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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은 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이끄는 수장이자 보통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는 자리다. 누가 이 자리에 앉는지에 따라 은행의 영업 전략은 물론 그룹의 승계 구도까지 영향을 받는다. 그만큼 연말 은행권 인사는 매년 금융권 안팎의 이목을 끌어왔다. 올해는 5대 은행이 동시에 행장 거취를 정해야 한다. 인사를 둘러싼 제도 환경마저 변화를 예고했다. 각 은행이 놓인 현주소와 은행장들의 지난 2년, 그리고 앞에 놓인 과제를 짚어본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디지털 플랫폼 강화, 내부통제 정비 등 여러 숙제를 부여받으며 선임됐다. 농협금융지주 이사회도 당시 그를 행장 후보로 추천하며 디지털 역량 등을 이유로 강조했다.
강 행장은 취임 후 금융사고 최소화, 인공지능(AI) 전환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밀어붙이며 실행으로 옮겨왔다. 그런 그의 첫 임기가 올해 말 끝난다. 강 행장은 5대 은행장 중 가장 예측이 어려운 자리에 서 있다. 농협은행은 행장 기본 임기 2년 체제가 자리 잡은 후 연임 사례는 아직 없다. 농협중앙회가 쇄신 국면에 놓인 점도 변수다.
◇'슈퍼플랫폼' 구축 경험…사고 줄이고 AI 승부수 던져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2024년 12월 은행장 후보로 최종 추천돼 2025년 1월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1966년생으로 진주 대아고와 건국대를 졸업하고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농협은행 종합기획부 전략기획단장, 디지털전략부장, DT부문 부행장을 거쳐 농협캐피탈 지원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DT부문 부행장 시절에는 지주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을 겸임하며 올원뱅크의 슈퍼플랫폼 전환을 주도했다.
그가 행장으로 선임될 당시 농협은행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 2024년 농협은행에서는 100억원대 횡령을 포함해 여섯 건의 금융사고가 잇따랐다. 이에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강 행장을 추천하며 디지털 혁신 적임자라는 평가와 함께 내부통제 강화와 인적 쇄신을 이뤄낼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취임 첫해는 사실상 문제 수습에 집중했다. 강 행장은 금융사고 제로화를 내걸고 성과보상체계 정비, 행동 원칙 실천 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지난해 농협은행의 금융사고 발생 건수는 5대 은행 중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적은 유지했다. 농협은행 순이익은 2024년 1조8070억원에서 지난해 1조8140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이익이 줄어드는 환경에서 만들어낸 방어였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557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년 임기 도입 후 연임 실종…쇄신 국면 중앙회도 변수 2년 차를 맞은 올해부터는 분위기를 공격적으로 바꿨다. 강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초개인화 금융과 수익성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 5월 AI 기업 애자일소다를 인수했다. 은행이 AI 기업에 자본을 직접 공급한 것도, 인수한 것도 모두 금융권 첫 사례다. 농협은행은 이번 인수를 통해 2027년까지 자율형 AI 은행(Agentic AI Bank)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애자일소다 인수, AI 전환을 위한 경영 연속성 등을 고려하면 연임이 유리하다는 업권의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거취의 셈법은 복잡하다. 농협은행장 연임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자회사 CEO 기본 임기가 1년이던 시절에는 이대훈 전 행장이 두 차례 연임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기본 임기가 2년으로 늘어난 2020년대 들어서는 연임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전임 이석용 행장도 2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다른 시중은행의 '2+1' 관행이 농협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모습이다.
변수는 또 있다. 농협중앙회는 각종 비위 논란으로 현재 조직·인사 쇄신 국면에 놓여 있다. 강호동 중앙회장은 올해 초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 중간 결과 발표 이후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겸직 사임 등 조직 쇄신안을 내놨다. 회장직 사퇴 의사는 없다고 밝혔지만 중앙회발 인적 쇄신 기류가 연말 계열사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