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회계기준 도입 이후 보험계약마진(CSM)은 기대이익의 가늠자로서 보험사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지표다. 한편으로는 '보험사 이익 부풀리기'의 근원으로서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시가 이뤄지는 지표이기도 하다. 계속되는 제도 변경으로 CSM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보험사별 CSM 확보 및 관리 현황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사별 영업성과와 포트폴리오 전략을 조명한다.
롯데손해보험(롯데손보)은 지난해 연말 결산에 반영된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 모형과 관련한 논란의 진원지였다. 당국이 가이드라인으로 정한 원칙모형 대신 예외모형을 적용하면서 반대급부로 당국의 집중 검사를 받았다.
롯데손보는 예외모형을 적용함으로써 지급여력비율의 하락 폭과 보험계약마진(CSM)의 감소 폭을 축소했다. 상장 보험사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는 실적과 자본적정성의 관리가 중요하지만 롯데손보가 현재 상시매각 체제인 만큼 CSM의 관리 역시 앞선 두 요소 못지 않게 중요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신계약 효율성 악화에 제도 변경 영향까지
롯데손보는 2024년 말 기준 CSM 잔액이 2조3202억원으로 전년 말 2조3966억원 대비 3.2% 감소했다. 2022년(IFRS17 소급적용 기준) 23.7%, 2023년 43.1%씩 2년 연속으로 잔액이 불어났으나 지난해 증가세에 제동이 걸렸다.
잔액 감소의 원인은 크게 2가지로 먼저 신계약 CSM이 2023년 5479억원에서 지난해 4853억원으로 11.4% 줄었다는 점이다. 이 기간 신계약의 '물량' 자체는 늘었으나 업계의 경쟁 심화로 인한 CSM 확보 효율성의 악화를 만회하기에는 부족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손보가 신계약으로 확보한 미래현금유입액의 현재가치 추정치는 3조5279억원에서 3조7183억원으로 5.4% 늘어났다.
다음으로 연말 결산에 반영된 계리적 가정 변경의 영향이다. 롯데손보는 2024년 3분기까지만 해도 CSM 잔액이 2조453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4%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미래서비스 관련 추정치의 변동액이 3분기 말 -2101억원에서 4분기 말 -4240억원으로 CSM 감소액이 단 1개 분기만에 2배로 커졌다.
지난해 계리적 가정 변경 가운데 롯데손보의 CSM을 가장 많이 끌어내린 변경점은 해지율 가정의 변경으로 총 4224억원의 CSM이 사라졌다. 위험률과 사업비율, 기타 가정 변경을 통해 3644억원을 만회했지만 물량차이 및 투자요소예실차 등으로 3311억원이 다시 빠져나갔다.
다만 롯데손보 CSM의 미래서비스 관련 추정치 변동은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과 관련해 당국이 정한 원칙모형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마련한 예외모형을 적용한 결과다. 만약 원칙모형을 적용했다면 롯데손보의 CSM 잔액은 1조9737억원까지 줄어든다. 이는 전년 말 대비 17%가량 감소한 수치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CSM 변동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제도 변경에 영향을 받거나 기업가치를 지키기 위한 자의적 해석이 아니라 '회계 실질'에 맞춰 예외모형을 적용한 데 따른 것"이라며 "올해 1분기 실적 변동 역시 자의적 조정이 아닌, 보수적 기준 적용과 예실차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감독 부담 안고서도 예외모형 적용한 이유 '기업가치 보전'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은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과 관련해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엄격한 가정 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정하고 이를 연말 결산에 반영하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을 통해 예외모형을 선택하는 길도 열어두기는 했으나 원칙모형을 적용하지 않는 보험사에 대해 감독 강화를 예고하며 원칙모형의 적용을 권고했다.
국내 보험사들 중 오직 롯데손보만이 예외모형의 적용을 결정했다. 롯데손보는 자사 및 해외 유사상품의 경험통계를 기반으로 예외모형의 통계적 충분성을 확보했으나 이를 반영한 사업보고서의 공시에 앞서 금감원의 수시검사를 거쳐야 했다. 작년 말 정기검사 직후 곧바로 수시검사가 추가로 이뤄졌다.
롯데손보는 예외모형을 적용함으로써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을 원칙모형 대비 27.1%p(포인트) 높은 154.6%로 관리했고 329억원의 순손실을 242억원의 순이익으로 돌려놓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자본적정성과 실적만큼이나 CSM의 감소 폭을 줄이는 것도 롯데손보에게 중요한 과제였을 것으로 본다.
2023년 IFRS17 회계기준 도입 이전 보험사의 기업가치는 순자산에 내재가치(EV)를 더한 값을 기반으로 측정됐다. 내재가치는 자본총계의 시가조정값에 신계약 및 보유계약의 가치 등 마진값을 더해 산출됐다. 그러나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 자산의 시가평가가 기본이 되면서 내재가치 대신 CSM이 기업가치 측정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가 추진한 경쟁입찰 방식의 매각이 무산되면서 상시매각 체제로 전환된 상태다. 기업가치 측정의 기준이 되는 CSM 잔액을 최대한 높게 유지하기 위해 예외모형 적용이 불가피했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제도 변경 등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을 제외한다면 롯데손보에게 CSM 잔액을 늘리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신계약 CSM의 반등이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신계약 CSM 확대를 위해 수익성과 리스크를 모두 고려한 상품 포트폴리오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며 "아울러 기존 보유계약들도 효율적으로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국이 제시한 예외모형도 외부감사인과 금융당국으로부터 모두 검증받았다"며 "신계약 CSM 확대를 위해 수익성과 리스크를 모두 고려한 상품 포트폴리오 강화에 집중하고 기존 보유계약도 효율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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