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단 두 곳 남은 외국계 시중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서로 판이한 사업구조를 보이고 있다. SC제일은행은 모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의 균형잡힌 성장을 추구한다. 반면 소비자금융 철수를 선언한 씨티은행은 기업금융에만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모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자산관리(WM)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대출자산의 60% 이상이 주택담보대출로 이루어져 있어 주담대 중심 수익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주담대 성장 동력이 한계에 직면한 만큼 진정한 자산관리 및 기업금융 중심의 수익 구조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씨티은행은 외환·파생상품 거래와 채권 운용 등 자금시장 부문에서의 강점을 극대화하며 비이자 중심 수익 구조를 탄탄하게 다졌다. 다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기업대출 자산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당국의 생산적 금융 확대 요구에 발맞춰 기업대출 부문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게 과제로 꼽힌다.
◇SC, WM 경쟁력 강화 나섰지만 핵심 수익원은 주담대 SC제일은행은 국내 외국계 은행 중 유일하게 소비자금융을 취급하고 있다. 소비자금융과 기업금융의 균형 잡힌 성장을 모색하는 게 핵심 전략이다. 특히 모그룹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와 국경간 비즈니스 역량을 기반으로 한 자산관리 및 기업금융 역량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부유층 자산관리 중심 비즈니스로의 전환에 속도를 냈다. 예치 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뱅킹 모델을 도입해 지난해 11월 압구정에 프리이빗뱅킹센터를 개설하고 고객 대상 서비스 출시에 나섰다. 지난 14일에는 롯데백화점과 MOU를 맺고 유통과 금융을 연계한 프리미엄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했다.
자산관리 역량에 힘입어 관련 비이자수익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소매금융 부문 순수수료손익은 2022년 863억원, 2023년 1024억원, 2024년 1514억원, 2025년 1634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성장했다.
다만 여전히 이익의 대부분은 주담대에서 나오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주담대 자산은 지난해말 기준 23조6999억원으로 전체 원화대출금(38조6418억원)의 61.3% 비중을 차지한다. 소매금융 순이자손익은 6108억원으로 순수수료손익의 3.7배에 달한다. 기업금융 부문 순이자손익(3423억원)과 비교해도 두 배가량 높다.
은행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주담대에 의존하고 있지만 성장 동력이 약화하고 있는 점은 고민거리다.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 기조를 강화하면서 향후 영업의 적극적 확대가 어려워지고 있다. 소매금융 부문 순이자손익도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 손익은 2023년 7725억원, 2024년 6737억원, 2025년 6108억원을 기록하며 줄어들었다.
◇씨티, 비이자 중심 수익구조…기업대출 기반은 약화 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에 따라 관련 자산을 줄여왔다. 2025년말 기준 가계대출자산은 2조8530억원으로 전체 원화대출금(4조5386억원) 중 62.8%를 차지하고 있다. 대출 포트폴리오만 보면 여전히 비중이 크지만 소비자금융 철수 이후 유가증권을 중심으로 자산이 확대되면서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축소됐다.
기업금융의 핵심 수익원은 비이자수익이다. 지난해 비이자수익은 5498억원으로 전년(4198억원) 대비 31% 늘었다. 비이자수익의 상당부분은 외환/파생상품거래와 관련한 평가/거래손익 및 국내외 채권 거래/평가손익과 관련 이자수익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엄지용 부행장이 담당하는 자금시장그룹 내 외환 트레이딩 부문에서 변동성을 활용한 운용을 통해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다.
다만 기업금융의 대출 부분은 매년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대기업대출과 중견기업 대출 자산은 소비자금융 철수 이후에도 가계자산과 함께 일제히 감소세를 보였다. 2025년말 대기업대출자산은 1조3645억원으로 2022년말(1조8043억원) 대비 24.4% 감소했다.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중소기업대출은 5729억원에서 1601억원으로 줄어들며 규모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현재 기업금융그룹을 총괄하고 있는 김경호 부행장의 책임이 막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은행권 전반적으로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하고 있는 만큼 기업대출 기반을 확대해야 하지만 씨티은행의 경우 관련 자산이 축소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인공지능(AI), 방위산업, 조선,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 국가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고객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