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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직선제 앞둔 농협

유례 없는 180만 조합원 직선제…왜 도입할까

①제도 4차례 개선에도 부정부패 지속…민주주의 실현해 고질적 문제 해결한다

김영은 기자  2026-06-02 07:02:44

편집자주

농협중앙회장 선거 제도가 사상 초유의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 농협이 정부의 조합원 직선제 도입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법안 통과시 1961년 농협 출범 이후 최초로 187만 명에 달하는 조합원 전원이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수십 년간 거듭되어 온 중앙회장 선거 비리 등 고질적 병폐를 '대중적 감시'로 끊어내겠다는 구상이지만 구체적 실현 방안과 근본적인 구조 개혁 가능성을 두고는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조합원 직선제 도입의 배경과 앞으로 남은 쟁점들을 짚어봤다.
정부와 여당이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조합원 직선제 도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그간 임명제와 간선제, 조합장 직선제 도입을 단행하며 수차례 제도가 바뀌었음에도 소수 세력을 중심으로 한 금품수수와 보은성 특혜 등 부정부패를 양산해 왔다는 판단에서다. 농협중앙회 또한 직선제 도입을 전격 수용하기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정부와 뜻을 같이했다.

187만 명에 달하는 전체 조합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해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고질적인 선거 비리를 해결하겠다는 게 정관계의 구상이다. 조합원 직선제는 해외 주요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형태다. 그러나 한국 농협이 과거 정부 주도로 출범해 국가 재정을 배분하는 공적 역할을 도맡는 등 외국에는 없는 고유한 기능을 수행해 온 만큼 특수성을 감안한 한국형 선거제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출범 후 첫 직선제 도입…배경엔 끊임 없는 선거 비리

농식품부가 오는 2028년에 예정된 26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부터 조합원 직선제를 적용하기 위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정부와 여당이 관련 내용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한 가운데 농협중앙회가 입장을 선회해 수용 의지를 밝혔다. 6월 지방선거 전 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은 무산됐으나 후반기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조합원 직선제가 도입되면 농협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시도다. 중앙회장 선거 제도는 그간 네 차례의 변화를 겪었다. 1961년 8월 농협이 출범한 초기에는 대통령 임명제가 1988년(1~13대 회장)까지 이어져왔다. 그러나 1988년 노태우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점차 민주화 목소리가 커지면서 조합장 직선제(14~21대 회장)가 도입됐다.

이후 2011년~2020년(22~24대 회장) 과도한 비용 지출을 방지하기 위해 대의원회 간선제로 축소됐다. 그러나 소수 인원을 중심으로 회장 선출이 이어지며 금품 선거 등 부정부패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2023년에는 부가의결권 등을 추가해 조합장 직선제를 재도입했고 25대 회장으로 강호동 현 회장이 이때 당선됐다.

그러나 조합장 직선제 회귀 이후에도 부정부패 논란이 거듭됐다. 농식품부는 지난 3월 농협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농협재단 핵심 간부가 재단 사업비를 유용해 중앙회장 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 및 조합원, 임직원에게 선거 답례품으로 4억9000억원 상당의 비용을 지출한 사실 등을 포함해 위법 소지가 큰 14건에 대해 수사의뢰했다.

농식품부는 농협 핵심 간부들의 위법과 전횡, 특혜성 대출・계약, 방만한 예산 집행 등의 부정부패의 중심에 선거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투표권을 행사권을 가진 집단이 제한적인 점 등으로 인해 금품수수, 보은성 특혜 등 부작용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해외에도 사례 전무…"한국 농협 특수성 감안해야"

정부 및 여당은 전 조합원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는 직선제를 도입해 농협의 고질적인 부정부패와 비리 구조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1000여 명의 조합장이 표심을 좌우하는 간선제 구조는 소수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기 쉬운 반면 유권자가 전체 조합원으로 확대되는 경우 농민 전체를 위한 공약 제시와 검증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소수 세력에 대한 특혜나 금권 선거 등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농협개혁추진단 관계자는 "직선제 도입으로 부작용을 완전히 제로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유권자의 눈이 많아지는 만큼 비리는 상당 부분 방지될 것"이라며 "모든 조합원이 자신이 뽑은 중앙회장의 행보를 지켜보는 감시 기능이 작동하면 소수 권력이 농협을 좌지우지하던 폐쇄적 구조를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합원 직선제가 도입되면 유권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직전에 시행한 선거에서는 1110명의 조합장 선거가 이뤄졌으나 유권자수는 약 187만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농협중앙회 조합원 약 204만명 가운데 중복 가입 조합원을 제외한 수치로 전라남도 인구(약 177만5천명)보다 많은 수준이다.

조합원 직선제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해진다. 일례로 일본 전국농협협동조합연합회(JA전농)는 조합장 간선제로 회장을 선임하며 미국, 네덜란드, 덴마크 등의 협동조합도 간선제나 호선제로 리더를 선출하고 있다.

추진단 측은 한국 농협이 정부 주도로 출범한 특수성을 가진 조직인 만큼 선거제 역시 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해외 협동조합과 달리 우리 농협은 정부 주도로 출범이 이뤄지면서 국가 재정을 농촌에 배분하는 공적 역할을 도맡아왔다. 자본과 권한이 거대해진 데 비해 내부 합의나 논의 구조는 간선제를 투명하게 운영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한국 농협은 정부의 공적 기능을 상당 부분 위임되는 등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독자적인 모델"이라며 "이 고유한 기능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조직과 선거제도 역시 그 기능에 맞게 도입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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