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가 최초 3750억원 규모로 계획됐다. 이를 통해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RBC비율을 19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19년 10월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며 JKL파트너스의 투자목적회사인 유한회사 빅튜라의 롯데손보 지분율은 인수 직후 53.49%에서 77.04%까지 높아졌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 인수 및 체제 안정화에 7400억원가량을 투입한 셈이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에 대해 단기적인 외형 확장보다는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추후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엑시트(Exit) 전략을 채택했다. 통상 사모펀드의 투자기업에 대한 엑시트 기한은 5년으로 설정된다. 유상증자 참여 금액까지 고려하면 롯데손보는 5년 내에 몸값을 2배 이상 끌어올려야 했다. 그에 걸맞은 체질개선 역시 필요했다.

JKL파트너스 체제에서 롯데손보는 수익성이 낮은 자동차보험 비중을 줄이고 마진율이 높은 장기보장성보험의 비중을 늘리는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을 추진했다. 이는 단순히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2023년 도입이 예정된 새 회계기준 IFRS17에 대비하는 것이기도 했다.

롯데손보는 일반계졍 원수보험료 중 장기보험의 비중을 2019년 말 69.1%에서 이듬해 75.9%로 끌어올렸으며 2021년에는 81.7%로 연말 기준 처음으로 80%를 넘어섰다. 이후로도 장기보험 확대 전략이 계속되면서 2025년 말 기준으로는 이 수치가 89.3%로 90% 돌파를 눈앞에 뒀다.

6.1. IFRS17 도입, 수익성과 자본적정성 개선접기


2023년을 기점으로 국내 보험산업에 IFRS17 회계기준이 도입됐다. IFRS17은 보험회계의 국제 표준기준으로 결산 시점의 최적 가정을 반영해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하고 보험손익을 현금발생주의에 따라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뼈대다.

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의 수익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보험계약마진(CSM)이 새롭게 떠울랐다. 현금발생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IFRS17 회계기준상 보험사의 보험수익은 실제 수익이 발생했을 때 재무제표에 기록되며 CSM은 보유 보험계약에서 향후 발생할 수익을 의미한다. 즉 보험사의 기대수익 지표다.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 체제에서 장기보장성보험에 집중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했는데 이는 CSM 축적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미래에 발생할 수익이라는 CSM의 특성상 단기 일반보험보다 장기보험의 CSM 축적 효율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특히 새 회계기준 도입 직전이 아닌 인수 직후, 즉 2019년부터 긴 호흡으로 장기보험 중심 전략을 유지한 만큼 롯데손보의 2023년은 기존에 축적한 CSM이 이미 수익으로 전환되는 시기였다. 이 해 롯데손보는 일반회계 결산 기준 순이익 301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CSM도 2조3966억원으로 연초 대비 7192억원이나 불어났다. JKL파트너스의 엑시트 시점이 도래하는 가운데 수익성 측면에서 과거 대비 한껏 개선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자본적정성 측면에서는 초반 불안함을 노출하기도 했다. IFRS17 회계기준 도입으로 보험사 자본적정성 기준으로 기존 RBC가 아닌 K-ICS(킥스)가 새로운 지급여력비율 측정 지표로 도입됐다. 보험부채의 시가평가에 맞춰 보험사에 필요한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을 새롭게 산출하고 보험부채의 위험도 계수를 정밀화한 지표다.

롯데손보는 최초 JKL파트너스의 인수 직후 유상증자 이후 RBC비율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2022년 말 기준 RBC비율은 150.8%로 인수 당시의 155.4%보다도 낮아져 있었다. 여기에 보험부채의 시가평가로 인해 요구자본이 불어나면서 2023년 1분기에는 킥스비율이 137.7%까지 낮아졌다. 다만 새 제도 도입에 따른 경과조치 덕분에 킥스비율은 178.3%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2023년의 호실적으로 인해 롯데손보는 가용자본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킥스비율상의 여유가 생겼다. 연말 기준 킥스비율은 경과조치 없이 174.8%를 달성해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이미 넘어섰으며 경과조치까지 적용해 수치를 213.2%까지 재차 끌어올렸다.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에 매각된 직후부터 IFRS17 도입에 체계적으로 대비한 덕에 수익성이 만개했으며 자본적정성도 안정권에 들어섰다. JKL파트너스의 엑시트 시점이 도래하고 있었던 만큼 보험사 M&A 시장에서는 우량 매물의 등장을 기대하는 시선이 퍼졌다.

6.2. 다섯 번째 M&A 계획 가동접기


JKL파트너스는 2023년 10월 JP모건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롯데손보 매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M&A는 계획에 시동이 걸린 직후부터 적정가격의 논란을 낳았다.

JKL파트너스측이 직접 가격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투자업계에서는 빅튜라가 보유한 롯데손보 지분 77.04%의 가치로 2조~3조원 수준이 거론됐다. 2023년 말 기준 롯데손보의 자본총계 1조2562억원에 CSM 2조3966억원을 더한 3조6528억원을 지분 100%의 가치로 본 것이다.

반면 시장에서는 이 가격이 고평가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당시 롯데손보의 시가총액이 8000억원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IFRS17 도입 초기 제도 안착 과정에서 당국이 계속해서 가이드라인을 신설하는 것 역시 수익성 측면에서 불안 요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보험사 M&A 시장에 나와 있던 손보사 매물로는 예보의 경영관리를 받고 있던 MG손보가 있었으며 롯데손보가 MG손보보다는 수익성이나 자본적정성 측면에서 확연히 나은 매물로 평가됐다. 때문에 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만 줄어든다면 롯데손보를 인수하려 나설 원매자가 없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우리금융이 예비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보험사가 금융그룹의 주요 비은행 수익원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보험업 포트폴리오가 없는 우리금융은 수익 확대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결국 2024년 6월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자체적으로 산정한 기업가치를 토대로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판매 측과 이견을 좁히기가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 매각 계획을 상시매각 체제로 전환하고 새로운 인수 희망자의 참여를 기다리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우리금융이 여전히 유력한 참여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손보사 포트폴리오가 약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6.2.1. 제도 변경에 마주한 충격접기


롯데손보는 2024년 순이익 242억원을 거둬 전년 대비 91.5% 급감했다. 연말 기준 CSM 잔액도 2조3202억원으로 1년 전보다 659억원 감소했다. 이와 같은 충격의 원인은 2024년 말 회계부터 적용된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의 변경이다.

당국은 보험사들이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정해 CSM과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며 만기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엄격한 가정 모형을 원칙으로 설정했다. 이 제도 변경으로 인해 2024년 손보업계에는 CSM 감소와 그에 따른 이익 후퇴의 찬바람이 몰아쳤다. 특히 롯데손보는 무·저해지보험의 의존도가 높았던 터라 이익 충격 역시 큰 편에 속했다.

당국은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과 관련해 당국이 정한 원칙모형 이외에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예외모형 역시 허용했다. 다만 예외모형 적용시 대주주 면담을 진행하고 정기검사 대상에 우선적으로 포함시키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예외모형의 적용 자체를 일탈행위로 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손보는 예외모형 적용을 선택했다. 이미 매각 계획이 가동되고 있었던 터라 투자자들에 긍정적인 수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원칙모형을 적용하면 2024년 롯데손보의 실적은 242억원의 순이익이 아닌 329억원의 순손실이 된다. CSM 잔액도 1조9737억원으로 2조원을 하회하게 된다.

롯데손보는 감독 당국의 계리적가정 산출 가이드라인에 따라 예외모형의 합리성 및 타당성을 입증하고 문서화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손보 및 해외 유사상품의 경험통계 등을 기반으로 통계적 충분성을 확보했으며 예외모형 적용 근거에 대해 계리법인의 검증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결정으로 인해 당국이 롯데손보를 주시하기 시작하면서 결과적으로 예외모형 선택은 이후 롯데손보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6.2.2. 불안 노출한 자본적정성접기


롯데손보는 2025년 2월 1000억원 규모의 10년 만기 후순위채의 발행에 나섰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5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검토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2023년 IFRS17 회계기준 도입과 이후 금리 상승 등으로 보험부채 평가액이 급증하면서 보험사들은 자본적정성 관리를 위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 증권을 대거 발행했다. 롯데손보는 2024년 3분기 말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 킥스비율이 159.8%로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소폭 상회하는 데 그쳐 가용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었다.

당시 롯데손보의 가용자본에 1000억원이 더해지면 킥스비율은 165.4%까지 높아질 수 있었다. 1500억원 발행 기준으로는 168.1%가 된다. 그러나 롯데손보는 이 후순위채 발행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롯데손보는 금리 상황, 급격한 경제와 대외 여건 변화 및 새로운 제도 도입 등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발행 시점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당국이 후순위채 발행 계획에 실질적 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킥스제도상 보험사 가용자본은 보통주 자본금, 이익잉여금 등 손실흡수성이 높은 기본자본과 자본성 증권, CSM 등 손실흡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보완자본으로 나뉜다.

롯데손보는 가용자본의 부족분을 후순위채로 지속 보강해 왔으며 2024년 3분기 말 기준으로 가용자본 2조8616억원 중 기본자본은 5.4%에 해당하는 1535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당국에서 자본의 질적 측면을 고려해 보완자본이 아닌 기본자본의 확충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6.2.2.1. 후순위채 콜옵션 미이행 사태접기

보험사가 자본적정성 관리를 위해 발행한 자본성 증권은 만기와 상관없이 발행일로부터 5년 내 콜옵션(조기상환권) 조항이 붙고 보험사는 이를 행사하는 것이 관례로 굳어져 있다. 다만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가 자본성 증권을 조기에 상환하기 위해서는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상환 이후 150%를 웃돌아야 한다.

롯데손보는 2020년 5월7일 발행한 900억원 규모 후순위채의 콜옵션 행사일이 2025년 5월7일 도래했다. 그러나 롯데손보의 킥스비율은 2024년 말 기준 154.6%에 불과했으며 가용자본에서 900억원이 빠져나갈 경우 킥스비율이 149.5%로 낮아진다.

롯데손보는 해당 감독규정의 비조치 의견서를 금감원에 요청했으나 금감원은 이를 불승인하고 콜옵션 행사 금지를 통보했다. 이에 롯데손보 측에서는 투자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가용자본이 아닌 운영자금을 활용해서 해당 후순위채의 상환을 강행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금감원도 이세훈 수석부원장의 브리핑을 통해 "금융회사에게 자본적정성은 핵심 준수사항이기에 이와 관련한 규정을 위반하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강경한 불승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결국 롯데손보는 콜옵션 행사를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당국과 논의를 거쳐 2024년 하반기 중 자본확충을 실시한 뒤 콜옵션 행사를 다시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당국이 원하는 자본확충의 방식이 기본자본의 확충이라는 점이 고민거리로 남았다.

보험사의 기본자본은 이익잉여금의 적립과 유상증자, 스텝업 조항이 없는 신종자본증권 등 3가지 방식으로만 확충이 가능하다. 이 중 스텝업 조항이 없는 신종자본증권은 당시까지만 해도 발행 사례가 없었으며 이익잉여금의 적립을 통한 기본자본 확충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남은 방안은 유상증자뿐이다. 그러나 롯데손보는 대주주 JKL파트너스에 의한 매각이 추진되고 있었다. 사모펀드가 투자자금을 회수하려는 마당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려 나설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유상증자는 자본성 증권 대비 현실화 가능성이 낮은 방안일 수밖에 없었다. 롯데손보와 당국 사이의 골이 깊어져 가고 있었다.

6.2.3. 적기시정조치 둘러싼 당국과의 갈등접기


금융위원회는 2025년 11월 롯데손보에 대한 경영개선권고 조치(적기시정조치)를 의결했다.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 결과 종합 3등급, 자본적정성 부문 4등급으로 권고 대상에 해당됐으며 단기간 내에 적기시정조치 사유가 해소될 수 있음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아 조치 부과가 결정됐다는 것이다.

롯데손보는 2개월 내에 자산 처분이나 비용 감축, 조직 개선 등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한 경영개선계획을 마련해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이 계획이 금융위에서 승인되면 해당 계획에 따라 1년 동안 개선작업을 이행하게 된다.

롯데손보 측에서는 반발하고 나섰다. 금감원의 자본적정성 평가는 계량 평가 60%와 비계량 평가 40%로 이뤄지는데 롯데손보의 경우 기준일인 2024년 2분기 말 계량 평가 등급이 3등급이었으나 비계량 평가에서 자체 위험 및 지급여력 평가체계(ORSA) 도입 유예 등을 이유로 4등급이 매겨졌다는 것이다. 비계량 평가를 이유로 제재를 받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롯데손보는 서울행정법원에 적기시정조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금융사가 당국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것은 흔치 않다. 그러나 이 중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2025년 말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롯데손보는 2026년 1월 사업비 감축과 부실자산 처분, 조직 효율성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 계획마저 금융위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금융위는 롯데손보에 대한 적기시정조치의 강도를 기존의 경영개선’권고’에서 경영개선’요구’로 격상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경영개선권고를 통해 부실자산 처분, 자본금의 증액 및 감액, 경비 절감, 배당 제한 등을 요구할 수 있으며 경영개선요구는 임원진 교체, 조직 축소, 자산 처분, 영업의 일부정지 등 한층 강도가 높은 조치가 포함된다.

이에 롯데손보 측도 당국과 갈등 관계를 지속하는 데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롯데손보는 2026년 2월 당국의 적기시정조치에 대한 본안 행정소송을 취하했다. 당국과의 법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것이다.

같은 달 롯데손보 사내이사를 지내던 최원진 사장이 퇴임했다. 최 사장은 JKL파트너스의 부대표로 롯데손보 인수 당시 딜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며 인수 직후에는 대표이사에 올라 롯데손보의 체질 개선작업을 지휘했다. 당국과의 갈등 국면에서 이사회를 주도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JKL파트너스의 강민균 대표가 롯데손보의 새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당국과의 갈등 관계에서 롯데손보가 말 그대로 백기를 든 것이다.

6.3. 한투의 등장, M&A는 새 국면으로접기


롯데손보가 자본적정성 관련 이슈로 당국의 집중 감시를 받는 사이 M&A 전선에는 새로운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한투지주)가 딜로이트안진을 자문사로 선정해 2025년 8월부터 롯데손보의 실사를 진행한 것이다.

한투지주는 국내 비은행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지 않은 곳으로 이전부터 보험사 M&A 시장에서 인수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2025년 5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통해 신사업 추진계획 중 하나로 보험사 인수를 언급하며 시장 참여 가능성이 더욱 선명해졌다.

보험사 M&A 시장의 매물들은 제각기 특성이 다르다. 예별손보는 초기 몸값이 낮은 대신 인수 뒤 자본확충의 부담이 크고 롯데손보는 흑자 구조를 갖췄지만 가격이 예별손보 대비 비싸다. 손보사 이외에 KDB생명이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생보사 매물도 존재한다.

한투지주는 2026년 4월16일 마감된 예별손보 공개매각 본입찰에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으나 국가계약법상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이후 매각 절차도 성사되지 않았다. 한투의 보험사 인수 의향이 확실한 만큼 롯데손보 역시 기회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손보는 2025년 상반기 말 129.5%까지 낮아졌던 킥스비율이 그 해 말 159.5%까지 높아져 당국 권고기준을 다시 상회했다. 여기에 인수 뒤 유상증자의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자본적정성은 더욱 보강될 수도 있다.

관건은 몸값이다. 2023년 말 JKL파트너스와 우리금융의 롯데손보 딜이 성사되지 않은 것은 판매자와 원매자의 눈높이 차이 때문이다. 그러나 한 차례 매각이 성사되지 않은 데다 롯데손보의 경영 상황이 당시와는 다른 만큼 JKL파트너스 측에서 눈높이를 낮췄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7. 다섯 번째 M&A의 결말은접기


대한화재에서 현 롯데손보에 이르기까지 80년 동안 롯데손보는 4번의 M&A를 경험했다. 새로운 주인들 중에는 대주그룹처럼 롯데손보의 시장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곳도 있었고 JKL파트너스처럼 금융의 논리와는 다소 다른 산업의 논리를 적용하려다 위기를 노출한 곳도 있었다.

그럼에도 롯데손보가 꾸준히 기업체를 유지하며 국내 손보시장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시장 현황에 맞는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출범 초기 화재보험 성장기에는 화재보험을, 정책적 무역 확대기에는 해상보험을, 자동차 호황기에는 자동차보험을, IFRS17 도입을 앞두고는 장기보험을 집중 공략하며 때로는 대형사 못지 않은 효율성을 보이기도 했다.

롯데손보가 당장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고는 있으나 장기보험을 중심으로 쌓은 CSM과 이를 기반으로 한 이익 창출능력 자체는 변함이 없다. 다만 보험업계에서 자본적정성이 화두가 되면서 증자 필요성에 취약한 사모펀드의 한계가 드러났을 뿐이다.

우리금융이 롯데손보 본입찰 참여를 포기하던 당시에는 새 회계제도 도입 이후 보험사 가치평가에 대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역시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로 선례가 나타났다.

롯데손보가 자본 투입이 용이한 새 주인을 맞이해 자본적정성에 대한 당국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다면 지금의 혼란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경영개선계획의 승인과 성실한 이행으로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 [1] 현 메리츠화재해상보험. 1922년 조선과 일본 양측 자본의 합작으로 설립됐으며 해방 이후 일본 측 지분이 미 군정에 귀속돼 국내에 남았다. 1950년 동양화재해상보험으로 사명을 바꿨으며 1959년 이화학당, 1962년 동방생명, 1967년 한진그룹에 차례로 인수됐다. 2005년 한진그룹에서 메리츠금융그룹이 계열분리 독립하면서 함께 분리됐다.
  • [2] 현 한화손해보험. 1950년 남선무역, 1966년 조선제분 등을 거쳐 2002년 한화그룹에 인수됐으며 2007년 현재 사명으로 바꿨다.
  • [3] 현 한화생명. 국내에서 현존하는 최초의 생보사다. 1969년 신동아그룹을 거쳐 2002년 신동아손보와 함께 한화그룹에 인수됐다.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한 것은 2012년이다.
  • [4] 현 흥국화재해상보험. 1959년 쌍용그룹을 거쳐 2006년 태광그룹에 인수됐으며 2009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 [5] 현 예별손해보험. 1947년 국제손해재보험으로 설립됐으며 1949년 손해보험 원수사로 전환했다. 2013년 MG새마을금고 컨소시엄에 자산-부채 이전(P&A) 방식으로 인수되면서 사명을 MG손해보험으로 변경했다. MG손해보험이 다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2025년 계약 이전을 위한 가교 보험사 예별손보가 됐다.
  • [6] 254억원의 벌금을 1일당 5억원의 노역으로 탕감하라는 처분이었다. 이 황제노역 논란으로 인해 형법에는 벌금에 따른 노역장 유치 기간과 관련한 조항이 신설됐다.
  • [7]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 관련 보험상품의 판매자격을 주고 해당 보험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 [8] 금융감독원은 킥스제도 도입 직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사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의 인정기준을 완화하고 요구자본의 부담을 덜어주는 경과조치를 신청 보험사에 한해 적용했다.
  • [9] 2025년 8월 DB손해보험이 스텝업 조항이 없는 신종자본증권의 첫 발행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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